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막걸리] 시음 대결! 서울 장수 생막걸리 vs 배혜정 누룩도가 부자 생술

까브드맹 2010. 8. 30. 10:27

바야흐로 막걸리 열풍입니다.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노인네들의 술, 정말 돈 없는 서민의 술 취급을 당하며, 젊은 세대들은 가난한 대학생들조차도 멀리하던 막걸리가 이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기는 국민주이자 건강주로 다시 부상하였습니다. 마치 과거 6~70년대에 전체 주류시장 점유율 70%에 달했던 옛 영화를 다시 되찾을 기세.jpg 입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막걸리는 이후 소주와 맥주의 시장 점유율 증가, 각종 수입 주류의 증가와 함께 '카바이트 막걸리'로 대표되는 저질막걸리 등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여 2006년에 이르러선 시장 점유율 2%도 채 안되는 수준까지 추락하고 말았죠. 막걸리는 이렇게 '노인네들의 술'로 몰락하는가 했습니다. 

그런데, 2년전 서브프라임 사태와 1년전 외환위기 이후에 국내시장의 술판도가 크게 요동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위스키를 대체하는 고급주로, 또 몸에 좋은 건강주의 이미지로 무장하고 승승장구하던 와인은 외환위기로 가계가 어려워지자 불과 2년만에 풍지박산하고 말았습니다. 급락하는 매출로 인해 문을 닫은 수입업체와 와인샵이 상당하며, 현재 살아남은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와인장터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미 상당히 퍼진 와인문화와 이로 인해 생긴 와인애호인들 때문에 국내 와인시장이 몇년 전 초창기 수준으로 쪼그라들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찬 바람 쌩쌩 부는 어려운 시절이 계속 될 거라는 것은 와인업계에 큰 근심으로 자리잡고 있지요.

그렇다면 일반 서민들이 즐기는 대중주라고 할 수 있는 소주와 맥주 시장은 고급주 시장의 하락으로 인해 득을 보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맥주 시장도 지난 2년간 성장, 아니 현상유지는 커녕 오히려 쇠퇴하고 있는데, 2010년 1분기 주류시장 점유율은 52.9%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1%보다 7.2% 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맥주업체인 하이트의 52주간 주가 그래프를 보면 우하향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소주는 그나마 소주는 2009년 1분기 27.9%에서 올 1분기에 30.5%로 2.6% 상승하여 체면치례는 하였답니다.

반면에 막걸리 시장은 예외였는데요, 지난 2년간 전국규모 3,000억의 시장이 올해 5,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12년에는 1조원 대까지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백세주 이후로 히트작이 없어 '죽순당'이라 불리우며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던 국순당은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1년 사이에 주가가 3배 이상 치솟았을 정도입니다.

이 막걸리 열풍이 언제까지 불지는 모르지만, 전 세계적인 불경기에 저렴한 술, 건강에 좋은 술, 전통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막걸리는 한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습니다.

막걸리가 붐을 이루니 트렌드를 따라 다양한 막걸리가 시중에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퍼에 가면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단 한종류의 막걸리만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고를 필요도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막걸리를 사가지고 오면 되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최소 2종류, 때로는 6~7가지의 막걸리가 함께 진열되어 있어 고르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선택의 괴로움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시중에 나오는 막걸리들은 과연 어떤 맛을 지니고 있는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시중 막걸리를 비교 시음해봤습니다. 첫 비교 시음은 서울지역에서는 전통의 막걸리랄 수 있는 서울 탁주 연합의 장수_長壽 생막걸리와 

배혜정 누룩 도가의 부자_富者 생_生술입니다.

원래는 첫 비교로 막걸리의 유통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려 전국구로 뻗어나가고 있는 국순당 생막걸리를 하려고 했는데, 슈퍼로 막걸리를 사러갔을 때 마침 다 떨어지고 없더군요. 그래서 국순당과 형제 관계에 있으며 두 번째 비교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던 배혜정 누룩도가의 생막걸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본격 비교 시음 전에 우선 두 막걸리의 스펙(?)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서울 장수 생막걸리부터.

사용원료를 보면 백미가 90%인데, 수입산 쌀입니다. 그리고 이소말토올리고당을 10% 넣었는데, 이것이 서울 장수 생막걸리의 독특한 점입니다. 그리고 첨가물로 아스파탐을 0.01133%를 넣었는데, 이것은 현재 시장에 나오고 있는 대부분의 생막걸리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인데, 단맛을 내기 위한 목적 이외에도 발효속도를 늦춰줘서 유통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는 막걸리가 만들어지고 유통기간이 냉장보관해도 5일이었는데, 최근에는 10일로 늘어난 것이 이 아스파탐하고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구연산 0.005%으로 먹걸리의 맛에 살짝 산미를 넣기 위해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알콜 농도는 6%.

다음은 부자 생술입니다.

여기는 원료로서 백미 93%를 썼는데, 경기미 100%라고 합니다.

병 옆에도 이렇게 경기미 100%라는 것을 표시해놓았습니다. 그리고 맥아당 7%. 이소말토올리고당은 옥수수에서 뽑아낸 당분이고, 맥아당은 엿을 만들 때 사용하는 엿기름이지요. 전통 방식으로 엿기름을 쓴 것인지, 아니면 맥아에서 올리고당을 뽑아내듯 당분을 뽑아낸 것인지는 알 수가 없군요. 아스파탐은 0.006%으로 서울 장수 생막걸리보다 적지만, 구연산은 0.1%로 훨씬 높습니다.

양쪽 다 가격은 1,200원으로 똑같기 때문에 가격에 따른 페널티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각 막걸리의 특성에만 집중하여 비교 시음을 하였습니다. 똑같은 잔에 같은 양을 따른 후 색상, 향, 당도, 질감, 무게감, 여운 등을 비교해본 결과, 두 막걸리에 상당한 차이가 있더군요. 아래는 각 항목 별로 두 막걸리를 비교 시음해본 내용입니다.

1. 색상

사진으로는 색상이 또렷히 나오지 않고 있는데, 둘다 거의 비슷하나 서울막걸리가 색이 더 밝고 진하며 불투명합니다. 이에 비해 부자생술은 색상은 어둡지만 더 맑은 느낌.

역광에 비춰보면 조금 더 잘 보일까요?

여기서는 두 막걸리의 차이점을 또렷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잔을 스월링_Swirling했을 때 벽에 붙은 앙금을 살펴보면 서울생장수가 부자생술보다 훨씬 더 많은 앙금이 붙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2. 향

서울생장수는 향이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제가 와인의 강한 향에 익숙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거의 향이 나지 않더라구요. 반면 부자생술은 향이 강한데요, 이것이 전통 누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와인에서 맡곤 하는 이스트향하고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향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맛(당도)

서울생장수는 입에 익숙한 약한 단맛이 납니다. 그동안 수 없이 마셔와서 막걸리에서는 으례 이 정도의 단맛이 나겠거니 하는 그런 단맛입니다. 그런데 부자생술도 단맛이 나기는 하지만 서울생장수보단 미세하게 약하고 쬐끔 쓴듯만듯한 맛도 나는 것이 조금 더 복합적인 맛이 느껴집니다. 미세하지만 좀 더 과일맛이 난다고 할까요?

4. 질감

서울생장수는 처음부터 미세하고 상쾌한 탄산기운을 느낄 수 있으며 순하고 부드럽습니다. 반면 부자생술은 탄산기운이 약하면서도 조금 뻑뻑한 느낌이 듭니다. 물 중에서 센물에 조금 가까운 그런 느낌입니다.

5. 무게감

서울생장수가 입안에서 시원하게 요동치는 것이 강과 같다면, 부자생술은 그윽하게 가라앉는 것이 호수 같습니다. 무게감은 부자생술쪽이 조금 더 있습니다.

6. 여운

서울생장수는 목구멍으로 넘길 때 탄산의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래서 시원하고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지요. 부자생술은 탄산의 강도가 서울 생장수에 비하면 매우 약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스타일로 여운이 약합니다.

7. 총평

서울생장수는 향이 거의 없고 탄산의 기운이 강한편으로 입안에서 시원하게 요동치는 남성적 스타일이라면 부자생술은 향이 강하며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그윽한 여성적 스타일의 막걸리입니다.

사람들마다 맛에 대한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두 막걸리 중 어떤 것이 더 낫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존 막걸리의 달고 시원한 맛을 느끼시고 싶은 분은 서울 생장수 막걸리를, 음식과 함께 차분한 느낌으로 조금더 복합적인 맛을 느껴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배혜정 누룩 도가 부자 생술을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