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품질에 따라 와인에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인도 와인에 등급을 매겼습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최고의 와인은 키오스 와인이었고, 그 뒤를 이어 타소스 섬의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손꼽혔다고 합니다. 그리스산 와인은 아니지만, 이집트의 마레오틱 와인을 최상급으로 여기기도 했죠. 알렉산드리아 남서부에서 나오는 타이니오틱과 나일강 삼각주 한가운데에서 나오는 세베니스 와인 역시 그리스인이 높게 평가한 와인이었습니다.
그리스 와인 생산자들은 그리스산 와인의 명성과 품질을 유지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타소스 와인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지키며 만들어야 했죠.
•특정 크기의 용기에 담아서 물을 섞지 않은 채 판매할 것. 이것은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조치입니다.
•타소스의 선박에 다른 지방에서 만든 와인을 싣지 말 것. 소비자들에게 생산지를 확실하게 인식시키려는 조치로 원시적인 형태의 AOC(지역 명칭 통제)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규제를 통해 생산하고 유통된 타소스 와인은 말린 포도를 쓰고 즙을 끓여서 달콤하고 묵직한 맛이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알코올 함유량이 최고 18%나 되었다는군요. 아마 오늘날의 이탈리아 와인인 아마로네(Amarone)와 비슷한 스타일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고대 그리스의 와인 평론가들은 달면 달수록 좋은 와인으로 쳤기에 타소스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취급받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도 그렇지만,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때 높은 명성을 자랑했던 타소스 와인도 로도스, 코스, 레스보스, 스키아토스산 와인이 급부상하자 인기를 잃기 시작했고, 기원전 4세기 후에는 마침내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참고 자료>
1. 로도 필립스 지음, 이은선 옮김,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 서울 : 시공사, 2002
2. 영문 위키피디아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