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랑 가문(Famille Perrin)의 샤토 드 보까스텔 샤토네프-뒤-빠프 블랑 2014는 프랑스 남부 론(Southern Rhone)의 샤토네프-뒤-빠프(Chateauneuf-du-Pape) AOC 지역에서 재배한 루산느(Rousaanne)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1. 샤토네프 뒤 빠프
샤토네프 뒤 빠프는 아비뇽의 유수 동안 아비뇽에 머물렀던 교황들에 의해 탄생한 와인입니다. 교황이 아비뇽으로 이주하면서 교황을 따라 대규모의 사제단이 옮겨왔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에 흠뻑 빠진 사제단의 와인 욕구를 진정시키고, 부르고뉴 못지않지만 좀 더 값싼 와인을 공급하려고 교황들은 근방에 포도를 심고 와인을 만들도록 했죠. 요하네스 22세(Johannes XXII)는 특히 이런 생각이 강해서 아비뇽 북부의 와인 품질을 높이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요하네스 교황 당시부터 샤토네프-뒤-빠프 지역 와인은 '뱅 드 빠프(Vin de Pape)' 즉, 교황의 와인으로 불렸습니다. 샤토네프-뒤-빠프와 부르고뉴 와인의 관계는 근대까지 이어졌습니다. 벌크 상태의 샤토네프-뒤-빠프 와인이 부르고뉴 지방으로 판매되어 부르고뉴 와인의 알코올 도수와 강도를 증강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다는군요. 이런 모습은 AOC 법이 제정되어 지역 단위로 와인 품질을 통제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샤토네프 뒤 빠프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2. 샤토 드 보까스텔(Chateau de Beaucastel)
1905년에 설립된 샤토 드 보까스텔은 1백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로 현재는 5대손인 피에르 페렝(Pierre Perrin)씨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까스텔은 오가닉 와인 제조를 지향하는데 이미 1951년부터 오가닉 농업을 사용하기 시작해 포도 재배에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와인을 양조할 때 산화 방지를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이산화황(SO)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포도알을 압착하기 전에 섭씨 80도에서 1분간 데운 후 식히는 방법을 쓰는데, 이를 통해 산화를 촉진하는 효모가 죽게 되어 산화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허로 보호되는 방법으로 현재는 보까스텔과 페렝의 와인에서만 사용합니다.
샤토네프-뒤-빠프 블랑도 여러 종류의 청포도를 혼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와인은 론의 주요 청포도인 루산느 100%로만 만들었습니다. 비에이 빈(오래된 포도나무)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포도나무는 1909년에 심어진 것이죠.
3. 와인의 맛과 향
아름답고 연한 금색으로 사과와 레몬, 달콤한 견과류 향이 나오고 부드러운 나무 향과 말린 노란 과일, 미세한 꿀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잘 익은 흰 복숭아 같은 핵과(核果)류 향이 나오고, 리치(lychee) 향도 살짝 느껴집니다.
부드럽지만 튀는 느낌, 약간 유리 같은 단단함, 그리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 무게감 있는 풀바디 와인으로 살짝 달면서 쓰고, 말린 과일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산미는 훌륭합니다. 그윽하고 단 나무 풍미에 미세한 꿀 느낌이 있고, 탄닌도 살짝 있습니다. 마신 후엔 말린 과일과 부드러운 나무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부드러운 산미와 매끄럽고 부드러운 질감, 다양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멋진 샤토네프-뒤-빠프 블랑이군요. 바닷가재, 크림소스를 얹은 해산물 요리, 연어와 농어 스테이크, 기름진 흰살생선구이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7년 11월 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