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아르메니아] 아르메니아(Armenia) 와인 개괄

까브드맹 2019. 8. 18. 11:00

아르메니아의 와인 생산지와 대표 와인 지도
(이미지 출처 :  https://miro.medium.com/max/3140/1*Fkx4OD9S_wbhfks2tR2HZQ.png)

1. 아르메니아 와인의 역사

아르메니아는 조지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 중 하나입니다. 주요 생산지는 코카서스 산맥 남쪽 지역이죠. 많은 고고학자가 아직 신석기 시대였던 6천 년 전에 코카서스 남부의 비옥한 계곡 지대에서 인류가 세계 최초로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했다고 믿습니다. 

아르메니아는 고대로부터 와인 생산국으로 유명했고, 지금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인 헤로도토스(Herodotus)와 스트라본(Strabo)이 남긴 역사책에서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기원전 400~401년에 크세노폰(Xenophon)이 지휘하는 그리스 군대가 나이리(Nairi) 지방을 지나갔을 때,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그리스군에게 와인과 맥주를 대접했습니다. 그 술들은 토기인 "카라스(karas)"에서 담가서 토굴 깊숙이 보관했던 것이었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퍄트로프스키(Pyatrovski) 연구팀은 고고학 발굴을 통해서 현재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Yerevan) 지역에서 기원전 9세기에 이미 와인을 생산했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테이셰바이니(Teishebaini) 요새 유적에서 37,000병의 와인을 담을 수 있는 480개의 카라스가 보관된 와인 창고도 발굴했습니다. 수천 년 전 인류의 생활 흔적이 발견된 아르메니아의 초기 정착지인 카미르 블러(Karmir Blur)와 예레반 근처에 있으며 기원전 8세기 초반 아르기슈티 1세가 세우고 약 100년 후 아르메니아의 수도가 된 성곽도시 에레부니(Erebuni)에서는 200개의 카라스가 있는 10개의 와인 창고가 발견되었죠. 역사적 증거를 살펴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거주지 중 하나인 아르메니아에서는 포도 재배와 와인 개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죠.

고대의 와인 생산 시설이 발굴된 아레니(Areni) 동굴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9/96/Areni-1_cave_entrance.jpg/1024px-Areni-1_cave_entrance.jpg)

2011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와인 생산 시설이 발굴되었습니다. 아레니(Areni) 동굴에서 발굴된 와인 생산 시설은 포도즙을 짤 때 쓰는 얕은 대접, 저장용 통, 발효용 항아리로 이루어져 있었죠. 학자들은 포도 씨와 즙을 짜낸 포도, 마른 포도나무 등도 발견했습니다. 포도 씨는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종의 포도의 것으로 비티스 비니페라는 오늘날 와인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도입니다. 동굴의 시설은 기원전 4000년 전의 것으로 이집트 고분에서 발견된 비교할만한 와인 유물보다 900년이나 더 오래된 것입니다. UCLA의 고고학자인 그레고리 아레시안(Gregory Areshian)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유적지는 우리에게 가장 이른 시기의 원예, 즉 그들이 최초의 과수원과 포도밭을 가꾼 방법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줍니다."

"이것은 오로지 와인만 생산하는 시설의 증거가 있는 가장 오래된 사례로 이 중요한 발전의 지평을 수천 년이나 늘려줬습니다."

16세기에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를 점령했지만, 그들은 타 종교에 관대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계속 기독교를 믿었고, 와인을 생산했죠. 이 시기에 아르메니아인들은 알코올을 증류할 수 없었던 무슬림들에게 와인 같은 알코올음료의 공급자였습니다. 1차 세계 대전 때 오스만 튀르크가 자행한 아르메니아 대학살로 인해 많은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포도밭을 가꿨습니다. 아르메니아 레드 와인은 맛이 달고 풍부한 것이 많은데, 에티오피아 와인도 똑같은 맛과 향을 가졌다고 합니다.

1930년부터 1970년 사이에 아르메니아에서는 와인 연구와 생산 기술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특히 셰리(Sherry) 스타일의 강화 와인 생산은 소비에트 연방의 포도 재배 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죠. 크림(Crimea)과 몰도바(Moldova), 카자흐스탄(Kazakhstan), 크라스노다르(Krasnodar), 로스토프(Rostov), 아르메니아(Armenia)에서 셰리 형태의 강화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많은 자료에 따르면 소련의 셰리 와인 생산은 아르메니아에서 확립되었다고 합니다.

반응형

 

2. 아르메니아 와인

오늘날 아르메니아 와인은 세계 와인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와인 역사에선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인류가 아르메니아 산악지대에서 처음 유럽종 포도를 기르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아르메니아인은 와인 생산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소련의 주요한 와인 생산국이었고, 연방이 해체된 후에는 전 세계로 와인을 수출했습니다. 

소련에 속한 공화국이었을 때 아르메니아 와인 산업은 가장 영광스러웠습니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와인 생산은 9배로 늘어났고, 1960년부터 1986년까지 스파클링 와인 생산은 10배로 증가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매년 평균 21만 톤의 포도를 수확해서 1억 4천~1억 5천 리터의 와인을 생산했죠. 이 중 2천만 리터의 와인은 브랜디 제조에 쓰였습니다. 아르메니아의 농식품 부문 수입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7.4%나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 아르메니아는 소련에서 생산하는 브랜디의 25%를 담당했고, 전체 생산 와인의 3%를 맡았습니다. 강화 와인 비율은 5~6% 정도였죠. 생산 와인의 3/4은 주로 러시아로 수출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아르메니아 와인 산업은 "아라라트-트레스트(Ararat-trest)"에 집중되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Maxim Gorky)는 "아라라트-트레스트의 와인 창고에서 떠나는 것보다 아라라트산에 오르는 게 더 쉽다."라는 말로 아르메니아 와인의 매력에 대해 말했죠. 그곳의 협곡에는 와인 양조 박물관이 있고, 최근 몇 세기 동안 생산된 3천 종 이상의 와인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오직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메니아 세 나라에만 그런 와인 박물관이 있다는군요.

1931년에 과학자들은 밀봉하지 않은 카라스 안에 든 와인 표면에 막이 생기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 막의 성분은 스페인 셰리 와인에 끼는 이스트인 플로르(Flor)와 비슷했죠. 학자들은 그 이스트를 사츠.케레시엔시스.아르메니엔시스(Sacch.cheresiensis armeniensis)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들은 셰리 이스트가 스페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아르메니아에서 셰리 타입 와인은 특산 품종인 보스케하트(Voskehat)와 칠러(Chilar) 포도로 만듭니다. 아르메니아 셰리 와인은 품질이 좋고 아르메니아 브랜디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량이 많습니다.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전통 항아리인 카라스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b/bb/Shahumyan_Vin3.jpg)

삼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아르메니아 농부들이 해발 1,600m까지 올라가는 포도밭에서 포도를 키우고 특별한 방법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와인 공장에선 오크통을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지만, 많은 마을에선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대로 카라스에 포도를 담아 와인을 양조합니다. 분홍빛 구조를 가진 아르메니아 오크는 와인에 바닐라와 초콜릿, 말린 과일 풍미를 줍니다. 아르메니아 오크통에서 숙성한 아르메니아 토착 품종 와인은 독특한 숙성 향을 갖게 되죠. 이 독특한 조합은 전 세계 어떤 나라의 와인도 재현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오늘날 아르메니아 전 지역에 많은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와이너리에선 와인뿐만 아니라 와인으로 만드는 알코올음료도 생산합니다. 국외로 내몰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일부 와인 회사는 많은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와인 생산 장비뿐만 아니라 창고, 병입시설, 연구소, 대형 탱크 등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옛날 소련 시대의 '와인 공장'에서 대부분의 포도가 양조 되며, 현대적인 설비를 갖춘 곳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수도 예레반(Yerevan)의 동남쪽에 있는 예게그나조르(Yeghegnazor) 지역에서 특징적인 레드 와인이 나옵니다. 신선하고 섬세하며 부르고뉴 와인과 많이 닮았습니다.

3. 아르메니아의 포도 품종

아르메니아에서 키우는 와인용 포도는 약 400종입니다. 대표적인 품종은 아래의 세 종류입니다.

1) 아레니(Areni)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토착 품종으로 레드 와인용 포도입니다. 바요츠 디조르(Vayots Dzor) 지역의 마을 이름이기도 한 아레니는 껍질이 두꺼워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극한의 기후에서도 잘 자랍니다. 와인은 루비색으로 탄닌이 실키(Silky)하며 흑 후추와 홍차, 체리 풍미가 나옵니다. 아르메니아의 피노 누아라 불리며 DNA 프로필이 독특합니다.

2) 캉군(Kangun)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토착 청포도입니다. 산도가 강해서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 많이 사용하며, 디저트 와인과 스위트 와인, 브랜디 생산에도 씁니다.

3) 보스케하트(Voskehat)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토착 청포도입니다. 원산지는 아라갓소튼(Aragatsotn) 지역이며, 꽃과 배, 멜론 향이 납니다. 일반 와인 뿐만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과 디저트 와인으로도 만듭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영문 위키피디아 아르메니아 와인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