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칠레산 샤도네이 와인
칠레는 프랑스의 뫼르소(Meursault)나 몽라셰(Montrachet)처럼 최고급 샤도네이(Chardonnay) 와인을 생산하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5만 원 전후로는 맛과 향이 상당히 좋은 샤도네이 와인을 많이 만드는 곳이죠. 칠레산 샤도네이 와인은 망고와 파인애플, 멜론 같은 열대 과일 향과 오크 숙성을 통한 버터와 바닐라, 토스트 향이 나며 너무 가볍지도 또 너무 무겁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감을 가진 것이 많습니다.
칠레산 샤도네이 와인은 부담 없이 편안하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한 번 마셔보면 자꾸만 마시고 싶은 매력이 있죠. 그래서 영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인 오즈 클라크는 이런 스타일의 샤도네이 와인을 "맛이 좋고 입에 닿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참고로 열대 과일 향과 바닐라, 토스트 향이 나는 샤도네이 와인은 칠레뿐만 아니라 호주와 미국, 스페인의 뻬네데스, 이탈리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칠레산 샤도네이 와인이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은 너무 가볍고, 또 어떤 것은 오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마시기 부담스러울 만큼 묵직한 것도 있죠. 또 먹음직스러운 열대 과일 향이나 버터, 바닐라 향 대신 나무나 식물 줄기의 풋내가 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칠레산 샤도네이 와인은 가격과 비교해 품질이 뛰어난 것이 많으며, 선택했을 때 만족스러운 것이 많습니다.
2. 에스따시옹 샤도네이(Estacion Chardonnay)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의 샤도네이(Chardonnay) 100%로 만드는 에스따시옹 샤도네이는 비싼 와인은 아니지만, 첫 모금에 맛있다는 느낌이 드는 와인입니다. 에스따시옹은 스페인어로 역(Station)이라는 뜻인데, 이 와인을 만들 때 쓰는 샤도네이를 재배하는 꼴차구아 밸리에 있는 꼴차구아(Colchagua) 역을 기념하려고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에스따시옹 와이너리는 역 주변에 있는데, 이곳은 고대 잉카 제국의 최남단으로 양을 키우고 농사를 짓기에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스페인이 칠레를 통치했던 시기에는 스페인 왕이 몹시 탐냈던 곳이었죠. 오늘날에도 콜차구아 밸리 일대는 여전히 중요 농업지대이며 기후와 지역적 특성이 조화를 이뤄 칠레에서 양조용 포도를 키우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입니다. 에스따시옹 와이너리는 포도마다 맛과 향을 보존하면서 와인을 만들려고 전통 양조법을 사용하지만, 최신식 설비를 사용해서 칠레 와인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맛과 향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맑고 깨끗한 밀짚 색입니다. 너무 짙지 않은 걸 봐서 오크를 많이 사용한 것 같진 않습니다. 처음에 잠깐 오크 향이 나지만, 이윽고 향긋한 바닐라와 흰 꽃, 파인애플, 멜론 향이 펼쳐지며 나중에는 잘 익은 붉은 사과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강도는 약하지만, 향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부드럽고 산뜻한 느낌의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샤도네이 와인답게 드라이한 맛이며 중간 정도의 산도는 마실수록 살아나면서 입안을 즐겁게 해 줍니다. 감귤류와 사과, 파인애플의 산뜻한 산미가 가득하며 단순하지만, 꽤 맛있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14.5 %로 샤도네이 와인치곤 강한 편이네요. 여운의 길이는 중간 정도입니다. 각 요소가 잘 어울려 단순하지만 충실한 향과 맛을 보여줍니다. 한 마디로 맛있다고 느껴지는 샤도네이 와인. 가격은 1만 원 후반 대이며 이 정도 가격대의 칠레 샤도네이 와인으로써는 만족스럽습니다.
해산물 요리, 치킨 로스트, 과일 샐러드, 살짝 매콤한 닭요리 등과 잘 어울립니다.
2010년 11월 20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