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의 생-줄리앙(Saint-Julien) 마을에 있는 샤토 그뤼오 라로즈(Chateau Gruaud-Larose)는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 분류(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에서 2등급으로 선정된 그랑 크뤼 등급(Grand Cru Classe) 와인입니다.
1. 샤토 그뤼오-라로즈
샤토 그뤼오-라로즈는 보르도의 다른 그랑 크뤼 샤토와 비교해서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1725년에 설립되었고 기사 작위를 가진 조제프 스타니슬라스 그뤼오(Joseph Stanislas Gruaud)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엔 퐁드-베두(Fond-Bedeau)라고 불렀고 두 명의 그뤼오가 관리했습니다. 한 명은 사제였고, 다른 한 명은 치안 판사였죠. 그런데 치안판사인 기사 그뤼오(the Chevalier du Gruaud)가 1778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샤토에 대한 그의 지분은 조제프 세바스티안 드 라 로즈(Joseph Sebastian de La Rose)에게 양도되었습니다. 그녀는 양도받은 포도밭을 그뤼오-라-로즈(Gruaud-La Rose), 또는 그뤼오-라로즈(Gruaud-Larose)로 개명했습니다.
샤토의 관리권은 여러 후손에게 나뉘었고, 1867년에 샤토 그뤼오-라로즈-사제(Chateau Gruaud-Larose-Sarget)와 샤토 그뤼오-라로즈-포레(Chateau Gruaud-Larose-Faure)로 분리됩니다. 두 개로 나눠진 샤토는 꼬르디에(Cordier)가 1917년에 사제의 포도밭을, 1935년에 포레의 포도밭을 구매하면서 다시 합쳐지죠. 샤토 그뤼오-라로즈는 샤토 라포리-뻬이라게이(Chateau Lafaurie-Peyraguey), 샤토 딸보(Chateau Talbot)와 함께 꼬르디에 가문이 소유한 많은 포도원의 중심이 됩니다.
그 후 샤토 그뤼오 라오즈는 1983년에는 꽁빠니 드 수에즈(Compagnie de Suez) 사가, 1993년에는 알카텔-알스톰(Alcatel-Alsthom) 사가 인수했고, 마지막으로 1997년에 자끄 메를로(Jacques Merlaut)가 이끄는 따이양 그룹의 소유가 됩니다.
그뤼오-라로즈는 몇십 년 동안 생-줄리앙에서 가장 묵직하고 숙성이 느린 와인을 만들어왔습니다. 샤토의 소유주가 자끄 메를로로 바뀌면서 와인은 더욱 세련되어졌고,거칠고 탄닌이 많이 느껴졌던 부분은 줄어들었습니다. 자끄 메를로는 양조장에 많은 투자를 해서 66개 구획의 모든 자료를 전산화했고, 값비싼 배수 시스템도 설치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와인 생산량이 30만 병이나 되지만, 품질은 계속해서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커의 평가에 따르면 2000, 1990, 1986, 1985, 1983, 1982, 1961 빈티지의 품질은 1등급 수준이라고 합니다.
샤토의 포도밭 면적은 82헥타르이며, 재배하는 포도 종류와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57%, 메를로(Merlot) 3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8%,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3%, 말벡(Malbec) 2%입니다.
세컨드 와인은 사르제 뒤 샤토 그뤼오-라로즈(Sarget du Château Gruaud-Larose)입니다. 라로즈 드 그뤼오(Larose de Gruaud)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샤토의 홈페이지에는 그뤼오-라로즈와 사르제만 나와 있습니다.
2. 샤토 그뤼오-라로즈 1999
샤토 그뤼오-라로즈는 빈티지마다 혼합 비율이 다릅니다. 2007 빈티지 이전에는 말벡을 1.5% 정도 넣었으나 2008 빈티지부터 말벡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1999 빈티지의 블렌딩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 61%, 메를로 31%, 까베르네 프랑 3%, 쁘띠 베르도 4%, 말벡 1%입니다.
로버트 M. 파커는 1999 빈티지에 89점을 줬고 시음 적기는 2005~2015년이라고 적었습니다. 지금 마시면 시기를 조금 지난 것이 되네요.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진한 루비색이지만 주변부는 살짝 석류석 빛입니다. 말린 자두 향이 강하고 누린내와 가죽 같은 동물성 향도 나옵니다. 두엄 같은 흙 향이 이어지고 말린 검은 과일 향이 진합니다. 기름진 나무와 향나무 향을 풍기며, 가을 노을이 떠오르는 말린 과일 향도 있습니다.
부드럽고 풍성하지만 약간 엉성한 구석도 있습니다. 크지만 조금 허술하다고 할까요? 후반부에 힘이 올라와서 좀 더 탄탄해집니다.
산미는 부드럽고 풍성합니다. 탄닌도 잘 익어서 부드럽군요. 향과 다르게 맛에선 붉은 자두와 체리 풍미가 많이 나옵니다. 나무 풍미가 약간 있고, 두엄과 동물성 풍미 같은 2차 풍미가 발달했습니다. 마른 과일 느낌도 맛볼 수 있으며 시간이 좀 지나면 숲 속의 지린내 같은 향과 풍미가 퍼집니다. 그을린 나무에서 나온 듯한 스모크(smoke) 풍미도 있습니다. 마신 후엔 동물성 향과 흙, 노린내 등의 풍미가 입안에 퍼지고, 그 느낌이 조금 길게 이어집니다.
과일과 함께 두엄과 동물성 풍미가 어우러져 복합적인 느낌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적당한 산미와 부드러운 탄닌, 알맞은 알코올 도수가 서로 균형을 이룹니다. 세월이 오래되어 힘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안심, 양 갈비, 기타 육류 요리,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7년 10월 6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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