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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_酒道 18단계

까브드맹 2011. 7. 28. 06:00

이미지 출처 :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EC%A1%B0%EC%A7%80%ED%9B%88%EC%8B%9C%EB%B9%84.jpg


우리에게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진 조지훈 선생님께서는 '한 술' 하시는 내공의 소유자셨습니다. 아시는 분들에겐 주선_酒仙, 주성_酒聖으로 통할 정도로 술에 대해선 달통하신 분이죠. 이 분께선 일찌기 술 마시는 단계를 궁구하시어 다음과 같은 주도 18단계를 설파하셨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노라면 고개가 절로 끄떡입니다. 역시 내공이 장난이 아니신 분이셨던 거죠. 아래는 조지훈 시인께서 분류하신 주도 18단계입니다.

○ 급의 단계 : 총 9급이 있습니다.

9급 - 부주_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8급 - 외주_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급 - 민주_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 은주_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 상주_商酒.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_利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 색주_色酒.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 수주_睡酒. 잠이 안와서 술을 먹는 사람

2급 - 반주_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1급 - 학주_學酒. 술의 진경_眞境을 배우는 사람_酒卒


● 단의 단계 : 역시 총 9단이 있습니다.

초단 - 애주_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2단 - 기주_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_酒客

3단 - 탐주_耽酒. 술의 진경_眞境을 체득한 사람_酒境

4단 - 폭주_暴酒. 주도_酒道를 수련_修練하는 사람

5단 - 장주_長酒. 주도 삼매_三昧에 든 사람_酒仙

6단 - 석주_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_酒賢

7단 - 낙주_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_酒聖

8단 - 관주_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_酒宗

9단 - 폐주_廢酒. 열반주_涅槃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저는 감히 2단의 단계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말 술의 진미에 반했거든요. 참고로 조지훈 시인께선 교과서에도 실려있던 <나그네>란 시를 발표하셨는데, 찬찬히 그 시를 읽노라면 술을 사랑하셨던 그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ps. 그런데 저는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8단 이상으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 좋은 술 적당히 마셔서 오랫 동안 마실 수 있어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