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렌지 와인
오렌지 와인(Orange Wine)은 양조할 때 포도에서 주스를 짜낸 후 껍질을 바로 제거하는 일반 화이트 와인과 달리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껍질에서 여러 성분과 색소를 뽑아내면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그래서 오렌지 와인을 껍질 접촉 화이트 와인(skin-contact white wine)이나 껍질 발효 화이트 와인(skin-fermented white wine)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색소 때문에 호박색을 띠어 앰버 와인(amber wine)이라고도 합니다.
포도 껍질에 포함된 색소와 페놀, 탄닌 등은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에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오렌지 와인에선 중요한 요소이죠. 이런 부분은 레드 와인과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조지아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땅에 파묻은 크베브리(qvevris)란 항아리에서 청포도를 발효하여 오렌지 와인을 생산해 왔습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북부의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Friuli-Venezia Giulia)와 동유럽인 슬로베니아(Slovenia)가 수백 년 전부터 오렌지 와인을 만들어 왔죠. 이탈리아에선 1960년대까지 오렌지 와인이 흔했지만, 신선한 맛의 화이트 와인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생산량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Orange Wine"이라는 이름은 2004년에 영국의 와인 수입업자인 데이비스 A. 하베이(David A. Harvey)가 만들었습니다. 오렌지 색이나 호박색을 띠는 와인의 색상에서 이름을 딴 것이죠. 오렌지 와인의 고향인 조지아에서는 오렌지 와인을 앰버 와인을 뜻하는 카르비스페리 그비노(karvisperi ghvino)라고 부릅니다.
2. KTW(Kakhetian Traditional Winemaking)
KTW는 조지아와 코카서스 일대에서 가장 큰 와인 회사입니다. 조지아 제1의 포도 산지인 카헤티(Kakheti)와 구리아(Guria), 아드자리아(Adjaria) 등지에 와이너리가 있죠. 또한, 구라미쉬빌리스 마라니(Guramishvili's Marani)와 조지안 체임버 오브 와인(Georgian Chamber of Wine), 베리츠시케 베란다(Velistsikhe Veranda)에도 와인을 양조하고 숙성하는 셀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베리아(Iveria)를 비롯하여 구라미쉬빌리 등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합니다.
KTW는 조지아 전통 항아리에서 양조하는 크베브리(kvevris) 방식과 현대적인 장치와 기술을 접목한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KTW 르카치텔리 크베브리(Rkatsiteli Qvevri) 2020도 크베브리에서 양조했죠.
크베브리 방식은 조지아의 전통 양조 방법이지만, 품질 관리가 어려워서 요즘엔 현대식 시설로 와인을 만드는 곳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지아의 많은 와인 회사가 크베브리로 와인을 만들거나 생산량 일부를 크베브리로 생산합니다.
KTW 르카치텔리 크베브리 2020은 조지아 동부의 카헤티 지역에 있는 구르자니(Gurjaani) AOC에서 재배한 르카치텔리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으깬 포도를 크베브리에 넣어서 양조했으며, 양조 과정이 끝난 후에도 숙성을 위해 크베브리에서 6개월간 더 저장했습니다. 2020 빈티지의 생산량은 3,500병으로 제가 마신 것은 294번째 병이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영롱한 중간 농도의 호박색입니다. 연한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말린 살구, 복숭아, 생강, 노란 꽃 향을 풍기네요.
시럽처럼 진하고 매끄럽습니다. 처음엔 미미하게 떫은 맛이 나오지만 점차 우아한 느낌으로 바뀌죠. 잘 짜인 구조는 튼튼하고 묵직합니다.
드라이하며 살구 같은 핵과류(核果類)의 산미가 진하고 묵직합니다. 자몽과 살구, 말린 시트러스, 생나무, 생강 풍미가 나오고, 그윽하면서 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신 후엔 나무 수지와 핵과류 풍미가 길게 남습니다.
묵직한 산도와 은은하게 숙성된 탄닌이 보여주는 매끄러운 느낌, 12%이지만 추출물과 함께 강인한 느낌을 주는 알코올이 멋진 균형을 이룹니다. 마시기 좋은 온도는 일반 화이트 와인보다 높은 14~16℃입니다.
함께 할 음식으로는 돼지고기 목살이나 삼겹살 구이를 추천합니다. 묵직한 바디가 돼지고기에 밀리지 않고,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와인의 산미가 잡아줘서 느끼하지 않게 만들어 주죠. 서로 거슬리지 않고 도와주는 마리아쥬를 보여줍니다. 소고기 수육과 양고기도 잘 어울립니다. 그외에 닭고기 요리와 진한 크림 소스 파스타, 쌉쌀한 나물 요리, 숙성한 경성 치즈 등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3년 5월 21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영문 위키피디아 오렌지 와인 항목
2. KTW 그룹 홈페이지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