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리움 메를로(Atrium Merlot)는 보데가스 토레스(Bodegas Torres)가 스페인 뻬네데스(Penedès) DO 지역에서 재배한 메를로(Merlot)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1. 보데가스 토레스
서기 17세기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보데가스 토레스(Bodegas Torres)는 1870년에 하이메 토레스(Jaime Torres)가 스페인 동부의 뻬네데스 빌라프랑카(Penedes Vilafranca)에 양조장과 포도원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140여 년이 넘는 동안 보데가스 토레스는 와인을 위한 열정과 노력, 헌신 속에서 뛰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와인을 생산해 왔습니다.
포도밭과 와인 양조에 관한 토레스 가문의 애정은 여러 세대에 걸쳐서 전해져 왔고, 이는 와이너리의 미래에 관한 비전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전 세계 140개 이상의 국가에서 토레스 와인이 와인 애호가들의 높은 지지를 받도록 만들었죠.
보데가스 토레스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2. 아트리움(Atrium) 와인
스페인의 뻬네데스 지방에 있는 토레스 포도원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토레스 아트리움 시리즈는 "향의 교향곡(Symphony of aromas)"이라는 좌우명이 말해주듯 향의 조화에 신경을 써서 만든 와인들입니다. 그래서 향이 매우 풍부하죠. 물론 맛도 향에 못지않게 좋습니다.
아트리움은 고대 로마 시대의 저택 안마당을 뜻하며, 오늘날엔 건물 중앙에 있는 보통 지붕이 유리로 된 높고 넓은 공간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제 생각엔 아마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와인"이라는 콘셉트로 와인을 만들면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트리움 와인은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3종류가 있으며 모두 국내에서 판매합니다. 국내 소비자 가격은 마트에서 대략 2만 원 전후인데 와인 장터에선 때때로 1만 원 중반까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죠.
1989년에 첫 빈티지가 나온 토레스 아트리움 메를로는 뻬네데스 중부 지역에서 재배한 메를로를 100%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색은 퍼플 빛이며 농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잘 익은 체리와 서양 자두, 농익은 라즈베리와 블랙베리 향이 먼저 나옵니다. 이어서 타임(thyme)과 여러 가지 허브 향이 바로 풍기죠. 검붉은 과일 향이 진하게 퍼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달콤한 향신료 향이 올라오며 우아하고 향긋한 오크 향도 섞여 나옵니다. 아울러 볶은 옥수수 같은 고소한 향도 나오죠. 향의 느낌은 전체적으로 깨끗합니다.
의외로 탄닌이 강하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세련되었습니다. 떫은맛은 거의 없으며 질감은 탄탄하죠. 무게는 중간 정도입니다. 단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과일 향이 풍성하지만, 맛은 달지 않습니다. 너무 세지 않고 적당한 강도의 산미가 와인 전체를 받쳐주네요. 타임 같은 허브 풍미가 있고, 약간 씁쓸한 맛도 납니다. 잘 익은 서양 자두와 산딸기 풍미가 하나 가득 느껴지고, 매끄럽고 둥근 질감이 더해져서 무척 마시기 좋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더 나아집니다. 여운이 제법 길고 느낌도 좋습니다. 삼킨 후에 입에서 계속 퍼지는 농익은 과일 풍미도 기분 좋군요.
메를로로 만든 저가 와인은 대부분 구조감이 약하거나 단순한 과일 향만 강하게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이 와인은 상당히 균형이 좋아서 와인 성분 중 어느 하나만 튀지 않고 모든 요소가 잘 어울리며 세련된 맛을 끌어냅니다. 고급 와인과 비교하면 당연히 많은 부분이 모자라지만, 맡은 바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성실한 청년 같은 와인입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오리 요리, 그릴과 오븐에서 잘 구운 생선 요리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6월 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