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들었을 땐 계층의 구분 없이 마시는 술이었을 와인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로 퍼지면서 왕족과 귀족의 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학자들은 피와 같은 색을 지닌 와인에서 고대인들이 신성함을 느꼈고, 두 지역 모두 포도를 재배하기에 기후와 땅이 마땅하지 않아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에 와인이 고위층을 위한 술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왕족과 귀족이 와인을 독차지했지만 일반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흔한 재료인 보리로 만든 맥주를 즐겨 마셨습니다. 당시 서민들에겐 맥주가 와인보다 더 인기 있었다고 하네요.
와인은 그리스와 로마로 전해지면서 점차 대중화됩니다. 두 지역 모두 포도 재배에 알맞고, 일찍이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이 들어선 지역이라 그랬을까요? 아무튼, 그리스-로마 문명이 전해진 곳에선 와인이 술의 주류로 자리 잡습니다. 와인은 최고 권력층에서 평민까지, 심지어 노예들마저 즐길 수 있는 술이 되죠. 고대 이집트에서도 와인은 왕족과 귀족들만 마셨지만, 그리스계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들어서자 포도밭의 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전 왕조들이 와인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계층 간의 구분을 엄격히 하면서 와인 생산과 소비를 통제했던 것에 반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통치 아래에서 이집트는 와인에 좀 더 관대한 사회가 되었죠.
로마의 카토는 사슬에 묶인 노예라도 와인을 1년에 10 암포라는 마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암포라 열 개라면 매주 5리터가량을 마셔야 할 만큼 많은 양이었습니다. 노예들도 와인을 마시게 한 것은 와인이 힘을 길러 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배층이 착하고 인정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노동 생산성을 높이려고 와인을 줬다는 점이 씁쓸하긴 해도 노예들까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사회이기는 했습니다.
물론 귀족이나 부유층이 즐기는 와인과 서민이 즐기는 와인, 노예가 즐기는 와인엔 품질 차이가 컸습니다. 모두가 와인을 마셨다곤 해도 품질까지 평등했던 것은 아니죠. 상류층들은 유명 산지에서 생산된 달콤하고 진하며 맛과 향이 쉽게 변하지 않는 값비싼 와인을 즐겼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군인들은 식초로 변하기 직전의 와인에 물을 탄 포스카를 마셨죠. 와인을 마지막까지 짜낸 포도 찌꺼기에 물을 넣고 발효시킨 저질 와인도 빈민들이 마시던 와인이었습니다. 이 와인은 훗날 프랑스에서 ‘피케트’란 이름으로 만들기도 했죠.
<참고 자료>
1. 로도 필립스 지음, 이은선 옮김,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 서울 : 시공사, 2002
2. 영문 위키피디아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