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아주 복합적인 향과 맛, 티 나지 않으면서 자꾸 손이 가는 와인 - Domaine Stéphane Ogier Cote-Rotie La Serine 2018

까브드맹 2020. 12. 15. 15:27

Domaine Stéphane Ogier Cote-Rotie La Serine 2018

도멘 스테판 오지에(Domaine Stéphane Ogier)의 꼬뜨-로띠 라 세린(Cote-Rotie La Serine) 2018은 프랑스 북부 론(Northern Rhone)의 꼬뜨-로띠 AOC에서 재배한 세린(Serine)과 비오니에(Viognier)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1859년 크리스토퍼 오지에가 설립한 도멘 스테판 오지에(예전의 Domaine Ogier & Fils)는 7세대 동안 이어져온 포도밭에서 기른 포도로 150년간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어왔으며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항상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와이너리"로 평가받습니다.

1997년 부르고뉴의 본(Beaune)에서 학업을 마친 스테펜 오지에(Stephen Ogier)가 와인 사업을 이어받은 후 포도밭은 네 배로 늘어났고 많은 투자가 이뤄졌죠. 와인 품질은 놀랄 만큼 좋아졌으며 샤토네프 뒤 빠프(Châteauneuf du Pape)에서 가장 전통 깊은 포도원 중 하나인 끌로 드 로라투아르 데 빠프(Clos de l’Oratoire des Papes)를 구매하면서 생산량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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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법으로 길러진 오지에 에 피스의 포도는 조심스럽게 양조장으로 옮겨진 후 스티펜의 손을 거치며 훌륭한 와인으로 탄생합니다. 스티펜은 각 와인의 특성을 최고로 드러내기 위해 론 계곡 각지에서 재배한 다양한 포도를 사용하죠. 샤토네프 뒤 빠프에서 가장 큰 오지에 에 피스의 셀러에는 바리끄(barriques) 뿐만 아니라 600ℓ 크기의 데미-무이(demi-muids), 전통적인 오크통인 푸드레(foudres), 원뿔형의 뀌베 트롱코니끄(cuves tronconiques) 등등 다양한 오크통이 있습니다. 오지에 에 피스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가진 오크통에 와인을 넣고 최적의 조건에서 와인을 숙성합니다.

현재 오지에 에 피스는 장장(Jean Jean)을 필두로 뛰어난 와이너리들이 참여한 아디비니(Advini) 그룹의 회원이며 프랑스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와인 양조

"구운 언덕(Roasted Slope)"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강렬한 태양빛이 풍부한 꼬뜨-로띠(Cote Rotie)는 에르미따지(Hermitage)와 함께 북부 론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손꼽습니다. 이곳에선 색이 짙으면서 강하고 묵직한, 동시에 복합적이고 우아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죠. 시라(Syrah) 포도를 주로 사용하지만, 와인에 신선한 느낌을 주려고 청포도인 비오니에를 최대 20%까지 섞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대부분 5% 남짓 섞는다고 합니다.

도멘 스테판 오지에의 꼬뜨-로띠 라 세린 2018은 화강암과 편마암이 깔린 포도밭에서 기른 시라와 비오니에 포도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온도가 조절되는 개방형 탱크에 넣고 천연 효모와 함께 25~35일간 길게 발효하면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냈습니다. 그 후 데미-무이와 300ℓ 오크통에 넣고 12개월간 숙성했죠.

Domaine Stéphane Ogier Cote-Rotie La Serine 2018의 백 라벨

백 레이블을 보면 "세린(Serine)"은 시라의 조상 이름이라고 나옵니다. 까다로운 품종인 세린으로 만든 와인은 드물었지만 매우 품질이 좋았다고 하네요. 18세기 이후 론 지역에서 재배했으며, 도멘 스테판 오지에는 오래된 포도밭 구획에서 이 포도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마 현대의 시라보다 원시적인 품종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Domaine Stéphane Ogier Cote-Rotie La Serine 2018의 색

진한 루비색이나 테두리는 희미하게 퍼플빛이 띱니다. 체리와 블랙베리의 중간 정도 되는 향이 나오고 블루베리 향도 있습니다. 여기에 진흙과 쇠, 우아한 타임(thyme) 향이 섞여 있습니다. 햇살 아래 푸근한 먼지와 오래된 나무 향도 느껴지네요. 점차 오디와 블랙커런트, 가죽 향도 올라옵니다. 30분가량 지나니 초반의 다소 밋밋하고 매끈한 느낌이 푸근하고 복합적인 느낌으로 변화합니다. 바닥에 쇠와 진흙 향은 계속 나오면서 후추와 조금 오래된 쇠가죽 향이 흘러나옵니다.

진하고 부드러운 탄닌은 떫지 않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구조가 아주 웅장하진 않지만 나무랄 데 없는 충실하군요.

드라이하지만 검은 과일의 과즙 같은 풍미와 산미가 입과 혀를 자극합니다.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과일과 오래된 나무 풍미, 검은흙과 가죽 같은 숙성 풍미가 굉장히 편안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옵니다. 슬슬 견과류와 카카오 풍미가 나오고 검은 과일의 산미는 균형을 맞춥니다. 티 나지 않으면서 자꾸 손이 가는 와인이네요. 마신 후에는 검은 과일과 진흙, 쇠 느낌이 입에 계속 여운을 남깁니다.

 

 

검은 과일의 자연스러운 신맛이 풍부하고 진한 탄닌은 매끄럽고 편안합니다. 14%의 알코올은 와인에 충실한 기운을 전달하면서 앞의 두 요소와 정말 멋진 균형을 이룹니다. 맛과 향도 튀는 것이 없으면서 아주 좋습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와 양고기 구이, 꿩과 메추라기 같은 야생 조류, 미트 소스 파스타, 오향장육, 깐풍기, 숙성 치즈 등입니다.

2018 빈티지라서 마시기 이를 것 같지만 탄닌이 부드러워서 마시기 좋으며, 향도 개봉 후 30분 정도 지나면 충분히 피어오릅니다.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3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2월 1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