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바로레-페르노 페레 에 피스(Domaine Barolet-Pernot Père & Fils)의 생-로맹(Saint-Romain) 2017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꼬뜨 도르(Côte d'Or)에 있는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지역의 생-로맹 AOC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 포도로 만든 마을(Communales)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생-로맹
우리에게 다소 낯선 와인 생산지인 생-로맹은 프랑스 부르고뉴 꼬뜨 드 본에 있습니다. 동쪽으로 유명한 생산지인 오쎄-뒤레스(Auxey-duresses)와 볼네(Volnay)가 있죠.
피노 누아(Pinot Noir)로 레드 와인을, 샤르도네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며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조금 더 많습니다. 이곳엔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과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와인이 없어서 품질이 우수한 와인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일이 많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편입니다.
매년 20만 병 조금 못 되는 레드 와인과 30만 병에 가까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데도 우리나라에선 생-로맹 와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판매자나 소비자에게 인기가 없는 모양입니다. 이웃한 볼네가 생산량이 두 배 가량 많긴 해도 검색해보면 수입된 와인 종류가 거의 20배가량 차이 나는 것과 대조적이죠.
2. 와인 생산자
생-로맹에 있는 도멘 바로레-페르노 페레 에 피스는 1947년에 설립했습니다. 처음엔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들어서 네고시앙에 공급하다가 1957년 앙드레 바로레(André Barolet)가 위게트 페르노(Huguette Pernot)와 결혼하고, 1985년에 디디에(Didier)가 합류하면서 도멘의 형태와 이름이 갖춰졌습니다.
그랑 크뤼인 바따르-몽라셰(Batard-Montrachet)를 비롯한 부르고뉴 8개 AOC의 와인을 생산하며 전체 포도밭의 넓이는 약 14헥타르 정도입니다. 지속 가능한 재배법으로 포도밭을 관리하며 적절하게 잎을 제거해서 포도가 잘 익도록 하죠. 수확은 포도의 잠재력과 품질 기준에 따라 결정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사람 손으로 수확한 후 공기 압착기로 부드럽게 즙을 짜서 알코올과 젖산 발효를 합니다. 숙성 기간은 12개월이고 새 오크통을 30%가량 사용하죠. 숙성이 끝나면 필터로 앙금을 걸러낸 후 병에 담습니다.
레드 와인도 인력으로 수확한 다음 온도가 조절되는 발효조에서 15일간 발효하면서 껍질과 씨에서 탄닌과 색소를 추출합니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후 필터로 걸러낸 후 병에 담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연둣빛이 살짝 도는 중간 농도의 레몬색입니다. 잘 익은 노란 사과와 복숭아 같은 과일 향이 나오고 흰 꽃과 우아한 나무 향을 은은하게 풍깁니다. 미네랄 향도 있으며 향긋한 나무 수지와 살짝 볶은 커피콩 향이 이어집니다. 나중엔 신선한 버터 향과 함께 모과와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 향도 올라옵니다.
탄탄하고 깔끔한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잘 짜인 구조는 빈틈없습니다. 드라이하며 우아하고 부드러운 산미가 충실하네요. 사과와 흰 복숭아 같은 과일 풍미에 은은한 나무 풍미가 조화를 이루고 미네랄 느낌이 풍부합니다. 기운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점점 나무와 나무 수지 쪽의 풍미가 올라오며, 기분 좋은 쌉쌀한 맛이 살짝 나옵니다. 여운은 길고 과일과 나무, 미네랄 등등의 느낌이 남습니다.
우아하고 부드러우며 맛있는 산미와 13%의 알코올이 주는 기운이 균형을 이룹니다.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풍미가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맛이 뛰어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닭고기와 해산물, 치즈 샐러드, 시트러스 소스를 사용한 가금류 요리, 익힌 해산물 요리, 해산물 그라탱, 간 파테, 맵지 않은 돼지고기, 각종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4월 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