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라울 고테린 에 피스(Domaine Raoul Gautherin & Fils)의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 바이용(Chablis 1er Cru Vaillons) 2017은 프랑스의 부르고뉴(Bourgogne) 북부에 있는 샤블리(Chablis) AOC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donnay) 포도로 만든 프르미에 크뤼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샤블리
프랑스 부르고뉴 북단의 샤블리 AOC에선 샤르도네 포도로 만드는 섬세하고 우아하며 산미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 나옵니다. 달지 않고 순수하면서 깨끗한 맛과 향을 가진 샤블리 와인에선 부싯돌 냄새, 혹은 '구뜨 드 삐에르 아 퓨질(gout de pierre a fusil, 수발총(燧發銃)의 부싯돌)'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향이 나오죠. 이 향은 때때로 '쇠 냄새'로 표현됩니다.
샤블리 와인은 4개의 등급으로 나뉩니다.
① 원래는 샤블리 와인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샤블리 와인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샤블리란 이름을 달게 된 쁘띠 샤블리(Petit-Chablis)
② 예로부터 샤블리 와인을 만들던 지역에서 생산하는 샤블리
③ 샤블리 마을에 있는 포도밭 중에서 입지 조건이 좋아 매우 뛰어나 포도가 열리는 포도밭에서 나오는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Chablis 1er Crus)
④ 샤블리 마을의 포도밭 중 최고의 포도가 열리는 7개 포도밭에서 나오는 샤블리 그랑 크뤼(Chablis Grand Crus)
이 중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에 속한 포도밭은 40개이며 ABC 순으로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Beauroy, Berdiot, Beugnons, Butteaux, Chapelot, Châtains, Chaume de Talvat, Côte de Bréchain, Côte de Cuissy, Côte de Fontenay, Côte de Jouan, Côte de Léchet, Côte de Prés Girots, Côte de Savant, Côte de Vaubarousse, Forêt, Fourchaume, Les Beauregards, Les Epinottes, Les Fourneaux, L'Homme Mort, Les Lys, Mélinots, Mont de Milieu, Montée de Tonnerre, Montmains, Morein, Pied d'Aloue, Roncières, Séchet, Troesme, Vaillons, Vaucoupin, Vaudevey, Vaugiraut, Vauligneau, Vaulorent, Vaupulent, Vaux Ragons, Vosgros
2.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샤블리 마을에서 7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어 온 도멘 라울 고테린 에 피스(Domaine Raoul Gautherin & Fils)는 전통적인 샤블리 와인의 맛과 향을 고집합니다. 철저한 가족 경영으로 도멘을 운영하며 포도의 신선한 맛에 중심을 두고 가장 자연적인 와인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 바이용 2017은 40개의 1등급 포도밭인 중 하나인 바이용 포도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계곡의 이상적인 자리에 위치한 바이용 포도밭에선 미네랄 풍미가 있고 흰꽃 향을 풍기는 섬세한 화이트 와인이 나오죠.
당장 마셔도 좋지만, 몇년 더 숙성했다가 마실 수도 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조금 연한 레몬색입니다. 아카시아 같은 흰 꽃과 흰 채소, 식물성 지린내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연한 사과와 날 견과류, 향긋하고 살짝 매콤한 향신료 향이 퍼집니다. 이내 흰 속살의 나무와 은은한 미네랄, 조팝나무 꽃향기가 올라오고 시간이 지나면 흰 복숭아 같은 핵과류 과일의 향도 나타납니다.
깨끗하고 청량하면서 우아합니다. 무겁지 않은데도 깊이와 기품이 있네요. 구조는 빈틈없이 훌륭합니다.
드라이하고 깨끗합니다. 싱그럽고 깊이 있는 산미와 청량한 감칠맛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한 종류의 풍미가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참 매력적이네요. 과일보다 꽃과 채소, 식물, 향신료, 밀랍 등의 풍미가 많지만 산도가 과일 맛을 살려주고 다채로운 풍미가 복합적인 맛을 만듭니다. 여운에선 채소와 꽃, 식물성 풍미가 오래 남습니다.
세련되고 우아한 산미와 13.5%의 알코올이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룹니다. 우아하고 세련되며 다채로운 와인으로 한 잔 마시면 끝까지 안주 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은 각종 샐러드, 농어 스테이크, 버터를 두른 가자미구이, 해물 그라탕, 바닷가재 요리, 닭고기 스테이크, 돼지고기, 맵지 않은 해물찜 등입니다.
와인 인슈지에스트에서 91점을 받았고, 2017년도 2018년과 같이 빈티지 점수가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21년 5월 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