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막걸리] 부드럽고 적당한 무게감으로 마시기 편하지만 단맛이 너무 강한 - 홍북 생막걸리

까브드맹 2010. 12. 18. 08:48

● 생산 지역 : 충청북도 > 홍성군

● 재료 : 백미, 입국, 아스파탐

● 어울리는 음식 : 파전, 해물전, 김치전, 순대 등의 한식.

예전에는 주세법에 "공급 구역 제한"이란 법이 있었습니다. 막걸리를 만들어도 양조장이 있는 지역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고, 전국적인 유통은 금지한 법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별로 막걸리 독점 체제가 구축되었고, 판매가 보장된 생산자는 막걸리의 품질 개선에 신경 쓸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이 규정은 1970년대 이후 주류시장에서 막걸리가 다른 술에 밀려 몰락하게 만든 독소 조항으로 작용했습니다. 시장 경쟁을 피하고 생산자를 과보호하는 "공급 구역 제한" 규정은 지역 양조장과 정치인들이 결탁해서 만든 법으로 절대 무너뜨릴 수 없는 철옹성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막걸리와 각종 술을 유통해서 전통주 시장을 부활시키려고 노력한 국순당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고 국회에도 끊임없이 청원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이 법은 점차 존재 의의를 상실합니다. 마침내 1996년에 막걸리의 공급 구역 제한이 풀렸고, 현재 전국적인 막걸리 유통은 법적으로 아무 제한이 없죠.

하지만 지방의 작은 양조자는 유통망이 적고 자본도 영세해서 전국적인 막걸리 판매가 어렵습니다. 유통기한이 십여 일 남짓한 생막걸리는 생산지 외의 다른 곳에선 더더욱 맛보기 쉽지 않죠. 이런 이유로 지역 막걸리는 특정한 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국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각 고장의 독특한 막걸리를 맛보는 것 역시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일 겁니다.


서울에선 거의 구할 수 없는 충북 홍성의 홍북생막걸리를 구하게 되어 시음해봤습니다. 색상은 뽀얀 미색으로 매우 불투명합니다. 흔들었을 때 벽에 붙는 앙금은 입자가 작고 꽤 미세하네요. 향은 강하지 않으며 곡물에서 나오는 달콤한 향도 화학적인 나쁜 향도 별로 없습니다. 누룩 향이 살짝 나는 정도이죠.

다른 막걸리와 비교했을 때 단맛이 강합니다. 덜 달아도 맛이 괜찮았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달게 했는지 궁금하군요. 

(역시 아스파탐이 들어 있습니다)

단 술을 안 좋아하는 제 입맛엔 사발로 한 두 잔 마시면 더 마시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거칠게 느껴지거나 목에 걸리는 것이 전혀 없으며 매우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생막걸리이지만 완전히 발효한 후에 병에 담고, 인공적으로 탄산가스를 넣지 않았는지 탄산의 자극은 거의 없습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편이라 마시기 부담 없군요. 여운은 잔잔하지만 짧게 끊어지며 별로 길지 않습니다. 

상당히 마시기 편하며 부담 없는 맛입니다. 뒷맛도 깔끔하고 개운하고요. 튀는 개성 없이 순하기에 어지간한 한식과 두루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단맛이 부담스럽군요. 현재 상태의 절반 정도로만 달았다면 좀 더 편하게 많이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