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꼴(L'Ecole) No.41의 콜롬비아 밸리 메를로(Columbia Valley Merlot) 2012는 미국 서북부의 워싱턴주(Washington State)에 있는 콜럼비아 밸리(Columbia Valley) AVA에서 재배한 메를로 80%에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0%, 말벡(Malbec) 7%,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3%를 넣어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레꼴(L'Ecole) No.41은 미국 워싱턴주의 왈라왈라 밸리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와이너리입니다. 1983년에 설립했고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와인을 수출하면서 워싱턴주에서 가장 유망한 와이너리로 자리 잡았죠.
와이너리로 사용하는 건물은 원래 1915년에 워싱턴 주의 왈라 왈라 밸리(Walla Walla Valley) 옆에 자리 잡은 프렌치 타운에 세워진 오래된 학교였습니다. 프랑스어로 학교를 뜻하는 'L'Ecole. 과 학교가 있는 구역의 번호인 'No.41'가 합쳐져서 와이너리 이름이 된 것입니다. 레꼴 No.41은 교실 두 개를 시음실로 개조해서 사용하지만, 학교의 상징인 칠판과 높은 책장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사용하고 와인과 책을 함께 비치해서 독특한 느낌을 갖도록 했습니다.
와인을 만들 땐 최상의 포도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양조 과정을 수작업으로 해서 최고의 결과가 나오도록 합니다. 대표 와인은 워싱턴 주에서 가장 좋은 포도 재배지로 평가받는 왈라 왈라 밸리의 페퍼 브릿지(Pepper Bridge) 포도원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 말벡(Malbec), 까베르네 프랑을 섞어서 만드는 애퍼지(Apogee)입니다. 세븐 힐스 빈야드(Seven Hills Vineyard)의 포도만으로 만드는 세븐 힐스 빈야드(Seven Hills Vineyards range) 와인들과 콜럼비아 밸리(Columbia Valley range) 와인들도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 선정된 적이 있을 만큼 맛과 향이 뛰어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잘 익은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푸근한 서양 자두와 체리, 레드 커런트 같은 과일 향이 나오고 은근한 흙과 향신료, 나무 새순, 시원한 삼나무 향 등이 함께 퍼집니다. 향긋한 한약재와 향나무 향도 은근히 올라오네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뽀므롤 와인이라고 착각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초콜릿과 잘 볶은 커피콩 같은 고소한 향과 후끈한 향신료, 구수한 부엽토 향도 나옵니다.
매끄럽고 탄탄하며, 마신 후엔 탄닌 느낌이 아주 잔잔하게 깔립니다. 구조는 치밀합니다. 아주 드라이하고 태운 나무의 씁쓸하면서도 기분 좋은 맛이 납니다. 블랙 체리가 생각나는 풍성한 산미가 태운 나무의 풍미가 어우러지네요. 정갈하고 깨끗하며 말쑥한, 도회적인 이미지의 메를로 모습이 잘 살아나는 와인입니다. 레드커런트와 블랙체리, 삼나무와 초콜릿 등의 풍미가 있으며 나중에는 서양 자두와 고소한 견과류 느낌도 나옵니다. 힘이 충실하지만 넘쳐나진 않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선 검은 과일과 잘 그을린 나무, 고소한 견과류 풍미가 남습니다.
아주 잘 익어서 매끄럽고 탄탄한 탄닌과 검은 과일이 떠오르는 풍성한 산미, 14.5%로 강하지만 딱 알맞게 느껴지는 알코올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잘 익어서 뽀므롤 와인을 연상케 하는 맛과 향이 정말 훌륭하네요.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이나 갈비찜 같은 고기찜, 각종 고기구이, 고기 스튜, 미트 소스 파스타와 크림소스 파스타, 고기와 치즈를 많이 얹은 피자, 양념을 심심하게 한 불고기, 데리야끼 소스를 발라 구운 소고기, 소고기 리소토, 숙성 치즈 등입니다.
와인 인슈지애스트(Wine Enthusiast)에서 90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3월 1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