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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감칠맛 나고 숙성 향이 굉장히 좋은 남성적인 스파클링 와인 - Quinta da Murta Espumante Brut Nature 2012

까브드맹 2021. 1. 16. 18:23

Quinta da Murta Espumante Brut Nature 2012

낀타 다 무르타(Quinta da Murta)의 에스푸만테 브루트 네이투르(Espumante Brut Nature) 2012는 포르투갈 중부의 리스보아(Lisboa)에 있는 부셀라스(Bucelas) DOC에서 재배한 아린뚜(Arinto) 포도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포르투갈 와인의 왕자로 불리는 부셀라스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 생산지입니다. 아린뚜 포도로 만드는 부셀라스의 화이트 와인은 수 세기 동안 포르투갈의 유일한 화이트 와인이었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포르투갈 왕실과 영국 왕실에서 즐겨 마셨죠.

포르투갈 탐험가인 바스코 다 가마(Vasco de Gama)의 기함인 성 가브리엘(São Gabriel)호의 선원들이 인도 항로를 발견한 후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축하주로 사용했던 와인도 부셀라스의 화이트 와인이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영국·스페인·포르투갈 동맹군이 나폴레옹 군과 맞서 싸웠던 반도 전쟁(Peninsular War)에서 영국군 사령관 웰링턴 공작은 대부분의 시간을 부셀라스에서 보냈습니다. 귀국했을 때 웰링턴 공작은 영국 왕 조지 3세에게 부셀라스 와인을 진상했고, 왕은 매일 약주 삼아 부셀라스 와인을 마셨죠.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시기에 부셀라스 와인은 영국 왕실뿐만 아니라 영국의 모든 계층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당시 영국에선 부셀라스 와인을 그 지역의 작은 마을 이름을 따서 "차르네코(charneco)"라 불렀죠. 셰익스피어가 1594년에 쓴 희곡인 헨리 6세 2부에는 여러 와인이 언급되는데 "차르네코" 와인도 그중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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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부셀라스의 아주 작은 경계 지역의 언덕에 있는 낀타 다 무르타의 와인 레이블에 셰익스피어의 초상화와 "The Wine of Shakespeare"라는 글귀가 적힌 것은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낀타 다 무르타의 포도밭은 나폴레옹 군에 대항했던 영국·포르투갈 동맹군의 마지막 북부 지역 요새 옆에 있으며 포르투갈을 가로지르는 로마의 주요 도로 중 하나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중해 지역과 아시아 남부에서 재배하는 머틀(Myrtle)은 유대-기독교 문화에서 가장 신성하고 향기로운 식물이며 고대 로마의 미의 여신 비너스의 열매이기도 하죠. 머틀을 포르투갈 말로 "Murta"라고 부릅니다.

 

 

3. 와인 양조

낀타 다 무르타의 스파클링 와인인 에스푸만테 브루트 네이투르(Espumante Brut Nature) 2012는 남동쪽을 향한 언덕에 있는 조개껍질과 석회암, 이회토로 이루어진 포도밭에서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으로 기른 아린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2,000년이 넘는 오랜 옛날에 로마인이 갖고 온 아린뚜 포도는 포르투갈의 더운 날씨에도 높은 산도와 레몬 풍미가 나와서 스파클링 와인을 위한 최고의 재료가 되죠.

포도 상태가 최적일 때 수확해서 25㎏ 짜리 작은 상자에 담아 옮긴 후 작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했습니니다. 2차 발효와 숙성은 전통 방법(Methode Traditionelle)에 따라 병에서 2년간 이뤄졌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Quinta da Murta Espumante Brut Nature 2012의 색

제법 진하며 연둣빛이 도는 레몬색입니다. 초반엔 거품이 크지만 점차 잘아지면서 0.3~0.7㎜ 정도로 가늘고 길게 올라옵니다.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과일과 열대과일, 돌가루 향이 먼저 나옵니다. 점차 이스트와 누룩 향이 나오고 재스민 같은 흰 꽃 향도 올라옵니다. 처음엔 살구씨처럼 고소하면서 비릿한 향이 있지만, 나중엔 호두 껍질과 고소한 견과류 향으로 바뀝니다. 나중엔 버터 넣은 쿠키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퍼지는데, 꽤 좋은 올드 스타일 샴페인, 예를 들어 돔 페리뇽(Dom Perignon)이나 크룩(Krug)에서 느낄 수 있는 향과 매우 비슷하네요.

제법 진하며 묵직한 거품 기운이 입안을 조용하면서 무겁게 두드립니다. 드라이하면서 오렌지와 열대 과일의 찐한 산미가 풍성하네요. 샛노란 시트러스와 무르익은 사과 풍미에 열대 과일 풍미가 조금 섞여있고, 여기에 붉은 베리 종류의 껍질 같은 맛이 은근합니다. 미네랄로 인한 짠맛과 쌉싸름하고 기분 좋은 쓴맛도 나오며, 뒷맛에는 누룩 풍미가 은은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단맛과 신맛이 감칠맛을 느끼게 해 주며, 알코올은 거품과 함께 와인에 강한 기운을 실어줍니다.

여운에선 강한 산미와 함께 무르익은 사과와 진한 색의 시트러스, 미네랄, 누룩 풍미가 복합적인 인상을 남겨주네요.

 

 

진한 사과와 시트러스의 산미가 힘이 강한 거품과 좋은 균형을 이루며, 12.5%의 알코올도 와인에 활기찬 기운을 줍니다. 남성적인 스파클링 와인으로 과일 풍미는 단순하지만, 숙성 향 쪽은 굉장히 좋고 감칠맛이 도네요.

각종 샐러드, 치킨 등 다양한 닭요리, 깐소새우와 깐풍육처럼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중국 요리, 제육볶음처럼 매콤한 돼지고기 요리, 족발냉채, 다양한 튀김 요리, 마카롱 같은 디저트 등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월 1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