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오스트리아] 달콤한 과일 맛과 조화를 이루는 짜릿한 산미 - Kracher Beerenauslese Cuvee 2017

까브드맹 2021. 6. 11. 09:00

Kracher Beerenauslese Cuvee 2017

크라허 베어렌아우스레제 뀌베(Kracher Beerenauslese Cuvee) 2017은 오스트리아 바인란트(Weinland)의 부르겐란트(Burgenland)에서 재배한 벨쉬리슬링(Welschriesling)과 샤르도네(Chardonnay) 포도로 만든 프라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베어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 등급의 스위트 와인입니다.

1. 스위트 와인

디저트용으로 주로 마시는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4가지입니다.

귀부 현상(Noble Rot)을 일으키는 잿빛곰팡이균(Botrytis Cinerea)을 활용하는 방법. 토카이 앗쑤(Tokaji Aszu)와 쏘테른(Sauternes) 와인이 대표적입니다.

②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짚을 깔고 포도를 자연 건조해서 당분을 농축시키는 방법. 이탈리아의 빈 산토(Vin Santo)와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가 대표적입니다.

③ 겨울의 혹한에 얼어버린 포도에서 과즙을 짜내서 만드는 방법. 독일의 아이스바인(Eiswein),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Ice Wine)이 대표적입니다.

④ 포도가 익어도 수확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당분 함량이 최대로 높아졌을 때 따서 만드는 방법. 독일의 프라디카츠바인들과 신세계의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와인이 대표적입니다.

베어렌아우스레제는 4번의 프라디카츠바인에 속하는 와인 등급입니다. 베리 열매(처럼 익은 포도의) 선별 수확이란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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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스트리아 와인 법

오스트리아 와인 법에는 세 가지 등급 시스템이 있습니다.

① 독일 와인 법에 기초한 전통적 등급 구분(National Classification)

② 오직 바하우(Wachau)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바하우 등급 구분(Wachau Classification)

③ 지역 명칭 시스템인 DAC(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 제도

이중 전통적 등급 구분은 2차 대전 당시 독일 와인 법을 기초로 만들었고 1985년에 개정해서 현재까지 사용 중입니다.

독일처럼 수확 시기의 포도즙 농도를 측정해서 등급을 결정하죠. 포도즙 농도는 당분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기타 여러 가지 성분에 따라 좌우되죠. 독일 와인처럼 오스트리아 와인에도 베어렌아우스레제 등급이 있습니다.

 

 

3. 와인 생산자와 양조

크라허 베어렌아우스레제 뀌베 2017을 생산한 알로이스 크라허(Alois Kracher) 부자는 일미츠 마을을 세계 와인 지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입니다. 크라허 부자는 매년 귀부병의 감염 정도에 따라 신중하게 포도를 선택해서 다양한 종류의 스위트 와인을 만들죠.

특히 샤르도네와 벨쉬리슬링을 섞어 만드는 트로켄베어렌아우스레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하는 와인 1001>에도 수록되었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베어렌아우스레제 와인 역시 맛과 향이 훌륭합니다.

노이지들러제 호수 근처의 포도밭에서 기른 웰시리슬링과 샤르도네를 6:4로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한 후 큰 오크통에서 12개월 동안 숙성했죠.

 

 

4. 와인의 맛과 향

Kracher Beerenauslese Cuvee 2017의 색

꽤 진한 금색입니다. 꿀과 말린 망고, 파인애플, 설탕에 절인 복숭아 같은 달콤한 향에 흰 나무와 향신료 같은 우아하고 그윽한 향이 나옵니다. 날 견과류 향도 살짝 퍼집니다.

부드럽고 깔끔합니다. 너무 진득하지 않아서 마시기에도 좋군요. 구조도 허술하지 않고 깨끗합니다.

설탕에 절인 황도처럼 달콤한 맛에 말린 파인애플 같은 노란 과일의 산미가 풍부해서 훌륭한 균형을 이룹니다. 꿀과 말린 망고, 파인애플 풍미에 밀랍 느낌이 은근하게 섞여 나옵니다. 미묘한 향신료와 나무 풍미는 마시는 재미를 더해주고요. 알코올은 알맞은 힘을 실어줍니다. 마신 후에도 꿀과 말린 노란 과일, 설탕에 절인 황도 맛이 길게 이어집니다. 뒷맛에 남는 뛰어난 산미는 전체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아주 달콤한 맛과 짜릿한 산미가 멋진 균형을 이루고 11%의 알코올이 부족하지 않은 힘을 줍니다. 절대적인 맛과 향도 좋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좋습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과일과 생크림 케이크, 크렘 브륄레(crème brûlée), 마카롱, 패스츄리 같은 각종 디저트, 말린 과일, 바닐라 아이스크림, 설탕에 재거나 졸여서 만든 정과(正果) 종류, 고르곤졸라 같은 블루치즈 등입니다. 더운 여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시럽처럼 뿌려드셔도 좋고, 낯선 방법이지만 위스키 잔에 얼음을 넣고 온 더 락으로 드셔도 좋습니다. 마시기 좋은 온도는 10-12℃입니다.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버킷 93점, 와인 스펙테이터 91점, 독일의 유명한 와인 평가지인 팔스타프 마가진(Falstaff Magazin) 93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5월 2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