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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조금 단조롭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한 맛과 향을 가진 - El Toqui Gran Reserva Chardonnay 2017

까브드맹 2020. 6. 23. 12:27

El Toqui Gran Reserva Chardonnay 2017

까사스 델 토퀴(Casas del Toqui)의 엘 토퀴 그란 레세르바 샤르도네(El Toqui Gran Reserva Chardonnay) 2017은 칠레의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에 있는 라펠 밸리(Rapel Valley)의 하위 지역인 까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칠레의 샤르도네 와인

1980~199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샤르도네 붐(Boom)이 일어났을 때 호주 와인 생산자들은 복숭아와 열대 과일 향이 풍부하고 바닐라와 토스트, 버터 스카치 풍미가 나는 독특하고 마시기 편한 샤르도네 와인으로 세계 시장에서 히트를 쳤습니다. 따뜻한 호주 기후의 영향으로 생긴 풍부한 맛은 오크 칩 사용으로 더욱 좋아졌고, 와인 가격도 낮출 수 있었죠.

호주에서 탄생한 이러한 샤르도네 와인 스타일은 미국과 남미로 퍼졌습니다. 그러나 풍토와 식생활에 따라 스타일이 조금 달라졌죠. 미국에선 버터와 오크 풍미가 더욱 강해졌고, 칠레를 비롯한 남미에선 오크의 힘을 빼면서 좀 더 서늘하고 과일과 허브 풍미가 두드러진 샤르도네 와인이 많아졌습니다. 엘 토퀴 그란 레세르바 샤르도네 2017도 그러한 칠레 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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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엘 토퀴 그란 레세르바 샤르도네 2017은 칠레의 까사스 델 토퀴에서 만듭니다. 까사스 델 토퀴는 1994년에 칠레의 그라넬라(Granella) 가문과 프랑스의 샤토 라로즈 트랭투동(Ch. Larose Trintaudon)이 합작해서 설립한 칠레 와이너리이죠. 토퀴(Toqui)는 전쟁 당시 지도자로 선택된 칠레 토착민을 뜻하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2010년에 와인에 열정을 가진 칠레의 꼬트(Court) 가문이 인수해서 그들의 고유 와이너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까사스 델 토퀴는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약 100km 떨어진 까차포알 밸리와 마이포(Maipo), 카사블랑카(Casablanca) 등지에 포도밭이 있으며, 2011년에 새로 마련한 최신 설비로 국제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와인을 생산합니다.

양조장에는 2백만ℓ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가 있고, 셀러에 약 1,000개의 오크통을 갖췄습니다. 친환경 설비에 초점을 맞춰서 유리 사용량을 최소화한 병과 천연 코르크를 사용하며, 태양광 패널 설치와 지역 생태계 보전 등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죠.

 

 

3. 와인 양조

엘 토퀴 그란 레세르바 시리즈는 까사스 델 토퀴의 와인 중에서 중상급에 해당하는 와인입니다. 스페인에선 그란 레세르바 와인이라면 법적으로 레드 와인은 60개월 이상 숙성(오크통 최소 18개월) 해야 하고,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최소 48개월 동안 숙성(오크통에서 최소 6개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칠레에서는 보통 품질이 뚜렷하게 우수하면서 레드 와인은 최소 6개월 이상 오크 숙성을 했을 때 그란 레세르바를 붙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명확한 구분이나 의미는 없습니다. 단지 와인 생산자들이 와인 포트폴리오에서 와인을 분류하기 위해 붙일 뿐입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El Toqui Gran Reserva Chardonnay 2017의 색

꽤 진한 레몬색입니다. 속살이 노란 사과와 흰 복숭아, 서양배, 약한 파인애플 등의 과일 향이 올라옵니다. 허브와 채소, 속살이 흰 나무 향이 나오고, 나중엔 버터 향도 살짝 풍깁니다.

진하고 묵직하면서 매끄럽습니다. 풀 바디 와인이지만 기름진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 하고 구조는 짜임새 있습니다. 드라이하며 덜 익은 흰 복숭아 같은 산미가 뛰어납니다. 미네랄 느낌과 흰 채소, 우아한 나무 풍미가 있고, 기분 좋은 쓴맛과 멜론 같은 과일의 달콤한 풍미가 함께 합니다. 향도 맛도 조금 단조로우나 상대적으로 잡맛 없이 깨끗합니다. 알코올은 힘이 넘치지만 지나치지 않아서 거슬리는 느낌은 없습니다. 여운은 길고 과일의 산미와 흰 복숭아, 흰 채소 등의 느낌이 남습니다.

 

 

드라이한 맛에 깨끗한 산미가 충실하고 14%의 알코올이 와인에 힘과 활력을 줍니다. 균형은 좋고, 향과 풍미는 다소 단조롭지만, 대신 그만큼 깔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은 더 좋아집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닭고기 샐러드, 생선가스, 메로 같은 기름진 흰 살 생선구이, 닭고기 같은 가금류 요리, 전복 버터구이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5월 2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