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거대한 삼나무 숲에 들어선 듯한 느낌 - Chateau Gazin 2002

까브드맹 2023. 11. 18. 21:44

샤토 가쟁 2002

1. 샤토 가쟁 2002

이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뽀므롤(Pomerol) 마을에 있는 샤토 가쟁의 대표 와인, 즉 그랑 뱅(Grand Vin)입니다. AOC 등급 와인으로 2002 빈티지는 메를로(Merlot) 85%에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5%를 섞어서 만들었죠. 생산량은 37,200병이었습니다.

2. 와인 시음기

첫 잔의 향기를 맡는 순간, 마치 거대한 삼나무의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무와 지린내, 나무 열매 향 등등 복잡하면서도 무거운 향을 풍깁니다. 맛은 매우 묵직하며 떫은 탄닌의 느낌이 길게 길게 이어집니다. 향과 맛의 느낌이 마치 중세의 안개 낀 거대한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어둡고 축축한, 숲에서 맡을 수 있는 온갖 냄새의 범벅.... 마치 태고 이래의 세월이 느껴질 듯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향은 좀 더 부드러워지고, 순화되지만 와인의 힘은 여전합니다. 마치 거친 원목이 사람의 손길로 부드러운 목재로 재탄생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또는 차갑고 축축했던 숲속이 떠오르는 햇볕을 받으며 따스하면서 활발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맛은 여전히 강하지만 탄닌은 부드럽게 순화되고, 여운이 오래도록 입에서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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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후에 디캔팅 해서 1시간이 지난 다음 천천히 마사면 그 느낌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2002년은 보르도의 포도 작황이 특별히 좋았던 해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힘과 향을 발산하는데, 2000년이나 2005 빈티지라면 어느 정도일지 아찔하군요.

저가의 메를로 와인에선 절대로 맛볼 수 없는 강대한 느낌을 주는 걸작 와인으로 메를로 와인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진 분이라면 꼭 한 번 마셔봐야 할 와인입니다.

3. 어울리는 음식

그릴에 레어나 미디엄 레어로 구운 소고기 스테이크와 함께 먹으면 최고의 마리아쥬를 보여줄 겁니다. 양갈비와 소고기 등심과 안심구이, 기타 붉은 육류 요리와 함께 마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