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의 OEM 와인이라고 얕보지 마시라! - Tesco Finest Nuits-Saint-Georges 2009

까브드맹 2020. 3. 7. 10:00

Tesco Finest Nuits-saint-Georges 2009

테스코(Tesco)의 파이니스트 뉘-쌩-조르쥬(Finest Nuits-saint-Georges) 2009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뉘(Côtes de Nuits)에 있는 뉘-쌩-조르쥬(Nuits-St-Georges) AOC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마을(Communales)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테스코는 영국 체슌트(Cheshunt)에 본사가 있는 국제적인 식료품과 잡화 소매점입니다. 영업 이익으로는 월-마트(Wal-Mart)와 까르푸(Carrefour)에 이어 전 세계 3위이며, 순수익으로는 월-마트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초대형 소매 체인점이죠.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의 14개국에 진출했고 영국에선 전체 식료품 시장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와 아일랜드, 타이의 식료품 시장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죠.

테스코는 다양한 와인을 취급할 뿐만 아니라 OEM으로 생산한 와인을 "Finest"라는 브랜드로 유통합니다. 세계 각국의 와이너리에 위탁 생산한 다음 파이니스트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는 와인들이죠. 테스코 유통망을 통해서 대량 판매가 가능하다 보니 다른 와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와인이 많습니다. 국내에선 홈플러스가 파이니스트 와인을 취급했지만, 테스코가 홈플러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제는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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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지

뉘-쌩-조르쥬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뉘 지역에 있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이곳에는 뉘-쌩-조르쥬와 프르모-프리시(Premeaux-Prissey) 두 마을이 있지만, 두 마을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모두 "Nuits-St-Georges"라는 지역 명칭이 레이블에 붙습니다. 때때로 "St-Georges" 부분을 빼고 간단하게 "Nuits"라고만 적는 일도 있다는데, 레이블에 이렇게 표기한 와인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마을 이름의 일부인 "Nuis"는 호두를 뜻하는 라틴어인 "Nutium"에서 온 것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연한 루비색입니다. 과일 향이 제법 진하게 올라옵니다. 서양 자두와 산딸기, 무르익은 체리 향 등이 섞여 나오네요. 우아한 나무에 이어서 태운 나무 향이 나오고, 향신료 향도 있습니다. 나중엔 고급 딸기 사탕 같은 달콤한 향도 풍깁니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매끄럽습니다. 탄탄하고 굳건한 구조는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훌륭하군요. 부드러운 산미가 진하고 씁쓸한 맛도 약간 나옵니다. 잘 익은 과일과 강한 나무, 여러 가지 허브와 향신료 풍미가 함께 나옵니다. 강렬하면서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이 입안을 천천히 두드리네요. 길고 복합적인 느낌을 주는 여운도 좋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산미가 풍부하고, 탄탄한 탄닌도 넉넉합니다. 여기에 강한 알코올 기운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네요. 과일에서 나무, 허브까지 다양한 향과 맛의 향연을 보여주는 훌륭한 와인입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섬세하게 조리된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과 소갈비, 꼬꼬 뱅 같은 닭요리, 라구 소스 파스타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4년 2월 2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