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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붉은 체리의 달콤한 향과 나무 새순의 매콤한 향 - Gary Farrell Hallberg Vineyard Pinot Noir 2015

까브드맹 2020. 10. 11. 10:00

Hallberg Vineyard Gary Farrell Pinot Noir 2015

게리 패럴(Gary Farrell) 와이너리의 홀버그 빈야드 피노 누아(Hallberg Vineyard Pinot Noir) 2015는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의 소노마(Sonoma) 카운티에 있는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 AVA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미국의 피노 누아 와인

예전에 미국에서는 피노 누아를 아주 더운 지역에 심었습니다. 피노 누아는 더운 곳에선 풍미가 제대로 발전하기 전에 익어버리는 일이 많죠. 그래서 와인도 조금 구운 듯한 과일 향과 잼 같은 맛이 날 뿐 특색 없는 것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잘못된 교배로 인해 피노 누아의 특색을 잃어버린 묘목들도 많아졌죠.

그러나 몇몇 지역에서는 아주 뛰어난 피노 누아 와인이 나옵니다. 오리건(Oregon) 주의 피노 누아 와인이 특히 유명하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러시안 리버 밸리와 카네로스(Carneros)처럼 서늘한 지역에선 아주 훌륭한 피노 누아 와인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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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소노마의 러시안 밸리에 있는 게리 패럴 와이너리는 1985년에 게리 패럴이 로키올리(Rochioli)와 앨런(Allen) 포도밭에서 600병의 1982년 산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면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38년간 각 포도밭의 떼루아를 반영한 우아하고 복합적인 부띠끄 와인을 생산해왔죠.

2011년 4월에 빌 프라이스(Bill Price)가 와이너리를 인수했습니다. 빌 프라이스는 베린저(Beringer)의 전 CEO이면서 현재 키슬러(Kistler)의 최대 주주입니다. 또한 쓰리 스틱스(Three Sticks)와 루툼(Lutume), 듀렐(Durell), 갭스 크라운(Gap's Crown) 빈야드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게리 패럴 와이너리는 인수한 후에도 설립자의 정신을 기려서 초지일관 와인 품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죠.

게리 패럴의 와인들은 마치 부르고뉴 와인처럼 섬세하고 균형미가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특성은 와인 메이커인 테레사 에레디아(Theresa Heredia)가 프랑스 부르고뉴의 볼네(Volnay) 마을에 있는 유서 깊은 와이너리인 도멘 드 몽띠유(Domaine de Montille)에서 와인을 만들었던 경험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게리 패럴 홀버그 빈야드 피노 누아 2015는 소노마에서 그랑 크뤼(Grand Cru)로 평가받는 홀버그 포도밭에서 기른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서늘한 아침 시간에 수확한 포도를 테이블에서 잘 골라낸 다음 80%는 줄기를 제거하고 20%는 포도송이 통째로 으깼습니다. 으깬 포도를 7℃의 차가운 탱크에서 6일간 보관해서 과일 풍미를 늘려줬죠. 이후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를 거친 후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프랑스산 오크통(새 오크통 비율 40%)에서 16개월간 숙성했습니다. 오크 숙성이 끝나면 병에 담아 다시 12개월간 숙성해서 와인을 안정시킨 후 시장에 내보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Hallberg Vineyard Gary Farrell Pinot Noir 2015

피노 누아 치고 다소 진한 루비색입니다. 먼저 검붉은 체리 향과 나무 새순의 매콤한 향이 섞어서 나옵니다. 이어서 적 후추와 검은 딸기, 은은한 나무 향이 올라오고, 마늘쫑과 송진, 나무진, 담뱃잎 같은 독특한 향이 퍼집니다.

매끄럽고 진한 미디엄 바디 와인입니다. 진한 색으로 예상할 수 있듯 구조는 강인하고 탄탄합니다. 드라이하며 블랙 체리와 검은 딸기의 산미가 넉넉합니다. 검은 베리류 과일의 달콤한 풍미와 나무 새순의 매콤한 풍미가 만들어내는 조화가 아주 훌륭하네요. 미세한 단맛과 미세한 쓴맛이 함께 하며, 과일 풍미는 점차 레드 체리와 산딸기처럼 붉은색 쪽으로 바뀝니다. 대패로 깎은 나무 같은 매끈한 탄닌이 느껴지고, 절제된 알코올은 와인에 강건하고 탄탄한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여운에선 검은 베리류 과일과 버섯, 고기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드라이한 맛과 검고 붉은 과일의 넉넉한 산미, 14%로 강하지만 절제된 느낌을 주는 알코올이 서로 균형을 이룹니다. 다만, 지금 마시기엔 아직 어려서 1시간 정도 열어둔 후 마셔야 합니다. 3~5년 정도 지나면 아주 좋은 맛과 향을 줄 것 같습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갈비와 양갈비 구이, 구운 채소, 닭고기와 오리고기, 갈비찜과 뵈프 부르기뇽, 소고기 리소토, 버섯 요리, 소고기 카르파초, 참치 붉은 살,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0월 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