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궁합이 맞는 잘 차려진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 국룰이지만, 때때로 간단한 음식만 곁들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입맛이 없거나, 앞서 식사를 잘해서 배가 부르거나, 음식보다 와인에 더 비중을 두고 싶을 때죠. 이럴 때 간단히 곁들일 수 있는 안주 몇 가지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1. 빵과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와인 시음에 필요한 것은 햇빛과 물, 빵뿐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햇빛은 와인 색상을 잘 보기 위하여, 물은 입을 헹구기 위하여, 빵은 앞서 마신 와인의 남은 맛을 씻어주고 와인에 자극받은 위도 채워주기 위해 필요하죠. 빵을 발사믹 식초를 넣은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이때 먹는 빵은 바게트나 모닝 롤처럼 단맛이 거의 없는 빵이 좋습니다.
2. 베이커리의 샐러드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땐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샐러드가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부담도 적고 와인과 잘 어울리죠. 다만 오크 숙성한 미디엄이나 풀 바디 화이트 와인은 샐러드와 안 맞을 수 있으니 피해야 합니다.
3. 피망과 파프리카
피망과 파프리카는 와인과 참 잘 맞는 채소입니다. 익히지 않은 것은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잘 맞고, 구운 것은 풀 바디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레드 와인에도 잘 맞습니다.
4. 크레미
화이트 와인과 잘 맞고 가벼운 레드 와인과 함께 먹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5. 슬라이스 치즈와 빵(바게트 등)
일반 슬라이스 치즈를 와인과 먹으면 맛이 없습니다. 치즈가 부서지는 느낌이며 와인과 따로 놀죠. 그렇지만 빵에 올려서 먹으면 의외로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빵과 와인이 어울리는 가운데 치즈가 다양한 맛을 추가해 주는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6. 즉석 수프와 빵
따끈한 음식을 레드 와인의 탄닌을 부드럽게 해 줍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즉석 수프와 빵은 라이트나 미디엄 바디의 레드 와인과 잘 맞습니다.
7. 생햄과 빵
와인에 생햄을 그냥 먹으면 너무 짜서 안 맞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빵과 함께 먹으면 생햄의 짠맛이 빵의 심심한 맛과 섞여서 먹기 좋게 되고 와인과 어울리게 됩니다.
8. 과일 치즈
호주의 램노스 치즈는 과일 조각이 박혀 있어서 달고 맛있지만, 일반적인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에는 맞지 않죠. 그렇지만 모스까토(Moscato)로 만든 스위트 와인에는 딱 어울립니다. 와인의 신맛과 단맛이 과일의 단맛이 서로 작용하여 멋진 마리아쥬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