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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三十而立, 자신의 뜻을 보이는 올드 빈티지 와인 - Domaine Joseph Voillot, Volnay 1er Cru 'Fremiets' 1979

까브드맹 2009. 10. 15. 10:53

논어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子曰

十有五而 志于學

三十而 立

四十而 不惑

五十而 知天命

六十而 耳順

七十而 從心所慾不踰矩

십오 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삼십에 섰으며 (자립하다, 학문에서 일가를 이루다, 나름대로 무슨 주장을 할 만해지다)

사십이 되어서는 미혹되지 아니하였고

오십이 되어서는 하늘이 내게 명한 뜻을 알게 되었고(자신의 사명,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육십이 되어서는 귀가 순해졌으며(남이 내게 대하여 나쁘게 말해도 그것에 마음 상하지 않고, 옳은 직언을 달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며)

칠십이 되어서는 하고 싶은 대로 행하여도, 넘어서는 안 될 틀을 넘어서지 않게 되었다. (여러 규범, 종교, 도덕, 법, 예의, 등이 불편하게 생각되지 않고, 자연스레 체화되었다)

사람의 나이가 30세에 이르면 자신의 분야에서 뭔가를 이룰 나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이고, 오늘날에는 조직의 말단에 아직 머물고 있을 나이이긴 합니다만, 이 나이가 되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완성되어 가는 시기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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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기 숙성 와인

와인의 세계에서도 30년 이상 숙성될 수 있는 와인이라면 정말 일가를 이룰 수 있는 명품 와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99%의 와인이 이 단계로 들어서지 못하고 소비되어 버리며 소수의 와인들만이 30년을 넘어 40년, 50년 심지어 100년까지도 숙성되어 자신의 맛과 향을 전달할 수 있는 위대한 와인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와인 역사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유럽이나 미국처럼 오래된 와인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개인의 셀러에는 그래도 올드 빈티지 와인들이 다소 있겠지만, 와인샵에서 10년 이상 오래된 와인을 보기는 상당히 힘들지요. 처음 제가 와인을 접했을 때는 90년대 중후반 빈티지의 와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이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와인들 중에 90년대 중후반의 빈티지를 찾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죠.

또 온도와 습도가 제대로 조정되는 셀러를 갖춘 와인샵이 아직은 드문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20년 이상 오래된 와인을 샵에서 구매하는 것은 극소수의 그랑 크뤼 와인을 제외하고는 일종의 모험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까딱 잘못하면 와인이 아니라 고가의 식초를 구매하는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 테니까요.

 

 

2. 죠셉 부와이요 볼네 프르미에 크뤼 레 프레미에 1979

그런데 얼마 전 행주내동에 있는 와인 아울렛 라빈(La Vigne)에서 1979년 빈티지의 와인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장기 숙성으로 유명한 보르도 와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보관력이 떨어지는 부르고뉴 와인이었죠.

죠셉 부와이요 볼네 프르미에 크뤼 레 프레미에 1979

병목에 1979란 숫자가 선명합니다. 제가 초등생이었을 때 만들어진 와인이네요.

죠셉 부와이요 볼네 프르미에 크뤼 레 프레미에 1979 레이블 사진

지역은 볼네(Volnay), 등급은 프리미어 크뤼(1er Cru), 도멘은 죠셉 부와이요(Joseph Voillot) 입니다. Domaine Joseph Voillot는 볼네 지역에서 5대째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는 곳인데, 헥타르 당 1만 그루 재배, 1년에 두세 번 흙 뒤엎어주기 등을 통해 높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100% 유기농은 아니지만,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 과정에서 될 수 있으면 인위적인 작업은 삼가서 최대한 떼루아의 특징을 살리는 와인을 만드는 곳이라 볼 수 있죠.

코르크 상태나 라벨 상태는 완벽합니다. 아마도 30년 동안 자체 셀러에서 병입 숙성시킨 후 리코르킹을 하고 라벨을 다시 붙여서 출고했거나, 출고 시점에서 라벨을 붙여서 출고했겠지요. 피노 누아 품종은 보통 10년 이상 숙성을 하기는 힘든 품종입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저가 피노 누아의 경우이고 고급 와인의 경우에는 30년이 되어도 아직 쟁쟁한 느낌을 지니며 맛과 향을 뿜어내는 와인들이 있지요. 실제 1979 빈티지 부르고뉴 와인을 시음하신 아브락서스님의 블로그를 읽어보시면 고급 와인의 경우 품종에 상관없이 시간을 뛰어넘어 엄청난 내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그럼 이 와인도 그러한 맛과 향을,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잘 모르겠습니다. 사서 마셔보지 않았으니까요. 요즘 총알 부족으로 불타는 욕망을 억누르고 구매하지 않았습니다만, 모르죠. 어디선가 공돈이라도 생긴다면 잽싸게 달려가 구매할 지도요.

볼네 지역이 있는 꼬뜨 드 본(Cote de Beaune)의 1979년 빈티지의 평점은 86점 정도로 우수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올드 빈티지의 와인에 대해, 특히나 부르고뉴 와인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 질러볼 만한 아이템이라 생각됩니다.

죠셉 부와이요(Domaine Joseph Voillot) 홈페이지

※ 와인 상태에 대한 불안이 있으시다면 레뱅 드 매일에서 정식으로 수입하고 있는 제품이니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