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독일] 생각 없이 맘 편하게 - Kendermann Black Tower Dornfelder Pinot Noir 2007

까브드맹 2010. 1. 24. 00:04

켄더만 블랙 타워 도른펠더 피노 누아 2007

1. 독일 와인

유럽의 와인 강국하면 많은 분이 먼저 프랑스를 떠올리고, 이어서 이탈리아를 떠올립니다. 한발 더 나아가면 스페인과 헝가리를 떠올리고, 최근에는 루마니아 와인과 포르투갈 와인도 인지도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와인 강국이었고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예로부터 와인을 만들었고, 리슬링(Riesling)으로 만든 독일 화이트 와인은 부르고뉴의 샤르도네(Chardonnay) 와인과 함께 최강의 화이트 와인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입니다. 2006년 디캔터(Decanter)지 7월호에서 뽑은 세계 10대 화이트 와인 중에서 독일 화이트 와인이 부르고뉴(4종)에 이어 2등(3종)을 차지했으니 독일 화이트 와인의 우수성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드 와인을 극도로 선호하는 국내 시장 상황 때문에 독일 와인의 국내 매출은 지지부진하며, 일반인의 인식도 독일 와인하면 마시기 편하고 단맛 나는 와인 정도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강점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 이 정도인데, 독일 레드 와인에 대한 외면은 더욱더 심하죠.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 볼 때 독일 레드 와인은 상당히 우수하며, 탄닌의 떫고 텁텁한 맛을 싫어하는 분에게 깔끔하고 신선한 맛을 가진 독일 레드 와인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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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블랙타워 도른펠더 피노 누아 2007

독일 팔츠(Pfalz) 지방의 도른펠더(Dornfelder) 포도와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를 6:4로 섞어서 만드는 캔더만의 블랙 타워 도른펠더 피노 누아 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와인입니다. 란트바인(Landwein) 등급으로 다른 지역의 와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원통형 항아리 형태의 독특한 와인 병은 로마 시대의 전통 석재 용기의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의 와인 매장에서 한 번쯤 봤을 와인이지만, 독일산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초보자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와인이고, 이를 반영하듯 200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 3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3. 와인 시음기

처음 오픈하면 딸기 주스 향이 코를 살랑살랑 간지럽힙니다. 맛을 보면 살짝 달고 부드러우며, 레드 와인에서 흔히 맛보는 떫은맛과 텁텁한 느낌이 없어 가볍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그냥 꿀떡꿀떡 넘어가서 마치 먹기 편하게 일부러 만든 듯 가벼운 맛인데요, 제 입맛에는 너무 가볍군요. 하지만 와인을 많이 접하지 못한 분에겐 이 정도면 너무 진하지도 묽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이라고 봅니다. 30분 정도 지나면 슬슬 향도 맛도 피노 누아 비슷하게 진행되는데, 딸기 향과 상큼한 산도를 가진 저가 피노 누아의 풍미가 잘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처음 피노 누아 와인을 접하려는 분에겐 추천할만한 아이템입니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로 이 정도의 맛을 느낄 수 있으려면 적어도 2만 원 후반대의 와인을 구매해야 할 텐데, 그 정도 가격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는 와인 장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1만 원 초반대의 블랙 타워 도른펠터 피노 누아는 가격 대비 상당한 이점이 있는 셈입니다.

블랙 타워 레드를 만들 때 들어간 도른펠더(Dornfelder)는 독일에서 슈페트부르군더(Spatburgunder)라고 부르는 피노 누아 다음으로 많이 재배하는 적포도로 탄닌이 풍부해서 풀 바디 레드 와인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합니다. 이 품종은 다른 포도보다 빨리 익으며, 색감도 다른 독일 레드 품종보다 짙고 깊습니다. 또 적당한 산도와 풍부한 맛을 내죠.

닭백숙과 돼지고기 편육, 불고기 등에 잘 맞고 기름진 생선요리도 제법 어울립니다. 2010년 1월 23일에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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