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그리스] 아씨르티코 - 떠오르는 산토리니의 보석 (재업)

까브드맹 2024. 1. 3. 06:24

아씨르티코 포도의 모습

아씨르티코(Assyrtiko), 또는 아시리티코(Asyritiko)는 에게해의 산토리니(Santorini)섬이 원산지인 그리스의 토착 청포도입니다. 아씨르티코는 산토리니나 파로스(Paros) 같은 에게해 섬들의 건조하고 화산재가 풍부한 땅에서 널리 자랍니다. 또한 할키디키(Halkidiki) 같은 그리스의 다른 지역에서도 재배하죠.

1. 아씨르티코의 특성

1) 포도의 특성

그리스의 고급 청포도인 아씨르티코는 지중해 일대의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희귀한 청포도 중 하나입니다. 산토리니섬에서 유래했지만 그리스 전역으로 퍼졌고, 품질 면에서 가장 중요한 토착 품종 중 하나가 되었죠.

아씨르티코는 포도송이가 크고, 투명한 황금색 껍질의 포도알에는 과즙이 많습니다. 품종의 독특한 특성은 산토리니의 화산 토양에서 잘 발현되며, 이는 와인에도 이어지죠. 아씨르티코의 특성 중 하나는 포도가 무르익어도 산도가 줄지 않는 것입니다. 아씨르티코의 강렬하고 상쾌한 산미는 와인으로 양조하면서 생기는 강한 알코올과 완벽한 균형을 유지합니다.

산토리니에는 수령 70년 이상의 오래된 아씨르티코 포도나무가 많습니다. 그중 다수는 미국종 포도나무의 뿌리를 접붙이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도 진딧물의 일종인 포도뿌리혹벌레(Phylloxera)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포도 마름병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유럽종 포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아씨르티코가 가진 저항력은 품종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아씨르티코가 잘 자라는 화산재 덕분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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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씨르티코 와인의 특성

아씨르티코는 향기보다 포도 추출물과 와인의 바디, 구조가 뛰어난 품종입니다. 그리스 전역에서 다양하게 드라이한 아씨르티코 와인을 생산하며, 일부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PDO 산토리니의 아씨르티코 와인은 미네랄 풍미가 두드러지며 매우 농축된 맛을 보여주죠. 산토리니가 아닌 다른 그리스 지역의 와인은 상쾌한 맛과 풍부한 미네랄 느낌은 그대로면서 과일 풍미는 더 도드라집니다. 다만, 구조는 산토리니의 와인만 못합니다.

햇볕에 말린 아씨르티코로 시럽처럼 달콤하고 사향 냄새를 풍기는 빈산토(Vinsanto) 같은 스위트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송진을 넣어서 만드는 그리스 전통 와인인 렛시나(Retsina)는 종종 아씨르티코와 산도가 덜한 사바티아노 포도(Savatiano)를 함께 사용해서 만듭니다. 최근에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쎄미용(Sémillon), 말라구지아(Malagousia) 같은 청포도를 넣은 아씨르티코 와인도 종종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아씨르티코 와인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강렬한 느낌의 화이트 와인으로 양조됩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인기 높지만 평범한 화이트 와인과 거리가 먼 느낌을 주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오크통에서 숙성된 모든 아씨르티코 와인은 강한 산미와 구조 덕에 5~10년 이상 숙성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더 오래 숙성되면서 잘 익은 과일과 꿀, 강렬한 미네랄 향과 풍미를 발전시키죠. 아씨르티코로 만든 스위트 와인은 꿀처럼 아주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습니다.

 

 

2. 아씨르티코의 역사

아씨르티코의 원산지인 산토리니 섬은 포도를 기르기에 아주 극악한 자연환경을 갖췄습니다. 햇볕은 뜨겁고 강수량은 매우 적으며 시속 80㎞가 넘는 강풍이 불죠. 이런 환경에서 포도를 보호하려고 산토리니의 농부들은 쿨루라(kouloura)라는 독특한 방식을 창안했습니다. 쿨루라는 바구니를 뜻하며 포도 줄기와 덩굴을 바구니 모양으로 둥글게 말고 땅바닥에 바짝 붙여서 기르는 방법이죠. 포도는 바구니 안쪽에 열립니다. 이렇게 해서 포도를 재배할 순 있지만 수확량은 매우 적습니다.

쿨루라 방식으로 재배하는 아씨르티코 포도

지난 30년 동안 그리스 본토에서 아시르티코 포도밭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산토리니처럼 환경이 나쁘지 않은 그리스 본토에서 아씨르티코는 다른 포도와 같은 방식으로 재배되었고 수확량도 늘어났죠. 또한 말라구지아 같은 다양한 청포도와 섞어서 와인을 만들어도 뛰어나고 개성적인 맛을 보여줄 수 있는 품종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현대적인 아씨르티코 와인은 전 세계의 최고급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처음 올라간 와인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모호했던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애호가들의 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아씨르티코는 세계 와인 시장에서 떠오르는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3. 아씨르티코 재배지

그리스의 내륙과 섬에서 주로 재배하지만, 남호주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의 짐 배리 와인스(Jim Barry Wines)에서도 아씨르티코를 기릅니다. 북부 캘리포니아의 뉴 클레르보 수도원(Abbey of New Clairvaux)과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먼로(Monroe)에 있는 케피 와이너리(Kefi Winery)를 경영하는 그리스인 가족도 2011년부터 아씨르티코를 기르고 있죠.

미국에 처음 아씨르티코를 들여온 사람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Davis)의 포도 육종가인 해롤드 올모(Harold Olmo)였습니다. 그가 1948년에 들여온 아씨르티코 삽목(cutting)은 바로 심어지진 않았고, 2000년대 초에 뉴 클레르보 수도원에서 관심을 가질 때까지 보관 중이었습니다.

4. 아씨르티코 와인의 향

아씨르티코 와인의 대표 향 중 하나인 미네랄

레몬과 자몽 같은 시트러스 종류, 복숭아와 살구 같은 핵과류, 푸른 사과와 서양배, 미네랄 같은 광물 향이 나옵니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은 오크와 삼나무, 견과류, 열대과일 향도 풍깁니다.

산토리니의 아씨르티코 와인은 바다와 젖은 자갈, 짠 바닷냄새가 두드러집니다. 독특한 미네랄 풍미와 함께 상쾌하고 신선하면서 아주 드라이한 맛이 나죠. 열대 과일 풍미는 돌과 소금 맛에 이어지죠.

빈산토 와인에선 크림 브륄레(crème brûlée)와 초콜릿, 말린 살구, 건 대추, 말린 무화과의 향과 풍미가 넘쳐납니다.

5. 아씨르티코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해산물과 생선구이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닭고기와 칠면조 같은 가금류와 돼지고기 요리에도 잘 맞고, 크림소스나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파스타와 함께 마셔도 좋습니다. 에그 토스트도 간단하게 곁들일 수 있고 잘 맞는 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