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검붉은 과일부터 볶은 콩까지, 다양한 향의 파노라마 - Domaine Vincent Girardin Volnay Premier Cru Les Santenots 2015

까브드맹 2021. 6. 9. 09:00

● 생산 지역 : 프랑스 > 부르고뉴 > 꼬뜨 도르 >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 볼네-상트노(Volnay-Santenots)

● 품종 : 피노 누아(Pinot Noir) 100%

● 등급 : AOC Volnay 1er Cru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같은 붉은 육류, 메추리 같은 야생 조수,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 같은 고기찜, 버섯을 넣은 소고기 요리, 브리(brie) 치즈 등

이 레드 와인은 도멘 뱅상 지라르뎅이 부르고뉴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에 있는 볼네(Volnay) AOC의 1등급 밭인 레 상트노(Les Santenots)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뱅상 지라르뎅은 1980년 불과 19세의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포도밭 2헥타르를 갖고 시작한 부르고뉴 꼬뜨 드 본의 와인 생산자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양조 기술을 바탕으로 부르고뉴 전역의 포도밭 22헥타르에서 그랑 크뤼 와인 10종과 프르미에 크뤼 와인 43종을 생산하는 도멘으로 성장시켰죠. 전 세계의 와인 평론가들이 그의 와인을 격찬했으며, 특히 화이트 와인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여줬습니다.

안타깝게도 뱅상 지라르뎅은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은퇴하게 되었고, 2012년에 오랜 동료였던 쟝-삐에르 니에(Jean-Pierre Nié)에게 도멘과 포도밭을 매각했습니다. 쟝-삐에르 니에는 도멘을 인수한 후에도 이름을 바꾸지 않았으며, 그의 양조 철학을 반영한 와인을 계속 생산하고 있죠.

 

Spirit of great wines from Burgundy - Vincent Girardin

VINCENT GIRARDIN Burgundy, From Santenay to the hill of Corton A prestigious terroir combined the talent and the passion of a team

www.vincentgirardin.com

부르고뉴 꼬뜨 드 본의 많은 마을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함께 생산하지만, 볼네 AOC에선 주로 피노 누아를 사용한 레드 와인만 생산합니다. 2008년 기준으로 볼네의 와인 총생산량은 7,733헥토리터 정도입니다. 병으로 계산하면 1백만 병을 갓 넘기는 양이죠.

볼네 AOC에는 그랑 크뤼 포도밭이 없으므로 30개의 프르미에 크뤼(Premiers Cru)가  최고 등급입니다. 이중 레 상트노 포도밭은 볼네 AOC에 속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볼네 마을과 인접한 뫼르쏘 마을의 북쪽지역에 속하죠. 볼네 AOC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프랑스] 부르고뉴 > 꼬뜨 도르 >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 볼네 & 볼네-상트노(Volnay & Volnay-Santenots

(이미지 출처 : https://www.bourgogne-wines.com/gallery_images/site/3/19988/19989/20023.jpg) 부르고뉴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의 볼네(Volnay) 마을은 1937년에 AOC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레이블에 "..

aligalsa.tistory.com

살짝 으깬 다음 줄기를 제거한 피노 누아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넣고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발효 후에 알코올을 오크통에 넣고 젖산 발효하며 15개월 동안 숙성했죠. 새 오크통 비율은 30% 입니다. 병에 담기 한 달 전에 각 통의 와인을 혼합해서 맛을 조절하고 서양식 음력으로 길일에 병에 담았습니다.

2015 빈티지는 와인 인슈지애스트에서 94점(2018년 시음), 지니 초 리(Jeannie Cho Lee) 92점을 받았습니다.

약간 어두운 빛이 있는 조금 연한 루비색입니다. 

무르익은 검붉은 체리와 어두운 산딸기 향이 코를 찌르고 우아한 향나무와 삼나무 향이 기품을 더해줍니다. 축축한 흙과 버섯, 낙엽 향이 다채롭고 복합적인 느낌을 주고, 그을린 나무와 부드럽게 볶은 콩 향이 향긋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나무와 볶은 콩, 견과류 향이 강해지며 마늘종 향도 올라옵니다.

탄닌은 얇고 매끄러우며 탱탱합니다. 빈틈없이 치밀한 구조가 당당하군요. 드라이하며 검붉은 과일의 산미가 풍성합니다. 그러나 그을린 나무와 흙, 버섯, 낙엽 등의 풍미가 두드러져서 표면적인 산미는 강하지 않습니다. 혀 밑에 고이는 침의 양으로 판단할 수 있죠. 부드럽게 녹아든 알코올은 와인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여운은 길고 혀에는 나무 느낌을, 코에는 검붉은 과일과 태운 나무 향을 남깁니다.

풍성한 산미와 매끄럽고 짱짱한 탄력적인 탄닌, 13.5%의 우아한 알코올이 힘찬 균형을 이룹니다. 과일 위주의 단조로운 풍미보다 숙성을 통한 나무와 낙엽, 태운 콩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맛을 더해주는 와인이네요.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6월 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