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꼬르시아 부르고뉴 피노 누아(Alain Corcia Bourgogne Pinot Noir) 2017은 프랑스의 부르고뉴(Bourgogne) AOC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든 부르고뉴 지역(Régionales)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알랭 꼬르시아
부르고뉴의 네고시앙인 알랭 꼬르시아는 원래 유명한 광고업자였습니다. 그러다 부르고뉴 와인의 매력에 빠지면서 1970년에 광고업으로 번 돈을 투자해 네고시앙 사업을 시작했죠.
다른 네고시앙처럼 알랭 꼬르시아도 와인 생산자에게 와인을 구매해서 시장에 팔지만, 그의 구매 방식은 독특합니다. 오크 숙성이 끝나고 병에 담긴 와인이 아니라 직접 도멘을 찾아가 아직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고 마음에 드는 걸 미리 구매하죠. 나중에 와인이 병에 담기면 그때 자신의 레이블을 붙여서 판매합니다.
이렇게 하면 와인 생산자는 병에 담기기 전에 와인을 팔 수 있어서 생산비를 빨리 회수하고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네고시앙인 알랭 꼬르시아는 상대적으로 싸게 와인을 구매할 수 있고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죠. 일종의 선물(先物) 거래인 셈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테이스팅 능력이 부족하면 나중에 병에 담았을 때 맛과 향이 떨어지는 와인을 골라서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알랭 꼬르시아의 시음 실력은 꽤 뛰어나서 그가 수집해서 판매하는 와인들은 맛과 향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가격도 좋은 편이죠. 그래서 와인 애호가들은 "알랭 꼬르시아 컬렉션(Alain Corcia Collection)"이라 부르며 많이 찾습니다. 생산자보다 오히려 그의 이름을 보고 와인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가성비 좋은 와인"의 판매자인 셈입니다.
1983년에 알랭 꼬르시아는 <Prestige des Grands Vins de France> 회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와인을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부르고뉴 와인뿐만 아니라 보르도와 론 와인까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죠.
2.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창백한 레드 베리와 속살이 하얀 나무 향에 향신료와 기분 좋은 타임(thyme) 향이 함께 합니다. 과일 향은 점차 붉고 검은 산딸기 향으로 바뀌고 고소한 깨 냄새가 나옵니다.
탱탱하면서 마른나무 같은 탄닌 느낌이 멋집니다. 은은히 조여 오는 수렴성이 훌륭하며, 잘 짜인 구조는 허술한 곳이 없습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검붉은 베리류 과일의 산미가 좋습니다. 검붉은 과일과 나무 풍미가 균형을 이뤄서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게 입안을 자극하네요. 타임과 향신료 풍미는 맛에 변화를 줍니다. 알코올의 힘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딱 알맞습니다. 은은하고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선 나무와 연한 딸기 풍미가 남습니다.
탄탄한 탄닌과 다소 마른 듯 하나 부족하지 않은 산미, 12.5% 이지만 강인한 알코올의 균형이 좋습니다. 아주 드라이하지만 맛있는 산미와 마른나무, 덜 익은 산딸기, 은근히 태운 나무 등의 여러 풍미가 계속 호기심을 부릅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고기 스튜,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 같은 고기찜과 갈비찜, 버섯을 넣은 소고기 요리, 소고기 리소토,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4월 9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