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샤토 드 보까스텔(Chateau de Beaucastel)
1905년에 설립된 샤토 드 보까스텔은 1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입니다. 현재 5대손인 피에르 페렝(Pierre Perrin)이 샤토의 운영을 맡고 있죠. 보까스텔의 와인은 기본적으로 여러 종류의 포도를 섞어서 만듭니다. 예를 들어 화이트 와인은 그르나슈 블랑(Grenache blanc) 50%, 비오니에(Viognier) 20%, 마르산(Marsanne) 15%, 루산(Roussanne) 15%로 만듭니다. 그 이유는 남부 론의 포도들이 한 종류로는 와인을 만들 때 완벽한 특성을 보이지 못하므로 블렌딩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것이기 때문이죠.
보까스텔은 유기농 와인 제조를 지향해 1951년부터 유기 농법을 사용했습니다. 포도를 재배할 때 비료를 전혀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와인을 양조할 때 산화를 막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이산화황(SO2)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산화 작용을 막기 위해 포도를 압착하기 전에 섭씨 80도에서 1분간 데운 후 식히는데, 이 방법을 쓰면 산화를 촉진하는 효모가 죽어서 산화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방법은 특허 출원되어 샤토 보까스텔과 파미에 페렝(Famille Perrin)의 와인에만 사용합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보까스텔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2. 샤토 드 보까스텔 샤토네프 뒤 빠프 2001
샤토 드 보까스텔이 프랑스 남부 론(Southern Rhone)의 샤토네프 뒤 빠프(Chateauneuf du Pape) 마을에서 생산한 샤토네프 뒤 빠프 2001에는 그르나슈 누아(Grenache noir)를 비롯한 13종의 포도를 섞어서 만듭니다. 품종별 혼합 비율은 그르나슈 누아 30%, 무흐베드르(Mourvèdre) 30%, 시라(Syrah) 10%, 쿠누와즈(Counoise) 10%, 생쏘(Cinsault) 5%, 그외에 바까레즈(Vaccarèse), 떼레 누아(Terret Noir), 뮈스까르뎅(Muscardin), 끌래레뜨(Clairette), 픽뿔(Picpoul), 피까르당(Picardan), 부르블랑(Bourboulenc), 루산을 합쳐서 15%입니다.
만든 지 거의 10년이 된 2001 빈티지이지만 샤토네프 뒤 빠프는 강건한 스타일들이 많아서 마시기 3시간 전에 디캔터에 담아 잘 브리딩(Breathing) 한 후 시음에 돌입했습니다. 첫 향은 뭐랄까... 고급 레드 와인에서 맡게 되는 다양한 향이 골고루 나왔습니다. 검붉은 과일 향, 구수한 흙 내음, 달짝지근한 감초에 은근한 담배 향, 야성적인 가죽 향, 그리고 인상적인 허브와 향신료 내음까지 연달아 튀어나옵니다. 고급 피노 누아도 상당히 다양한 향을 뿜어내지만 깔끔하고 깨끗한 것이 여성적인 느낌이 많은데, 샤토네프 뒤 빠프의 향은 강하면서 선이 굵고 진해 다분히 남성적인 느낌입니다.
오랜 시간의 브리딩으로 딱 좋은 상태를 보여줬습니다.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꽉 차고 둥글둥글한 인상이네요. 약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튀지도 않고 딱 적당한 힘과 질감을 느끼게 해 주며, 처음 마실 때부터 마지막 한 모금까지 변함없는 상태를 보여줍니다. 아울러 코와 입에서 느껴지는 신선함과 생기발랄함은 한 모금 마신 다음부터 걷잡을 수 없이 입안을 계속 적시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 주죠. 급하게 마시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약 2시간 정도에 걸쳐 천천히 마셨는데, 최후의 한 방울까지 시들지 않는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오래 숙성된 치즈, 오리고기와 양고기처럼 향이 강한 육류, 소고기 등심 등과 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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