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산 소곡주
한산 소곡주는 앉은뱅이 술의 원조 격인 술입니다. 앉은뱅이 술은 '맛과 향에 반해 자기도 모르게 계속 마시다 결국 취해서 일어서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맛있는 술에 붙는 별명입니다. 맛있는 술에는 으레 붙는데 여기에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주막에서 맛본 술맛에 반해 연일 마시다가 과거 보는 날짜를 놓치고 말았다더라' 하는 전설도 한 토막씩 붙기 마련이죠.
한산의 명주인 소곡주는 백제 시대부터 빚어 마셨다고 하지만 확실한 문헌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홈페이지에 근거로 나온 삼국사기 백제 본기 무왕 37년 3월 조의 기사에는 百濟本紀5-武王-37年○三十七年, 春二月, 遣使入<唐>朝貢. 三月, 王率左右臣寮, 遊燕於<泗沘河>北浦. 兩岸奇巖怪石錯立, 間以奇花異草, 如畫圖. 王飮酒極歡, 鼓琴自歌, 從者屢舞. 時人謂其地爲<大王浦>라 하여 무왕이 크게 취했다는 내용과 대왕포의 유래에 관한 얘기만 나와있지 소곡주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술맛이 너무 좋고 유명하다 보니 후대에 만들어져 첨부된 이야기 같습니다. 설령 소곡주가 백제 때부터 이어져 온 술이라고 해도 현재의 소곡주는 그때의 술과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부재료에 백제 때에는 한국에 없는 홍고추가 들어가거든요. 백제 술은 아니라도 맛있는 술임은 분명합니다.
소곡주의 명성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통주를 발굴했을 때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안동소주를 비롯한 8종의 전통주가 합법화될 때 소곡주도 당당히 선정되었죠.
소곡주는 알코올 도수가 18%로 곡주로선 상당히 높습니다. 이게 자연스럽게 발생한 알코올인지, 아니면 양조 과정에서 특별한 방법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목에 걸리는 것 없이 상당히 잘 넘어갑니다. 주재료로 찹쌀 80%에 백미 20%를 사용했고 누룩을 이용해서 발효합니다. 부재료로는 들국화, 메주콩, 생강, 엿기름, 홍고추 등을 쓴다고 합니다. 소곡주는 밑술과 덧술을 사용하는 전통 양조법을 쓰는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2. 맛과 향
매우 진한 황금빛이며 옅은 호박색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진합니다. 탁하지 않고 맑고 깨끗하며 영롱한 빛이 있습니다. 달콤한 전통 조청 냄새가 있으며 밤꿀 같은 진한 향도 납니다. 쏘테른 와인의 향과 비슷하면서 약간 구수한 동동주의 내음이 나옵니다.
부드럽고 진하면서 약간 끈적한 느낌이 들며 입안에서 착착 감깁니다. 부드러운 신맛에 진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고 살짝 쓴맛이 있지만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조그만 잔에 마셨을 땐 몰랐는데 와인 잔에 마시니 어지간한 디저트 와인에 못지않은 단 풍미가 있군요. 진한 맛과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데 아쉽게도 약간의 쓴맛이 걸립니다. 그래서 쉴새 없이 마시고 싶은 욕구에 제동을 걸죠. 쓴맛이 높은 알코올 때문인지 아니면 누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걸 없앨 수만 있으면 외국의 유명한 술과 어깨를 겨룰만한 뛰어난 명주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조그만 전통주 잔에선 여운을 느끼기 힘들지만 와인잔에 마시면 확실히 느낌이 옵니다. '확' 하고 입안을 자극하는 화끈한 느낌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있습니다. 향과 질감, 여운 등에선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만 약간의 쓴맛이 옥의 티입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당연히 한식입니다. 불고기, 갈비, 나물, 각종 전 요리 등과 먹으면 좋습니다.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살펴보면 1.8ℓ 생주 6병이 157,000원입니다. 일반 와인 병 크기인 750mL로 바꿔보면 14.4병, 금액으로는 10,902원꼴입니다. 1.8ℓ 생주 1병은 27,000원으로 역시 환산하면 750mL에 11,250원꼴입니다. 뛰어난 품질에 이 정도 가격이라면 와인 값을 생각해볼 때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죠.
2010년 9월 23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은 매력적인 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