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정감 가는 얼굴을 가진 수수한 아가씨 - Katnook Founder's Block Merlot 2005

까브드맹 2010. 9. 29. 08:22

카트눅 파운더스 블록 메를로 2005

1. 카트눅 파운더스 블록 메를로(Katnook Founder's Block Merlot) 2005

호주의 메를로 와인은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호주 와인 중에서 뛰어난 품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와인은 까베르네 쇼비뇽과 쉬라즈 와인, 그리고 두 품종을 주로 사용해서 만든 블렌딩 와인이죠. 그렇긴 해도 메를로 역시 다른 글로벌 품종과 함께 꾸준히 재배되며, 양조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우쓰 오스트레일리아의 라임스톤 코스트 지구(Limestone Coast Zone)에 있는 쿠나와라(Coonawarra)의 메를로(Merlot) 100%로 만든 카트눅 파운더스 블록 메를로도 종전의 호주 메를로 와인보다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섬세하면서 너무 진하지 않은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마시고 있노라면 날씬한 몸매를 가진 서글서글한 아가씨가 떠오릅니다. 돈 티부르치오처럼 요염한 미녀가 아니라,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얼굴을 가진 수수한 아가씨 말이죠. 호주 메를로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쉬라즈 와인과 비교해 명성이 떨어지지만, 점점 나아지는 품질을 볼 때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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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맛과 향

신대륙 메를로 와인치곤 너무 진하지 않은 루비색으로 맑고 영롱한 빛이 납니다. 코르크를 따면 부드럽고 푸근하며 달콤한 향이 퍼집니다. 잔에 와인을 따르면 살짝 크리미한 기운이 섞인 레드 체리 향이 퍼져 나옵니다. 그리고 진한 잼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신대륙 와인처럼 과도한 오크 터치로 인해 우악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나무 향의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미디엄 바디 정도의 와인으로 매우 부드럽고 섬세합니다. 다만 비단처럼 탄력 있고 풍부한 느낌은 약하군요. 첫맛에는 산미와 쓴맛이 느껴지지만, 여운에선 붉은 과일을 머금은 듯한 맛과 향이 느껴집니다. 단맛보다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와인의 온도가 조금 높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점점 진해지는데 쌉쌀한 느낌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쌉쌀한 맛의 바닥에서 단맛이 살짝 깔려 나옵니다. 30분 정도 지나면 산미는 여전하나 쓴맛은 많이 줄어들고, 입안에서 잽처럼 씹히는 듯한 진한 느낌과 함께 단맛이 강해집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맛과 향이 상당히 좋아집니다. 따끈한 음식과 함께 먹었을 때 단맛이 더 살아나는 듯합니다.

 

 

여운은 제법 길게 느껴집니다. 마신 후에 울리는 느낌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닙니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향과 비교해 맛은 조금 떨어집니다. 여운과 질감은 적절하게 균형을 이뤘습니다. 향도 맛도 상당하지만, 6만 원 전후의 가격은 조금 비쌉니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품종이 다르지만, 더 좋은 와인을 찾을 수 있죠. 그래도 호주 메를로 와인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시음해 보면 좋을 겁니다. 안심처럼 연한 소고기 구이, 미트 소스를 얹은 파스타와 소시지 토핑 피자,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2010년 9월 28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와인 생산자인 카트눅 이스테이트에 관해선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호주] "기름진 땅"의 와이너리 - 카트눅 이스테이트(Katnook Estate)

1. 카트눅 이스테이트의 역사 호주 원주민어로 "인동덩굴(Honeysuckle)"을 뜻하는 쿠나와라(Coonarawa)는 남호주(South Australia)의 라임스톤 코스트(Limestone Coast)에 있는 유명한 와인산지입니다. 카트눅(K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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