전통주

[막걸리] 시음 대결! 서울 장수 월매 vs 국순당 캔막걸리

까브드맹 2010. 12. 3. 09:44

막걸리 비교 시음 세 번째입니다. 이번엔 전통주를 만드는 회사로서 가장 유명한 국순당에서 나오는 "국순당 캔 막걸리"와 서울 탁주 연합의 "월매 막걸리" 입니다.

최근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 속에서 국순당 생막걸리가 엄청난 매출을 올리며 전국방방곡곡에 그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국순당은 원래 백세주를 비롯한 약주를 주로 만들던 회사였고, 요즘 막걸리 유행 속에서 국순당 생막걸리를 만들어 히트를 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래 국순당은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던 회사였습니다. 국순당의 역사는 창업자인 배상면씨가 1952년 포항에서 주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포항에서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던 배상면씨는 누룩에 대해 더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970년 한국 미생물 공업연구소를 세워 누룩을 연구, 제조하였죠. 그리고 1973년에는 탁•약주 연구소를, 1983년에는 ㈜배한 산업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국순당의 전신입니다. 이후 퇴계원으로 옮겨 막걸리를 판매했는데, 당시에는 주세법에 "공급 구역 제한"이란 규정이 있어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을 벗어나 막걸리를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었습니다. 즉, 국순당에서 만든 막걸리는 양조장이 위치한 남양주군을 벗어나서 판매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국순당은 공급 구역 제한을 철폐하기 위해 1990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고, 국회에도 청원을 내면서 5년간 주세법과 다투게 됩니다. 결국 5년 뒤 막걸리에 대한 공급 구역 제한을 철폐시키지 못했지만 약주에 대한 공급 구역 제한은 푸는데 성공했고, 막걸리 대신에 백세주를 전국으로 유통시켜 술 시장에 백세주 바람을 몰고 오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되죠. 그리고 1년 뒤 마침내 탁주에 대한 공급 구역 제한을 푸는데도 성공하게 됩니다. 이처럼 공급 구역 제한 철폐를 위해 싸운 5년간에도 국순당은 막걸리 판매 신장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동분서주합니다. 이 때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살균탁주로 만든 국순당 캔막걸리였습니다.

포항제철의 도움으로 스틸캔을 공급받아 만들어진 국순당 캔막걸리는 전 세계 주류박람회에 출품되어 우리 술인 막걸리를 널리 알렸지만, 마케팅은 참패로 끝나고 말았답니다. 왜냐하면 막걸리처럼 술 재료의 앙금이 남는 술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형태였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입맛에 영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또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이 많이 알려졌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극동에 위치한 보잘 것 없는 듣보잡 국가였고, 그런 나라에서 만들어진 희안한 타입의 탁한 술이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기에는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순당 캔막걸리가 외국인들에게 낯선 형태의 술이라서 실패한 것이지 결코 맛이 형편없는 술은 아닙니다. 오히려 막걸리 중에서도 매우 훌륭한 맛을 갖고 있답니다.

알콜 7%로 원료로는 쌀만 100% 들어가고 여기에 누룩이 들어갑니다.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는 첨가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를 넣는 이유는 단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만들 경우, 잔당에 따른 발효로 인해 맛의 변질이 문제가 되는데 인공 감미료를 넣으면 발효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효모를 살균하기 때문에 추가 발효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살균탁주에는 당연히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살균탁주는 여전히 아스파탐을 넣고 있는데,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단맛을 쉽게 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월매_月梅는 서울 탁주 연합에서 나오는 살균탁주로 100% 국내산 쌀로 만들고 있습니다. 살균 탁주임에도 불구하고 탄산을 넣어서 생막걸리와 거의 비슷한 맛을 갖고 있습니다.

알코올 농도 6%로 들어가는 재료의 성분을 보면 국내산 백미가 90%에 이소말토 올리고당이 10% 들어갑니다. 또 아스파탐 0.0111%와 구연산 0.005%가 들어가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막걸리 맛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을 추구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맛을 가미한 스타일입니다. 


두 막걸리의 가격은 월매가 1,000ml에 1,700원 정도, 국순당 캔막걸리는 240ml에 650원 정도로 국순당 캔막걸리가 1.6배 정도 비쌉니다. 이제 색상, 향, 맛(당도), 질감, 무게감, 여운의 각 항목 별로 두 막걸리를 비교 시음해 보겠습니다.

1. 색상

왼편의 월매가 색상이 조금 더 옅고 탁하다는 느낌인 반면 오른편의 국순당 막걸리는 노란 기운이 돌며 뽀얗고 깨끗한 색입니다. 월매보다 국순당 쪽이 더 정갈하다는 느낌

아래에서 비춰봤을 때의 사진입니다. 월매는 잔에 탄산방울이 맺혀 있는 것이 보일 겁니다. 반면에 국순당 캔막걸리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월매를 흔들어 잔에 붙은 앙금을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국순당 캔막걸리 쪽을 살펴보았습니다. 잔을 돌렸을 때 벽에 붙는 앙금은 월매가 입자가 거친 편인데 비해 국순당 먹걸리 쪽이 훨씬 미세합니다.

2. 향

월매는 생막걸리보다는 좀 더 막걸리향(?)이랄 수 있는 향이 진한 편입니다. 반면에 국순당 막걸리는 막걸리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향은 별로 안나며 아주 은은하게 단 내음이 납니다.  

3. 맛(당도)

월매는 장수 생막걸리와 비슷한 정도의 당도와 농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균탁주임에도 불구하고 탄산의 기운이 세게 느껴져서 마치 탄산 음료수와 같은 시원한 맛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국순당 막걸리는 훨씬 더 진하고 부드러우며 단맛과 함께 기분 좋고 부드러운 신맛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고급스럽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은 낯설게 느껴져 당혹스러울 듯 합니다. 캔을 입에 대고 마시면 그 낯선 맛에 "상한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캔에서 바로 마시지 말고 유리잔에 따라 마시면 좀 더 제대로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4. 질감

월매는 탄산이 들어가서 그런지 날카롭고 시원합니다. 반면에 국순당 캔막걸리는 부드럽게 그윽하여 기품있는 맛이 느껴집니다. 

5. 무게감

월매의 경쾌한 느낌에 대비되어 국순당 막걸리는 적당한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무게감이 잔에 따라 마실 때는 제대로 표현되어 좋지만, 캔 상태에서 마실 땐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오히려 부정적으로 느껴질 듯 합니다.

6. 여운

월매는 탄산의 힘에 의해 여운이 좀 더 강하고 길게 이어지지만, 국순당 막걸리는 잔잔하고 길게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7. 총평

월매는 마치 장수생막걸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탄산 때문에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을 갖고 있지만 조금 날카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요. 

반면 국순당 막걸리는 매우 부드럽고 그윽하며 고급스러운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맛이 처음 국순당 막걸리를 접하는 분에겐 낯설게 느껴져 거리를 둘 수 있겠지만, 좀 더 마셔보면 훨씬  맛이 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만약 함께 하는 음식이 변변찮거나 시장통에서 싸고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월매쪽이 탄산으로 인해 음식의 부족한 부분을 감춰주면서 함께 어울릴 수 있을 겁니다. 반면 한정식 집이라던가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든 부침개 집처럼 좀 더 고급스럽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국순당 막걸리가 잘 맞을 듯 합니다. 캐쥬얼한 스타일이냐? 깊이 있는 스타일이냐? 두 막걸리는 두 가지 모습에 각각 잘 어울리는 맛을 갖고 있으니 각자 선호되는 스타일로 고르시면 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