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2010년 최고의 시음 와인은?

까브드맹 2011. 1. 9. 10:12

지난 2010년 1월 2일부터 12월 16일까지 제가 마신 와인은 총 160종 이상이었습니다. 이중 156개의 와인에 대하여 제 블로그에 시음기를 썼고, 9월 이후에 시음했던 와인에 대해서는 저만의 기준으로 100점 만점 대비 점수를 남겼죠. 와인마다 모두 개성이 있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시음하고 그 느낌을 적으면서 점수를 함께 기록한 것은 제가 남긴 와인 관련 포스트를 읽어 보고 와인을 구입하시려는 분들에게  하나의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처녀 같다, 꽃밭에 있는 것 같다, 비단결 같이 탄탄하다 같은 감성적 표현은 와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언정 와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는 많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반면에 색, 향, 질감, 맛, 여운, 균형과 가격의 7개 항목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고 총점을 매기는 것이 그 와인의 정보를 100% 전달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와인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 와인을 구입할 때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내린 점수를 평균한 것이 아니라 저 혼자 마시고 매긴 점수이기에 제 입맛에 맞는 와인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겠지만, 각 점수 항목에 구체적인 기준을 적어놓았으니 어느 정도 참조는 되리라 믿어요.

아무튼 이렇게 작년 후반기부터 시음 점수가 매겨진 와인이 총 81종입니다. 그리고 이 와인들 중에서 어떤 와인이 가장 뛰어난 맛과 향을 보여줬는지, 또 가격까지 고려했을 때는 어떤 와인들이 가치가 뛰어났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최고의 시음 와인 : 가격 요소 배제

1. Frescobaldi Castelgiocondo Brunello di Montalcino 2002 : 93.6점

최고의 와인은 프레스코발디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입니다. 10만원 조금 넘는 가격으로 약간만 무리한다면 구입에 어렵지 않고, 그 만큼의 맛과 향을 보여주니 한 병 구입하신 후 특별한 날 한 번 따 보시는게 어떨지요?

2. Domaine Vocoret & Fils Chablis Vaillon 1er Cru 2008 : 90.8점

2위는 도멘 보꼬레 에 피스의 샤블리 바이용 1등급 와인입니다. 맛도 향도 훌륭하고 등급에 비해 착한 가격을 갖고 있지만 개성이 강한 스타일이라 사람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릴 듯 합니다.

3. Chateauneuf-du Pape Domaine des Senechaux 2006 : 86.4점

3위는 도멘 데 세네쇼의 샤또 네프 뒤 빠프입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난 맛과 향으로 첫 잔에 감탄사가 터지지만 2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 지갑을 텅 비게 만드는 것이 흠.

4. Hugel & Fils Riesling 2007 : 85.6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알사스 리슬링이지만 실속 있는 가격에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진 강인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며 4만원 중반 정도의 가격이니 꼭 한 번 사드셔 보길 바랍니다.

5. Sileni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2008 : 85.2점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가진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인데다가 자체의 품질도 좋아 누구나 만족할만한 와인입니다. 게다가 가격도 4만원이 좀 안되어 참 착한 편입니다. 회 떠다가 함께 마셔도 좋고, 그냥 드셔도 좋은 와인입니다.


● 가격을 고려한 최고의 시음 와인

1. Frescobaldi Castelgiocondo Brunello di Montalcino 2002 : 89.7점

2. Domaine Vocoret & Fils Chablis Vaillon 1er Cru 2008 : 89.0점

3. Sileni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2008 : 84.3점

4. DodiciDodici 2007 : 84.0점

5. Hugel & Fils Riesling 2007 : 83.0점

가격요소까지 포함하게 되면 순위가 조금 바뀝니다. 프레스코발디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여전히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고가의 도멘 데 세네쇼 샤또네프 뒤 빠프가 밀려나고 품질 대비 가격이 훌륭했던 실레니 셀라 셀렉션 쇼비뇽 블랑이 2단계 위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풍부한 과일향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실속있는 가격을 가지고 있는 도디치도디치가 4위로 랭크 되었습니다.

또 등수 외의 사건이지만 재미있는 일이 한가지 일어났는데요, 절대평가에선 14위 정도였던 한산 소곡주가 7위에 랭크된 것입니다.

가격을 배제한 체 품질을 따졌을 때는 둥수 밖이던 소곡주가 가격을 고려하자마자 등수 차이를 절반이나 줄여 7위로 뛰어올라온 것은 일반 와인 1병 용량인 750ml를 기준하여 가격을 매겼을 때 11,000원이란 헐값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누구나 소곡주를 한 잔 마셔보면 1만원 초반대 와인과 품질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맛과 향을 느낄 것이며, 너무나도 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것을 공감할 겁니다. 소곡주를 통해 제대로 된 평가와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주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어 좀 씁쓸했습니다.


● 와인 종류별 최고 와인

최고의 레드 와인 3종, 최고의 화이트 와인 3종, 최고의 스파클링 1종, 최고의 강화와인 1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 레드 와인 부문

1. Frescobaldi Castelgiocondo Brunello di Montalcino 2002 : 93.6점

2. Chateauneuf-du Pape Domaine des Senechaux 2006 : 86.4점

3. DodiciDodici 2007 : 84.8점

3. il Molino di Grace Chianti Classico Riserva 2004 : 84.8점

1위는 여전히 프레스코발디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차지한 가운데 3위에 도디치도디치와 함께 마시기 편하면서도 첫 맛에 입에 짝짝 붙는 맛있는 맛을 보여줬던 일 몰리노 디 그레이스 끼안띠 끌라시꼬 리제르바가 함께 랭크되었습니다.

▷ 화이트 와인 부문

1. Domaine Vocoret & Fils Chablis Vaillon 1er Cru 2008 : 90.8점

2. Hugel & Fils Riesling 2007 : 85.6점

3. Sileni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2008 : 85.2점

화이트 와인 부문 역시 절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와인들이 그대로 1~3위를 차지했습니다.

▷ 스파클링 와인 부문

1. Moet & Chandon Imperial Brut NV : 77.6점

시음한 와인의 숫자가 많진 않았지만 모엣 에 샹동의 임페리얼 브뤼 넌빈티지가 명가의 힘을 보여주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 강화 와인 부문

1. El Candaro Pedro Ximenez Sherry NV : 83.2점

강화 와인에서는 엘 칸다로 메드로 히메네즈 셰리 넌빈티지가 진한 말린 과일향과 환상적인 달콤함을 보여주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 각 가격대별 최고의 와인

각 가격대별로 최고의 품질을 보여준 와인들을 각각 3종씩 뽑아봤습니다.

▷ 저가/ 2만원 미만

1. 한산 소곡주 : 81.2점

2. Honoro Vera Jumilla 2009 : 71.6점

3. Estacion Chardonnay 2009 : 68.4점

호노로 베라 주밀리아는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이지만 맛과 향이 사람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릴 듯 하며, 에스따시옹 샤르도네는 맛있으며 마시기 편한 스타일의 샤르도네 입니다.

▷ 중가/ 2~4만원대

1. Hugel & Fils Riesling 2007 : 85.6점

2. Sileni Cellar Selection Sauvignon Blanc 2008 : 85.2점

3. El Candado Pedro Ximenez Sherry NV : 83.2점

▷ 중고가/ 5~9만원대

1. Domaine Vocoret & Fils Chablis Vaillon 1er Cru 2008 : 90.8점

2. Bleasdale Shiraz 2007 : 82.0점

2. Crozes Hermitage "Les Jalets" Paul Jaboulet Aine 2006 : 82.0점

블리즈데일 쉬라즈는 누구나 '맛있다'라고 말할 만큼 풍부한 향과 맛을 가진 와인입니다. 크로제 에르미따지 레 자레 폴 자불레 에네는 프랑스 북부 론의 시라 와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와인으로 꼭 한 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 고가/ 10만원 이상

1. Frescobaldi Castelgiocondo Brunello di Montalcino 2002 : 93.6점

2. Chateauneuf-du Pape Domaine des Senechaux 2006 : 86.4점

3. il Molino di Grace Chianti Classico Riserva 2004 : 84.8점

이렇게 해서 제가 작년에 시음하고 점수를 매겼던 와인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봤습니다. 올 한해에도 저의 와인 시음은 계속 될 것이고, 그때마다 점수를 채점하며 평가를 내리는 일도 계속될 겁니다. 시음한 와인은 빠짐없이 포스팅될 것이며, 올 상반기가 지나면 다시 한 번 최고의 시음와인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제 평가가 마트나 샵에서 와인을 고를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즐거운 와인 생활을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