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종 이상의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보르도 와인과 다르게 부르고뉴에서는 피노 누아(Pinot Noir)면 피노 누아, 샤르도네(Chardonnay)면 샤르도네, 알리고떼(Aligote)면 알리고떼 한 가지만 사용해서 와인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부르고뉴 와인 중에도 여러 품종의 포도를 혼합해서 만드는 와인이 두 종류 있습니다. 하나는 오디네르(Ordinaire), 혹은 그랑 오디네르(Grand Ordinaire)라고 부르는 와인이며, 또 하나는 빠스-투-그랑(Passe-Tout-Grains)이라는 와인입니다. 둘 다 고급 와인이 아니며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대중적인 와인입니다.
1. 그랑 오디네르
그랑 오디네르는 레드와 로제, 화이트의 3종류가 있습니다. 레드와 로제 와인은 주로 피노 누아와 가메(Gamay)를 섞어서 만들지만, 욘(Yonne)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세자르(César)나 트레소(Trésor) 포도를 조금 섞습니다.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와 알리고떼,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를 섞어서 만들며, 욘에서는 사시(Sacy)라는 포도도 들어갑니다. 그랑 오디네르를 만들 때 사용하는 포도의 혼합 비율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포도의 가격 때문에 가메를 많이 사용하죠. 또 등급을 받지 못한 밭에서 수확해 가격이 싼 포도를 주로 씁니다.
등급이 있는 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도 품질이 등급보다 떨어지면 등급 강등으로 인해 최저 등급인 그랑 오디네르가 될 수 있습니다. 등급 강등은 와인 품질이 아펠라시옹(지역 명칭)에 따라 법률로 규정한 최소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래 등급보다 한 단계, 또는 그 이상으로 와인 등급을 낮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평년에는 부르고뉴 꼬뮈날(Communales, 마을 단위) 등급인 와인도 흉작 등으로 와인 품질이 안 좋으면 바로 아래 등급인 부르고뉴 레지오날(Regional, 지역 단위) 등급으로 시장에 내보내거나 더 아래 등급인 그랑 오-디네르로 출시하는 것이죠.
도멘이나 네고시앙은 와인이 떼루아나 등급에 알맞은 품질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스스로 등급을 강등해서 생산자의 명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참고로 서로 다른 아펠라시옹을 섞었으면 무조건 등급 강등됩니다.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일지라도 프르미에 크뤼 와인과 섞으면 프르미에 크뤼 등급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그랑 오-디네르 와인은 제일 낮은 등급이지만, 가격이 싸고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면 좋죠. 그랑 오디네르는 2011년에 "부르고뉴의 언덕"이란 뜻의 꼬또 부르기뇽(Coteaux Bourguignons)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규정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2. 빠스-투-그랑
빠스-투-그랑은 레드와 로제 와인만 있고 화이트 와인은 없습니다. 혼합 비율도 법으로 정해져 있죠. 피노 누아는 최소 1/3 이상 사용해야 하며 가메는 2/3 이하로 써야 합니다. 만일 빠스-투-그랑의 품질이 형편없으면 역시 등급 강등되어 그랑 오디네르로 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