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조지아] 조지아 전통 포도와 현대 와인 양조 기술의 결합 - Dugladze Saperavi Reserve 2014

까브드맹 2020. 6. 26. 13:59

Dugladze Saperavi Reserve 2014

두글라제(Dugladze) 와이너리의 사페라비 리저브(Saperavi Reserve) 2014는 조지아의 카헤티(Kakheti)주에 있는 무쿠자니(Mukuzani) 지역에서 재배한 사페라비(Saperavi) 포도로 만든 뮈니시팔리티 와인(Municipality Wine)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조지아 와인

고고학적 유물로 밝혀진 세계 최초의 와인 생산국은 조지아입니다. 물론 현대의 조지아 공화국 국민이 아니라, 조지아 지역에 살았던 고대 조지아 인들이 처음 와인을 만들었죠. 고대 조지아인은 가을에 수확한 포도를 땅에 묻은 항아리에 보관했습니다. 그중 일부 항아리 밑바닥의 포도가 무게를 못 이겨서 껍질이 터졌고, 흘러나온 포도즙이 껍질에 묻은 효모와 땅의 지열 때문에 저절로 발효되었죠. 이걸 맛본 고대 조지아인이 똑같은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었다고 고고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조지아에서는 오늘날에도 크베브리(Kvevri)라는 커다란 전통 항아리를 땅에 묻고 으깬 포도와 껍질, 줄기 등을 넣어서 자연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곤 합니다. 이러한 전통 양조법은 조지아 와인만의 개성이지만, 품질 관리라는 측면에선 취약하죠. 그래서 요즘엔 대형 와이너리들을 중심으로 온도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를 설치하고 오크 숙성을 통해 맛과 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와인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답게 조지아에서는 적어도 500종 이상의 양조용 포도를 자랍니다. 조지아 정부는 이 중에 38종의 포도를 양조용으로 공식 지정했죠. 레드 와인용 적포도로는 사페라비(Saperavi), 화이트 와인용 청포도로는 르카치텔리(Rkatsiteli)와 므츠바네(Mtsvane)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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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두글라제는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재능 있는 사업가이자 전문가인 디미트리 두글라제(Dimitry Dugladze)는 조지아 와인의 생산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평생토록 조지아와 해외 와인 애호가에게 뛰어난 와인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1984년에 설립된 두글라제는 당시 소비에트 연방(Soviet Union)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 중 하나로 연방 각국에 와인을 공급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후 디미트리의 아들들은 2004년에 두글라제 와이너리의 형태를 "두글라제 와인 유한회사(Dugladze Wine Company LLC)"로 바꿉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델라 토포라(Della Toffola)와 독일의 크로네스(Krones) 같은 세계적인 회사의 와인 설비를 갖추죠. 같은 해에 그들은 "Dugladze"라는 상표로 와인을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에는 브랜디(brandy)로 유명한 바트시케(Vartsikhe) 공장을 사들여서 사업 영역을 더욱 확장했습니다.

현재 두글라제에서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조지아 토착 품종으로 만드는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과 브랜디, 이탈리아의 그라빠(Grappa)와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전통 증류주인 짜짜(Chacha)를 생산합니다.

 

 

3. 와인 양조

사페라비 리저브는 조지아 전통 포도인 사페라비를 현대적인 와인 양조법으로 발효, 숙성해서 만든 고급 와인입니다.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 카헤티(Kakheti)의 무쿠자니(Mukuzani) 지역에 있는 최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사페라비 포도를 수확해서 줄기를 제거한 후 으깹니다. 23~28℃로 조절되는 오크통에 으깬 포도를 넣고 발효한 후 2년간 숙성합니다. 오크 숙성이 끝나면 병에 담아서 추가 숙성합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Dugladze Saperavi Reserve 2014의 색

진한 루비색입니다. 신선한 서양 자두와 체리, 블랙베리 같은 향이 퍼지며 은은한 오크와 삼나무 향을 풍깁니다. 시원한 채소 향도 나옵니다.

부드러우면서 치밀하고 매끈합니다. 마신 후엔 탄닌 느낌이 남습니다. 잘 짜인 구조는 입에서 크게 느껴집니다. 검붉은 과일의 산미와 풍미가 가득합니다. 기분 좋은 씁쓸한 맛과 은은한 흙의 느낌도 함께 나옵니다. 서양자두와 블랙베리 같은 색이 진한 과일과 오크 풍미가 깔끔하면서 풍성하네요. 더 숙성하면 더욱 다양한 풍미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여운에선 구수한 흙과 서양자두, 블랙베리의 느낌이 주로 남습니다.

부드럽고 탄탄한 탄닌과 풍부한 검은 과일의 산미, 13%의 알코올이 우아하면서 편안한 균형을 이룹니다. 과일과 나무 향, 숙성을 통한 3차 향은 치우치지 않는 조화를 이룹니다. 마시는 온도는 16~18℃가 적당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샤슬릭 같은 꼬치 요리,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고기 요리, 그릴에 구운 오리와 닭고기, 돼지고기, 삼사(samsa) 같은 고기빵, 숙성 치즈 등입니다.

2014 빈티지는 문두스 비니(Mundus Vini) 2019 금상, 일본 여성 와인 어워즈(Japan Women's Wine Awards) 2019 금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5월 19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