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포르투갈] 오래 숙성해도 청량한 아린뚜 포도의 맛 - Quinta da Murta “The Wine of Shakespeare” Branco 2012

까브드맹 2021. 6. 6. 12:06

● 생산 지역 : 포르투갈 > 포르투갈 중부 > 리스보아(Lisboa) > 부셀라스(Bucelas)

● 품종 : 아린뚜(Arinto) 100%

● 등급 : DOC Bucelas

● 어울리는 음식 : 생굴 같은 익히지 않은 해산물과 생선 요리, 그릴에 구운 해산물과 생선 요리, 닭고기 같은 가금류, 알리오 올리오 같은 파스타, 깐풍새우처럼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동양 음식, 각종 나물 등

낀타 다 무르타 "더 와인 오브 셰익스피어" 블랑코 2012는 DOC 부셀라스에서 재배한 아린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포르투갈 와인의 왕자로 불리는 부셀라스(Bucelas)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 생산지이죠. 아린뚜(Arinto) 포도로 만드는 부셀라스의 화이트 와인은 수 세기 동안 포르투갈의 유일한 화이트 와인이었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포르투갈 왕실과 영국 왕실에서 즐겨 마셨습니다. 이 와인도 빈티지로부터 9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청량한 맛이 살아 있습니다.

 

Quinta da Murta

 

www.quintadamurta.pt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시기에 부셀라스 와인은 영국 왕실뿐만 아니라 영국의 모든 계층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당시 영국에선 부셀라스 와인을 그 지역의 작은 마을 이름을 따서 "차르네코(charneco)"라 불렀고, 셰익스피어가 1594년에 쓴 희곡인 헨리 6세 2부에도 "차르네코" 와인이 언급됩니다.

부셀라스의 아주 작은 경계 지역의 언덕에 있는 낀타 다 무르타(Quinta da Murta)의 와인 레이블에 "The Wine of Shakespeare"라는 글귀가 적힌 것은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wein.plus/uploads/editor/images/6739/Arinto%20(Arinto%20de%20Bucelas).jpg)

2,000년이 넘는 오랜 옛날에 로마인이 이베리아 반도로 갖고 온 아린뚜 포도는 포르투갈의 더운 날씨에도 높은 산도와 레몬 풍미가 나오기에 화이트 와인을 위한 최고의 재료가 됩니다. 

초기엔 레몬 껍질과 자몽, 캐모마일(Chamomile) 향이 주로 나오지만, 숙성하면서 밀랍(Beeswax)과 헤이즐넛 향이 발달합니다. 일반적으로 청량한 화이트 와인은 5~6년가량 지나면 맛과 향이 떨어지지만, 리슬링(Riesling)처럼 산도가 아주 높은 아린뚜 와인은 7년 이상 맛과 향이 발전할 수 있죠. 

부셀라스 뿐만 아니라 떼쥬(Tejo)와 비뉴 베르드(Vinho Verdes) 같은 지역에서도 재배하며 포르투갈의 유명한 염장 대구인 바칼라우(bacalhau)를 비롯한 해산물 요리와 잘 맞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live.staticflickr.com/8398/8713826868_40109f5662_b.jpg)

낀타 다 무르타 "더 와인 오브 셰익스피어" 화이트 2012는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농법으로 재배한 아린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손으로 수확한 후 낮은 온도에 보관해서 향과 풍미가 살아나도록 했고, 서늘한 온도에서 발효했습니다. 그 후 4~6개월 동안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숙성하며 규칙적으로 휘저어서(batonnage) 풍미가 좋아지도록 했죠.

출시 후에 바로 마셔도 좋고 상당 기간 보관하면서 매년 발전하는 향을 느끼며 마셔도 좋습니다. 이 와인도 2012 빈티지이지만 싱그러운 맛은 만든 지 얼마 안 된 와인 같습니다.

2012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 89점을 받았습니다.

제법 진한 레몬색입니다. 

푸른 사과 같은 녹색 과일과 라임, 레몬 같은 시트러스 과일 향이 나옵니다. 싱그러운 풀과 미네랄, 석회 향이 이어지고 꽃 향도 풍깁니다.

상쾌하고 가볍습니다. 구조는 발랄하고요. 드라이하고 싱그러운 녹색 과일의 산미가 가득합니다. 푸른 사과와 라임 같은 과일 풍미에 석회 같은 미네랄, 싱그러운 허브 풍미가 함께 나오는 맛은 소비뇽 블랑 와인과 비슷합니다. 과일의 신맛과 단 풍미와 함께 미네랄의 짠맛이 나옵니다. 알코올도 산미와 함께 와인에 활력과 기운을 줍니다. 마신 후엔 신맛과 짠맛, 은근한 감칠맛이 입에 맴돕니다. 

가벼운 바디보다 진한 산미와 13%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신맛과 미네랄, 약하게 나오는 과일의 단맛은 굴과 생선회 같은 해산물과 어울리는 와인의 덕목을 고루 갖췄다고 볼 수 있죠. 소비뇽 블랑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스러울 겁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1월 1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