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라랑스 드 오 브리옹(Le Clarence de Haut-Brion) 2009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A.O.C 페싹-레오냥(Pessac-Léognan)에서 수확한 메를로(Merlot) 46%에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39%, 쁘띠 베르도(Petit Verdot)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5%를 넣어서 만든 A.O.C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샤토 오-브리옹(Château Haut-Brion)
샤토 오-브리옹은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의 1등급 와인입니다. 다른 레드 그랑 크뤼 와인들이 모두 오-메독(Haut-Medoc)의 와인이지만, 샤토 오-브리옹은 유일한 페싹-레오냥 와인이죠.
제정 당시 메독 와인 위주로 선정한 1855 그랑 크뤼 등급에 페싹-레오냥의 샤토 오-브리옹이 1등급으로 들어간 것은 당대에 너무나도 유명한 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 프랑스 대사 시절에 맛을 보고 "최고의 와인"이라고 극찬한 샤토 오-브리옹은 오랫동안 보르도 와인을 열렬히 사랑했던 영국인에게 잘 알려진 와인이었고, 나폴레옹을 무찌른 오스트리아와 영국, 프로이센, 러시아가 1814년에 오스트리아 빈(Wien)에 모여 회의했을 때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죠.
샤토 오-브리옹에서는 샤토를 대표하는 그랑 뱅(Grand Vin)인 샤토 오-브리옹과 함께 세컨드 와인도 만듭니다. 예전에는 샤토 바한스 오-브리옹(Château Bahans Haut-Brion)이란 명칭이었던 세컨드 와인은 2007년부터 르 클라랑스 드 오 브리옹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테두리는 퍼플빛이 뚜렷합니다. 가운데는 매우 진한 흑적색으로 와인의 밀도와 질감을 예상하게 합니다. 처음엔 블랙 체리와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에 블랙커런트 향도 약하게 풍기지만, 이내 허브와 블랙커런트 싹처럼 풋풋한 식물성 향이 두드러집니다. 미네랄 느낌도 살짝 있습니다. 풋과일은 아니지만, 무르익지 않은 과일처럼 달콤한 향이 부족한 것이 아쉽습니다.
구조는 매우 탄탄하고 강하지만, 그만큼 억세고 거칩니다. 제대로 마시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묵직한 풀 바디 와인으로 강한 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맛을 보면 거친 탄닌의 수렴성 때문에 짠맛이 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검은 과일 풍미보다 생나무의 거칠고 억센 느낌이 더 강합니다. 아직 덜 열려서 맛이 발달하지 못했고, 복합적인 느낌보다 직선적인 기운이 강하게 나타나네요. 여운도 길고 강하지만, 정돈되지 않아서 야성적인 힘이 튀어나옵니다. 과일보다 식물성 풍미가 많은 여운을 진하게 느꼈습니다.
현재의 균형은 아쉽습니다. 강한 산미와 알코올의 어울림은 괜찮지만, 아직 덜 숙성한 탄닌이 전체적인 균형을 방해합니다. 샤토 오-브리옹의 점잖고 균형 있는 모습과는 딴판이네요. 그래도 몇 년 더 흘러 탄닌이 충분히 숙성하면 멋진 구조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탄탄하고 강인한 이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안심, 양 갈비 같은 육류 요리입니다. 오래 숙성해서 풍미가 강한 치즈도 좋은 안주가 됩니다.
개인적인 점수는 장래성을 고려해서 B+입니다.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으로 2015년 11월 1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