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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시각각 향이 바뀌는 놀라운 독일 슈패트부르군더 와인 - Weingut Bernhard Huber Malterdinger Spätburgunder 2017

까브드맹 2020. 8. 19. 16:53

Weingut Bernhard Huber Malterdinger Spätburgunder 2017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Weingut Bernhard Huber)의 말터딩거 슈패트부르군더(Malterdinger Spätburgunder) 2017은 독일의 바덴(Baden) 지역에 있는 말터딩겐(Malterdingen) 마을에서 재배한 슈패트부르군더 포도로 만든 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또는 VDP 오르츠바인(Ortswein)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는 독일의 바덴에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바덴은 포도밭 면적이 15,820헥타르로 독일에서 라인헤센(Rheinhessen)과 팔츠(Pfalz) 다음의 와인 생산지로 남쪽의 보덴제(Bodensee)에서 북쪽의 트라우버(Trauber)까지 약 400킬로미터에 걸쳐 포도밭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또한 독일의 최남단 와인 생산지로 기온이 따뜻해서 오크통에서 숙성한 풀 바디 슈패트부르군더(피노 누아) 와인이 많이 나옵니다.

바덴의 포도재배 지구는 9개이며, 지구마다 기후와 토질이 달라서 매우 다양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는 바덴 남쪽의 브라이스가우(Breisgau) 지구에 속한 말터딩겐 마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와이너리 소유주는 1959년에 태어난 베른하르트 후버로 와이너리 상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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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터딩겐 마을에서는 700년이 훨씬 넘는 옛날부터 시토 수도회(Cistercian)의 수도사들이 수행의 일환으로 슈패트부르군더 와인을 생산해왔습니다. 그들은 조개껍질 성분이 들어간 이 마을의 석회 풍화물 토양이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같은 토질인 것을 알고 있었죠.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는 그 수도사들이 가꿔온 포도밭 28헥타르에서 슈패트부르군더 뿐만 아니라 샤르도네(Chardonnay)와 그라우어 부르군더(Grauer Burgunder, 피노 그리), 바이쓰 부르군더(Weißer Burgunder, 피노 블랑) 등의 포도를 재배합니다.

베른하르트의 증조부는 세간에 포도나무에 미친 사람으로 알려졌었습니다. 그는 1951년까지 와인을 만들어서 나무통에 담아 팔았죠. 그 후 1962년부터 1987년까지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은 양조하지 않고, 수확한 포도를 포도생산자 협동조합에 팔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와인 양조학을 배우고 1982년에 와인 양조 기사 자격증을 딴 후버가 1987년부터 자기 포도밭의 포도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죠.

 

 

베른하르트의 레드 와인들은 여러 와인 경연 대회에서 계속 상을 받았고, 이로 인해 그는 1990년대 초에 독일 레드 와인 혁명을 이끈 최고의 레드 와인 생산자 중 한 명으로 추앙받게 되죠. 1977년에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는 독일우수와인양조협회(VDP)의 회원이 되었고, 1991년에는 프랑스식 오크통인 바리끄(Barrique)를 이용한 와인 숙성 관리와 개발, 완성을 목표로 하는 독일 바리퀘-포럼(Deutsches Barrique-Forum)의 창설 회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포럼의 목표는 독일의 떼루아에서 자란 우수한 슈패트부르군더를 프랑스식 양조법과 접목해 뛰어난 와인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베른하르트 후버는 2014년 6월에 사망했습니다. 지금은 베른하르트의 아들인 율리안(Julian)이 어머니인 바바라(Barbara)와 함께 아버지의 뜻을 이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죠. 바인구트 베르하르트 후버의 철학은 포도즙을 완전히 발효한 후 오랫동안 효모와 접촉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만든 와인은 드라이하면서 풍미는 농밀하고 복합적이며, 풍부하고 우아하면서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 와인 양조

바인구트 베른하르트 후버의 말터딩거 슈패트부르군더 2017은 말터딩겐 마을에서 수확한 슈패트부르군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알코올 발효 후 오크 숙성 기간은 18개월이며, 이때 발생하는 미세 산화(micro-oxygenation)가 와인의 맛과 향에 영향을 줍니다. 오크통은 당연히 225ℓ 용량의 바리끄를 사용하죠. 저장고에 약 600개의 바리끄가 있으며, 매년 150개를 새 것으로 바꿔주고 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Weingut Bernhard Huber Malterdinger Spätburgunder 2017의 색

맑고 영롱한 조금 연한 루비색입니다. 그을린 오크에서 우러나오는 향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스모키(smoky)하며 연한 타르와 타임(thyme) 향이 나오네요. 여기에 검붉은 베리류의 과일 향이 투명하게 나옵니다. 장미와 토스트, 가죽, 석회, 돌가루, 시원한 박하 향이 이어지고, 과일 향은 슬슬 창백한 붉은 베리류 쪽으로 바뀝니다. 여기에 나무 새순의 으깬 향과 마구간 향이 더해지고, 관능적인 과일 향과 소나무 향도 올라옵니다. 시간에 따라 바뀌는 향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군요.

구조는 깔끔하고 탄력적입니다. 탄닌은 떫지 않고 강철처럼 탄탄하네요. 드라이하면서 붉은 과일의 풍성한 산미와 함께 단맛이 은은하게 나타납니다. 그을린 나무와 타임 풍미가 가득하면서 베리류 과일의 풍미가 맛있게 나오네요. 여기에 향에서 느꼈던 다양한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집니다. 살짝 관능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충실한 알코올은 와인에 힘찬 기운을 불어넣습니다. 여운은 굉장히 강렬하고 길게 이어집니다. 붉은 과일의 산미와 석회 느낌, 은은한 단맛이 함께 합니다.

 

 

탄탄하고 매끄러운 탄닌과 붉은 과일의 풍성한 산미, 13% 이지만 강렬하고 기운 좋은 알코올, 여기에 계속 변화하는 맛과 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서양식 소고기 찜인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ignon), 양고기 직화구이와 양꼬치, 이베리코 흑돼지처럼 지방이 적은 돼지고기 요리, 꼬꼬뱅 같은 닭고기 요리, 양고기 스튜, 소고기 카르파치오, 육사시미, 연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20년 8월 1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