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프랑스 남부까지 내려간 무통의 막내 양 - Cadet d’Oc Cabernet Sauvignon 2010

까브드맹 2012. 11. 16. 06:00

까데 독 까베르네 소비뇽 2010

까데 독 까베르네 소비뇽(Cadet d’Oc Cabernet Sauvignon) 2010은 프랑스 남쪽의 랑그독(Languedoc) 지역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든 새로운 무통 까데 와인입니다. 까데 독이란 이름은 글자 그대로 '랑그독의 (무통) 까데'라는 뜻이죠. 

1. 무통 까데의 탄생

보르도의 1927년 포도 농사는 일기가 불순해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샤토에서 대표 와인인 그랑 뱅(Grand Vin)의 양조를 포기했고,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죠. 그러나 품질이 떨어지긴 해도 포도나무에 매달려 있는 포도를 그냥 둘 순 없었던 샤토 무통 로칠드는 '까뤼아데 드 무통(Carruades de Mouton)'이라는 와인을 만들어서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았습니다. 그때 샤토 무통 로칠드에서는 이 와인을 다시 만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훗날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죠.

1928년과 1929년의 포도 작황은 매우 좋았지만, 1930년부터 1932년까지 3년 동안 보르도는 또다시 일기 불순에 시달렸습니다. 당연히 포도 농사도 계속 작황이 좋지 못했죠. 이 3년간 샤토 무통 로칠드의 오너인 필립 드 로칠드(Philippe de Rothchild) 남작은 자신의 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에 "Chateau Mouton Rothschild"란 이름을 붙이는 걸 포기했습니다. 그랑 크뤼에 어울리는 품질을 갖지 못한 와인에 도저히 샤토 무통 로칠드란 이름을 붙일 수 없었던 것이죠.

대신 3년 전 만들었던 까뤼아데 드 무통을 다시 생산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1932 빈티지에서 와인 이름을 까뤼아데 드 무통에서 무통 까데로 바꾸죠. 우리말로 막내라는 뜻인 까데(Cadet)를 이름으로 붙인 것은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이 형제 중에 막내였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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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나온 무통 까데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품질은 당연히 샤토 무통 로칠드 보다 못했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의 양조 기술로 만들어서 가격과 비교해 품질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었죠. 무통 까데가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샤토 무통 로칠드에선 매년 무통 까데를 생산했고, 나중엔 별도의 브랜드로 분리시킵니다.

처음엔 보르도 지역 명칭(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을 달고 나왔던 무통 까데는 브랜드가 발전하면서 점차 다양한 지역 명칭을 붙인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엔 메독(Medoc) 지역 명칭을 단 리저브 무통 까데(Reserve Mouton Cadet)를 출시했고, 1999년에는 그라브(Graves) 지역 명칭을 붙인 리저브 무통 까데 블랑(Reserve Mouton Cadet Blanc)을 선보이죠. 그 후 무통 까데 쌩-테밀리옹(Mouton Cadet Saint-Émilion)과 무통 까데 쏘테른(Mouton Cadet Sauternes)이 시장에 나왔고, 지금은 보르도를 벗어난 지역까지 생산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까데 독 까베르네 소비뇽 2010은 2009년 8월의 와인 법 개정에 따라 레이블에 "IGP(Indication Geographique Protegee)"란 등급을 표시해야 하지만, 소비자에게 익숙한 'Pays d'Oc'이라는 용어를 표시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소비자가 혼동을 일으키는 걸 막으려고 당분간 옛날 용어와 새 용어를 함께 쓸 수 있으므로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없습니다. 같은 까데 독 와인으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와인 생산지인 랑그독 지역이 포함된 남부 프랑스에 관한 정보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2. 와인의 맛과 향

진한 퍼플색입니다. 농익은 과일 향이 진하고 식물성 향도 강하게 나옵니다. 블랙커런트와 블랙체리 같은 검은 과일과 오크, 저가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에서 종종 풍기는 풀줄기 같은 향들이네요. 향의 양은 풍부하지만, 별로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스위트 스파이스 쪽의 단 향도 올라옵니다. 블랙체리의 향긋한 향이 점점 강해지지만, 전체적인 향은 여전히 단조롭습니다.

다소 부드럽지만 혀와 입을 조여주는 탄닌이 많습니다.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답게 구조는 강하고 단단하지만, 우아하지도 세련되지도 않네요. 2010 빈티지라 아직 덜 숙성했는데, 몇 년 지난 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드라이하며 탄닌의 떫은맛이 강합니다. 알코올은 13.5%이지만 더 세게 느껴집니다. 약간 엉성하게 느껴지는 산도는 와인 맛을 전체적으로 낮춰버립니다. 산도가 좀 더 탄탄하고 좋았다면 훨씬 나은 맛을 보여줬을 겁니다. 코에선 과일 향이 진했지만, 맛에선 나무와 식물 풍미가 더 강하게 나옵니다. 마치 나무 조각을 갈아 넣고 마시는 듯한 느낌이 좀 나네요. 물론 향에서 느끼는 검은 과일 풍미도 있긴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산도의 짜임새가 좋아지면서 와인 맛도 점점 나아집니다. 코르크를 딴지 2시간가량 지나니 탄닌이 많이 부드러워지면서 맛이 훨씬 좋아지는군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다소 애매한 와인입니다. 뛰어난 와인을 많이 만들어 온 바론 필립 드 로칠드의 실력으로 보면 2~3년 후에 좀 더 나은 맛과 향을 가진 와인이 될지도 모릅니다. 여운은 제법 길지만 이렇다 할 감흥은 없습니다.

처음엔 산도 상태가 안 좋아 다소 어설프지만, 시간이 지나 산도가 나아지면 점점 균형이 좋아지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맛도 향상되고요.

함께 먹을 만한 음식은 별다른 양념과 소스 없이 거칠게 조리한 고기 요리, 소고기와 양고기 꼬치, 등급이 낮은 소고기 구이, 바비큐,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10월 20일 시음했습니다.

 

[프랑스]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 & 프로방스(Prov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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