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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우아한 맛과 향을 가진 풀 바디 화이트 와인 - Domaine Sigalas Santorini Barrel 2012

까브드맹 2018. 4. 1. 10:30

도멘 시갈라스 산토리니 배럴 2012

도멘 시갈라스(Domaine Sigalas)의 산토리니 배럴(Santorini Barrel) 2012는 그리스 에게해 제도(Aegean Islands)에 있는 산토리니(Santorini) 섬에서 재배한 아씨르티코(Assyrtiko) 포도로 만든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산토리니 PDO

테라(Thera) 화산과 에게 해로 구성된 독특한 떼루아를 가진 산토리니의 흙은 용암과 화산재, 속돌로 이루어져서 유기물이 전무한 화산토의 다공성 토양입니다. 섬 지역 특유의 지중해성 기후지대로 겨울에는 평온하고 여름에는 서늘하며, 가뭄이 잦고 멜테미아(meltemia)라는 이름의 강한 바람이 붑니다. 포도나무에 필요한 수분은 여름에 몰려오는 바다 안개로 해결합니다.

질병과 기타 위험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주는 독특한 생태계의 영향을 받는 산토리니의 포도밭은 필록세라로부터 안전합니다. 사실 필록세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산토리니의 포도밭은 자체적인 면역 체계를 갖추고 있죠. 필록세라가 번식하려면 최소 5%의 점토가 필요하지만 산토리니의 토양에는 점토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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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3500년으로 추정되는 산토리니의 포도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도나무 수령은 대부분 50~100년 이상이며, 생산량은 헥타르당 1500ℓ로 그리스에서 가장 적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의 자격을 갖춘 포도원으로 손색이 없죠. 산토리니의 농부들은 강한 바람과 뜨거운 직사광선으로부터 포도나무와 포도를 보호하려고 땅에 낮게 깔린 줄기를 돌려서 바구니 모양으로 만듭니다. 쿨루르(kouloures-고리), 또는 칼라티아(kalathia, 바구니)라고 부르는 이 전통 재배 기술은 독특한 산토리니의 생태계에서 포도를 기르기 위해 와인 생산자들이 수세기에 걸쳐 노력하고 경험을 축적한 끝에 얻은 결과물입니다.

토양에 필록세라가 없기에 보통 15~20년 주기로 포도나무 윗부분인 칼라티(kalathi)를 교체하고 뿌리는 보존합니다. 그래서 땅 위로 나온 부분의 수령이 수십 년인 반면에 뿌리의 나이는 수세기에 달하는 포도나무도 있습니다. 이는 산토리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현상입니다. 또한 바람으로 인한 토양 부식을 막으려고 가파른 언덕 지형에 페줄레스(pezoules)라 부르는 테라스를 만듭니다. 이 테라스를 만들려면 실로 엄청난 노력이 소요됩니다.

 

 

2. 도멘 시갈라스 산토리니 배럴

1991년에 설립된 도멘 시갈라스는 산토리니의 오래된 평원에 있으며 아씨르티코, 아이다니(Aidani), 아티리(Athiri), 만델라리아(Mandelaria), 마브로트라가노(Mavrotragano) 같은 다양한 지중해 포도를 재배합니다. 지역의 떼루아를 잘 표현한 품질 좋은 와인으로 그리스를 비롯한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칭송받고 있죠. 양조 시설의 현대화와 설비 확장에 지속해서 투자해 현재 연평균 3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아씨르티코는 다양한 맛과 산뜻하고 상쾌한 산미, 높은 알코올을 가진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입니다. 아씨르티코 와인은 뚜렷한 감귤류와 진한 미네랄 풍미가 나오며 10년 이상 숙성할 수 있죠. 충분히 숙성하면 더욱 단단한 구조감과 복합적인 풍미가 나타납니다.

시갈라스 산토리니는 산토리니 여러 마을에서 쿨룰라 시스템으로 재배한 평균 수령 60년의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아씨르티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를 거친 후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6개월 동안 숙성합니다. 연평균 생산량은 10만 병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아름다운 금색으로 첫 향에 밤꿀 향이 나고 말린 노란 과일 향이 많이 나옵니다. 우아한 나무 향과 스위트 스파이스, 바닐라 향이 풍기고 시간이 지나면 우유처럼 부드러운 향이 두드러집니다.

강한 산미가 있는 풀 바디 와인으로 연한 소나무 풍미가 납니다. 부드럽고 진하며 밤꿀과 노란 열대 과일 풍미 때문에 살짝 단 기운이 있습니다. 오크 풍미 또한 훌륭합니다. 묵직한 질감과 우아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단 기운이 있는 것만 제외하면 부르고뉴의 뫼르쏘(Meursault)나 북부 론의 꽁드리유 와인(Condrieu)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닭고기와 칠면조, 돼지고기 같은 흰 살코기 요리, 크림소스를 얹은 농어와 연어 스테이크, 훈제 연어와 훈제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2016년 3월 15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