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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스페인 화이트 와인의 장점을 두루 갖춘 경제적인 와인 - Dominio de Eguren Protocolo Blanco 2009

까브드맹 2011. 8. 6. 06:00

도미니오 데 에구렌 프로토콜로 블랑코 2009

프로토콜로 블랑코(Protocolo Blanco)는 도미니오 데 에구렌(Dominio de Eguren)이 스페인 까스띠야 이 레온(Castilla y Leon) 지역애서 재배한 마까베우(Macabeo)와 아이렌(Airén) 포도로 만드는 비노 데 라 띠에라(Vino de la Tierra)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규정상 등급은 낮지만 저렴한 가격에 실속 있는 와인입니다.

1. 스페인 화이트 와인

국내에서 스페인 와인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호주, 미국 와인보다 아직 지명도가 낮습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값싼 스페인산 와인 때문에 소비자에게 싸구려 와인이라는 이미지도 박혀 있죠. 하지만 스페인 와인은 가격과 비교해서 품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맛과 향이 뛰어난 와인도 많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스페인 와인을 종종 찾아볼 수 있으며 로버트 파커를 비롯한 와인 평론가들도 스페인 와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스페인 와인의 인기가 여전히 낮아서 아주 싼 것을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가 스페인 와인을 먼저 찾는 일은 드뭅니다. 매장 직원이 적극적으로 권유하면 구매를 생각할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화이트 와인에 대한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화이트 와인은 꽤 매력적이며 장점도 많습니다. 마시기 편하고 질리지 않으며 한식을 포함한 다양한 음식과 무난히 어울리는 다재다능한(?) 와인이죠. 그래서 평소에 음식과 함께 마시려고 경제적인 화이트 와인을 고를 때 스페인 화이트 와인이 보이면 주저 없이 선택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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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토콜로 블랑코

스페인 화이트 와인의 장점을 고루 갖춘 프로토콜로 블랑코는 스페인에서 가장 널리 재배하는 청포도인 아이렌에 리오하(Rioja) 지역에선 마까베우라고 부르는 비우라(Viura) 포도를 빈티지에 따라 4 대 6, 혹은 3 대 7의 비율로 혼합해서 만듭니다. 두 품종 모두 개성이 강하지 않고 산미가 부드러워서 마실 때 별로 부담 없을 뿐만 아니라 동양 음식과 함께 먹어도 무난한 맛과 향이 있습니다. 프로토콜로 블랑코는 이런 두 품종의 장점을 살리면서 도미니오 데 에구렌의 노하우로 다른 아이렌 와인에선 찾아볼 수 없는 품질을 가졌습니다.

보통 아이렌 포도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품종입니다. 하지만 도미니오 데 에구렌은 헥타르당 45헥토리터로 수확량을 제한해서 포도 품질을 유지하며,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서 16~18℃의 온도로 발효해서 화이트 와인의 필수적인 요소인 신선한 과일 맛을 잘 살려주죠. 효모도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에(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선별된 종류를 사용해서 와인 품질을 좋게 만듭니다.

 

 

다만 아이렌도 비우라도 구조가 약한 포도라서 와인의 장기 보관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포도를 수확한 해의 2년 후 2월까지 마셔야 제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때가 지나도 와인이 바로 상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본래의 맛을 간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러므로 2009 빈티지는 지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음기를 지금 올리지만, 이 와인을 맛본 시기는 올해 초입니다. 아마 매장에서는 2010 빈티지를 판매할 겁니다.

프로토콜로 블랑코에 대한 평판은 상당히 좋아서 몇 개의 리뷰를 읽어보면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보입니다.

①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적인 와인이다.

② 해산물과 채식 요리에 어울리는 단순한 맛의 와인이다.

③ 가격이 저렴하다.

이런 평가에서 알 수 있듯 프로토콜로 블랑코는 부담 없이 구매해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daily) 와인으로 딱 좋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색은 맑고 투명하며 조금 밝은 레몬색입니다. 깨끗하고 상큼한 향기가 납니다. 향의 기운은 중간 정도이며 신선한 느낌입니다. 레몬과 라임, 자몽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 과일 향, 청사과 같은 녹색 과일 향, 복숭아 같은 스톤 후르츠의 무르익은 단 향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진하며 적당한 무게가 있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입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산도가 조금 높지만, 소비뇽 블랑이나 리슬링 정도는 아닙니다. 알코올 도수는 12%로 높지 않지만, 입에서 제법 힘이 느껴집니다. 라임과 사과, 그레이프 후르츠 같은 상큼한 과일 풍미가 청량하고 깨끗하며 미네랄 풍미가 쌉쌀한 맛을 줍니다. 복합적인 풍미는 별로 없지만, 여러 음식에 두루 어울려서 편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여운의 풍미도 제법 좋습니다.

산미와 알코올 등 각 요소가 무난하게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차갑기만 하면 질리지 않고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그래서 좀 무섭죠. 가벼운 샐러드, 흰 살 생선회, 생선구이, 새우와 조개 요리 등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한 병 사서 회나 샐러드와 함께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4월 11일 시음했습니다.

와인 생산자인 도미니오 데 에구렌이 속한 비네도스 이 보데가스 시에라 깐따브리아에 대한 정보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스페인] 리오하와 토로의 6개 와이너리 집합체 - 비네도스 이 보데가스 시에라 깐따브리아(Viñedo

1870년에 시작한 에구렌 가문(Eguren Family)의 역사는 여러 세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으며, 마르코스 에구렌(Marcos Eguren)이 비네도스 이 보데가스 시에라 깐따브리아의 와이너리들을 이끌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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