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칠레 피노 누아 와인의 신세경 - William Cole Vineyards Bill Pinot Noir 2008

까브드맹 2021. 10. 25. 22:09

윌리엄 콜레 빈야즈 빌 피노 누아 2008

윌리엄 콜레 빈야즈(William Cole Vineyards)의 빌 피노 누아(Bill Pinot Noir) 2008는 칠레 아콩카과 리젼(Aconcagua Region)의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신세계의 올빈 와인

오랫동안 "구세계 와인은 몇 년 동안 숙성해서 마셔야 하지만, 신세계 와인은 오래 두지 않고 바로 따서 마셔도 맛있다."라는 얘기는 정설처럼 통했습니다. 신세계 와인 중에선 수입 후 어느 정도 안정 기간만 지나면 맛있는 와인이 많았고, 대부분 코르크를 딴 후에 30분~1시간 정도 지나면 맛과 향이 활짝 피어나서 위의 말을 입증해 줬죠. 적어도 보르도 와인처럼 개봉 후 2~3시간, 심지어 영한 크랑 크뤼 와인처럼 12~24시간이 지나도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와인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오래 숙성된 와인에 관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했던 것도 이러한 생각을 강화했습니다. 미국 와인의 역사가 개척민과 함께 시작되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와인의 역사도 100년이 넘는다고 하지만, 의미 있는 품질을 가진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경우 1950년대 이후, 칠레는 7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는 90년대 이후라고 봐야 하거든요. 물론 그전에도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들이 있긴 했지만, 극소수였고 생산량도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신세계 와인도 올 빈이 늘어나면서 위의 평가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구세계 와인이 새로운 양조법을 받아들여 "빈티지가 오래되지 않아도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처럼, 신세계 와인 역시 "오래될수록 맛있는 와인" 생산이 늘어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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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빌 피노 누아 2008

빌 피노 누아 2008은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와인이랄 수 있습니다. 고가의 피노 누아 와인이 아니라 4만 원 전후의 피노 누아 와인, 그것도 칠레 와인이 2008 빈티지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거부감이 들 겁니다. '칠레 중저가 피노 누아가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을까?' 내지 '오래 숙성했다고 칠레 피노 누아가 품종의 특성이 제대로 나올까?'라는 의구심에 말이죠. 그러나 빌 피노 누아 와인은 그러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강인한 성질과 풍부한 향, 복합적인 맛을 보여줍니다.

앞서 소개했던 같은 윌리엄 콜레 빈야즈의 콜럼바인 스페셜 리저브 피노 누아(Columbine Special Reserve Pinot Noir) 2011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지만, 콜럼바인 스페셜 리저브 피노 누아가 오픈 게임이라고 한다면, 빌 피노 누아 2008은 본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콜럼바인 스페셜 리저브 피노 누아 2011의 시음기는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높은 수준의 재배법을 사용해서 제한된 물량만 키운 포도를 사용했습니다. 특이하게 화이트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양조했고, 숙성 기간은 2년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루비색이지만, 테두리에 긴 숙성 시간을 입증하는 가넷 빛이 살짝 돕니다. 검은흙과 나무, 버섯, 검붉게 잘 익은 체리 향이 올라오고 볶은 콩 냄새도 슬쩍 스치네요. 이어서 건포도와 말린 대추, 말린 체리, 건자두 같은 달고 진한 향과 육두구, 타임(thyme)의 향긋한 향이 퍼집니다. 슬슬 고소한 견과류와 부드러운 바닐라 향도 풍기네요. 여러 향이 어우러지면서 복합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나중엔 말린 무화과와 사향, 향신료도 나옵니다.

부드럽고 볼륨이 느껴집니다. 오랜 숙성으로 매끄러워진 탄닌은 떫은 기운이 없네요. 구조는 둥글둥글하고 빈틈이 없습니다.

검붉은 과일의 풍성한 산미가 느껴진 후에 말린 과일의 단 풍미가 남습니다. 검은 과일과 대추, 그을린 나무, 검은흙, 버섯, 타임 등의 등의 풍미도 나오네요. 시간이 지나면 낙엽과 부엽토, 가을날의 마른 과일 풍미가 함께 합니다. 오랫동안 잘 숙성된 알코올은 와인에 부드러운 힘을 안겨줍니다. 마신 후엔 검은 과일과 말린 과일, 태운 나무와 검은흙, 타임 등의 풍미가 길게 여운을 남깁니다.

 

 

검붉은 과일의 산미와 우아하게 숙성한 탄닌, 13.5%의 알코올이 아름답고 훌륭하게 조화와 균형을 이룹니다.

2008 빈티지는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즈 2010에서 은상(Silver)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의 빌 피노 누아 2008은 숙성 기간이 짧아서 탄닌이 너무 억셌을 겁니다. 그러나 수입사 창고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숙성된 지금은 훌륭한 상태의 칠레 피노 누아 와인을 맛볼 수 있죠. 다만 코르크를 딴 후 30분~1시간 정도 지난 후 마셔야 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남다른 칠레 피노 누아 와인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반드시 마셔보세요.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갈비찜과 비프 부르기뇽, 미트 스튜, 라구 소스 파스타, 동파육, 버섯요리,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2월 5일 시음했습니다.

 

[칠레] 칠레 피노 누아가 별 볼 일 없을 거란 편견을 버려! - William Cole Vineyards Columbine Special Reserve

● 생산 지역 : 칠레 > 아콩카구아 리젼(Aconcagua Region) > 까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 ● 품종 : 피노 누아(Pinot Noir) 100%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갈비찜과 뵈프 부르기뇽,

aligals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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