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참관기] 제 8회 서울국제주류박람회 참관기 2/4 - 사케편

까브드맹 2010. 5. 10. 10:40

시라타키 주조 부쓰

1. 들어가며

아직까지는 와인이 주류 박람회에 출전하는 술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주류의 도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 청주(淸酒)인 사케(Sake)는 점점 더 많은 종류가 나오고 있는데요, 와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부스를 개설하고 일본 각지의 사케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음식이 프랑스나 이태리 같은 서양의 음식보다는 우리나라 음식에 더 가까워서 그런지 한식과의 매칭에 있어 와인보다는 사케의 궁합이 더 잘 어울리는 편이긴 합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회나 매운탕, 젓갈과 함께 술을 마신다고 할 때, 와인은 소비뇽 블랑 같은 몇몇 품종의 화이트 와인만이 잘 맞는 반면 사케는 대부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술을 고를 때 와인보다 고민을 덜하게 되는 장점도 있지요. 그래서인지 요즘 강남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점점 사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또 나이 드신 분들도 청주에 익숙한 입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와인과 사케를 함께 놓고 마시게 되면 사케 쪽을 더 선호하시는 경향이 있더군요. 앞으로 사케가 더 다양하게 수입된다면 와인의 가장 큰 적수로 떠오를 테니 와인 수입업체에서는 바짝 긴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뭐, 상당수 업체에서 함께 수입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우선 사케와 청주, 정종이 각각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죠. 청주(淸酒)는 쌀과 같은 곡류(穀類)에 물과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탁주를 만든 후 용수를 박아서 건더기를 걸러내고 맑은 술만을 빼낸 것을 말합니다. 중간중간 더 복잡한 제조 과정이 있지만 핵심부분만 얘기하면 그렇죠. 청주를 만들 때 쌀 이외에 여러 가지 한약재를 함께 넣고 만들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약주(藥酒)가 됩니다.

용수
(용수. 일종의 거름망입니다.이미지 출처 : hyangto.pe.kr/L5-F7.htm)

사케(Sake)는 주(酒)를 뜻하는 것으로 일본식 청주를 일컫는 말입니다. 니혼슈(日本酒)라고도 하지요. 정종(正宗)은 훈독(訓讀)으로 마사무네라고 발음되는데 불교경전인 임제정종(臨濟正宗)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딱히 종교적인 의미를 붙여서 이름 지은 것은 아니고, 청주(淸酒)와 정종(正宗)이 똑같이 '세이슈우'라고 읽는데서 착안한 일본식 말장난 스타일의 이름인 거죠. 예를 들어 앵청주(櫻淸酒)나 앵정종(櫻正宗)이나 모두 '사쿠라세이슈우'라고 발음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정종이란 단어를 자기 회사의 상품명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어느덧 사케, 일본 청주, 니혼슈를 가리키는 말이 된 것입니다. 결국 청주나 사케나 정종이나 같은 종류의 술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깊숙이 들어가면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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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케 시음

그럼 와인 시음에 이어 사케 시음입니다. 사케의 구분에 대한 설명을 한 번 읽어보시고...

사케의 구분

사진과 시음 소감 들어갑니다.

1) 하나나데시코(花撫子) 2종

花撫子 1花撫子 2

위는 라벨이 옅은 노란색, 아래는 라벨이 옅은 분홍색입니다. 사케를 와인의 느낌이 들도록 양조했다고 합니다. 마셔보면 신맛이 조금 있으며 매우 부드러운 맛을 보여줍니다. 위쪽은 화이트 와인, 아래쪽은 로제 와인 같은 느낌을 갖게 하네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맛과 향입니다.

2) 하쿠인마사무네(百隱正宗)

하쿠인마사무네(百隱正宗)

입에 닿는 느낌은 부드럽지만, 묵직하며 향이 강한 것이 매우 남성적인 사케입니다. 도미 같은 살이 단단한 생선회와 함께 하면 끝내줄 것 같은 느낌.

3) 카이운다이긴죠(開運大吟釀)

카이운다이긴죠(開運大吟釀)

향이 매우 좋고 깔끔한 맛의 사케입니다. 한 잔 마시면 정말 운이 열릴 듯한 느낌. 라벨은 전체가 금빛으로 번쩍번쩍거려 부자가 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복을 기원하기 위해 꼭 한 잔 해보셔야 할 듯.

 

 

4) 쇼세츠(正雪)

쇼세츠(正雪)

아주아주 부드러우면서도 미끈한 느낌이 드는 것이 향이 조금 다른 것을 빼고는 흡사 뫼르쏘(Meursault) 같은 샤르도네(Chardonnay) 와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회보다는 차돌박이나 꽃등심 같은 기름기 많은 소고기하고 드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5) 도쿠베츠 준마이카라구찌(特別純米辛口)

도쿠베츠 준마이카라구찌(特別純米辛口)

시즈오카현의 사케인데 후지산의 눈 녹은 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굉장히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맛과 향을 갖고 있습니다.

6) 야마하이 준마이슈(山廢純米酒)

야마하이 준마이슈(山廢純米酒)

18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야마하이시코미라는 전래 유산균을 사용한 사케랍니다. 사용된 누룩의 이름을 따서 만든 사케로군요. 카라구찌와 달리 부드럽고 혀끝에 살짝 감기는 단맛이 매우 여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설명 자료에는 일본에서 한식과 잘 어울리는 사케로 인기가 높다고 하는군요.

 

 

7) 상선여수(上善如水) 순미음양(純米吟釀)

상선여수(上善如水) 순미음양(純米吟釀)

상선여수(上善如水)는 노자(老子)에 나오는 말로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이름 그대로 물처럼 매우 순수하고 깨끗한 맛의 사케입니다.

8) 상선여수(上善如水) 숙성(熟成)

상선여수(上善如水) 숙성(熟成)

상선여수 순미음양보다 좀 더 강한 맛과 향을 지녔습니다. 이름처럼 숙성의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 듯합니다.

9) 상선여수(上善如水) 순미대음양(純米大吟釀)

상선여수(上善如水) 순미대음양(純米大吟釀)

이름에서 글자 한자 차이가 나는데요, 음양(긴죠)은 정미율 40~50%, 대음양(다이긴죠)은 정미율 50% 이상일 경우 붙여집니다. 정미율은 깎아내 버리는 쌀의 비율을 말하며, 50% 이상이라면 쌀알에서 양조로 쓰이는 부분이 원래 쌀알의 절반도 안된다는 얘기죠. 또한 다이긴죠는 물과 쌀과 누룩 이외에는 어떤 것도 첨가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적당한 강도와 순수한 맛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케입니다.

 

 

10) 싱고니혼(眞吾日本) 준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釀)

싱고니혼(眞吾日本) 준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釀)

정미율 35%의 무시무시한 사케입니다. 쌀알의 2/3 가량을 깎아버리고 내부의 핵심 씨젖층만 갖고 만들어낸 것이죠. 여운이 상당히 길고 은근한 강한 맛이 입안에서 퍼져나가는 것이 일품이더군요.

11) 하쿠쯔루(百鶴) 긴죠(吟釀)

하쿠쯔루(百鶴) 긴죠(吟釀)

매우 부드러우며 자극이 없는 순한 맛의 사케. 얌전한 일본 여자가 떠오르는 맛과 향입니다.

12) 하쿠쯔루(百鶴) 사유리 니고리 사케

하쿠쯔루(百鶴) 사유리 니고리 사케

한 때 거의 사라졌다가 막걸리 열풍과 함께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일본판 막걸리입니다. 우리 막걸리에서 단 맛이 좀 빠진듯한 느낌. 좀 더 순하다고 할까요? 나쁘게 말하면 좀 밍밍한 막걸리. 부드럽고 깔끔한 맛은 있습니다만... 막걸리 하고 함께 마신다면 막걸리 다 마신 후에 손이 갈 것 같군요.

이렇게 총 13종의 사케를 시음하고 사진 찍고 느낌을 기록했습니다. 더 많은 종류의 사케가 있었습니다만,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고 시간도 없어 더 많이 시음하지는 못했습니다. 내년에도 사케의 약진이 계속될지 아니면 와인이나 국내 전통주에 밀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케의 국내 시장 확대 쪽으로 예상을 해봅니다.

다음은 국산 와인을 비롯한 기타 주류에 대한 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