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맥주] 맥주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까브드맹 2010. 8. 14. 09:17

다양한 맥주의 사진

1. 맥주인가 와인인가? 

인류는 보리를 재배하면서부터 맥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리 재배는 BC 7,000년에 에티오피아 고지대와 남동 아시아에서 시작되어 BC 5,000년에 이집트로 퍼졌고 BC 3,500년에는 메소포타미아로, BC 3,000년에는 유럽 북서부로, BC 2,000년에 중국까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류가 보리를 재배하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에야 맥주를 만들어 마셨는지는 모르지만, BC 3,000년경에 수메르인이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당시의 맥주는 현대의 맥주와 매우 달랐답니다. 보리가 주원료이지만 각종 과실과 향료를 넣어서 매우 걸쭉하고 영양분이 많은 음료였다는군요. 일반 가정집에서도 맥주를 만들었겠지만, 당시에 전문적으로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술집이 이미 있었습니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삼삼오오 모여 한 잔 맥주에 피로를 씻는 오늘날과 비슷한 풍경이 BC 3,000년 전에도 연출되었다는 거죠.

(맥주 배당을 기록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맥주 배당을 기록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술에 관한 많은 논쟁이 많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와인이 가장 오래된 술이어야 할 겁니다. 와인은 그릇 안에 으깬 포도나 과일을 넣어두면 껍질의 효모가 과일의 당분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발효가 이뤄지면서 술이 되니까요. 하지만 맥주는 생보리에 물을 붓고 효모를 넣는다고 저절로 술이 되지 않습니다. 발효 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보리를 죽처럼 만들어주는 당화(糖化)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해줘야죠. 그래서 맥주는 인류가 술과 발효에 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알게 된 후에야 나올 수 있는 술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굴된 고고학적 유물은 와인보다 맥주와 관련된 유물이 더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반응형

 

아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출토된 고대 맥주의 레시피입니다.

You are the one who handles the dough with a big shovel,

Mixing in a pit, the bappir(수메르에서 만들던 빵). with sweet aromatics, 

Ninkasi(고대 수메르의 여신), you are the one who handles the dough with a big shovel,

Mixing in a pit, the bappir with honey, 

You are the one who bakes the bappir in the big oven,

Puts in order the piles of hulled grains,

Ninkasi, you are the one who waters the malt set on the ground,

The noble dogs keep away even the potentates,

You are the one who soaks the malt in a jar,

The waves rise, the waves fall.

You are the one who spreads the cooked mash on large reed mats,

Coolness overcomes,

You are the one who holds with both hands the great sweet wort,

The filtering vat, which makes a pleasant sound,

You place appropriately on a large collector vat.

Ninkasi, you are the one who pours out the filtered beer of the collector vat,

Like the onrush of Tigris and Euphrates...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맥주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Whitehair님의 블로그를 방문해 보세요.

 

 

2. 양조용 보리는 다르다?

맥주는 대맥(Barley)이라는 보리로 만듭니다. 보리속에는 4개의 아속(亞屬)이 있고, 재배하는 보리는 모두 보리아속(Cerealia)에 들어갑니다. 

6줄 보리

보리아속에는 3종의 식물이 있는데, 그중 보리(Hordeum vulgare)는 씨알이 6줄로 배열하는 여섯줄보리로 이삭 축에 V자 모양으로 이삭이 달리며 각 마디에 작은 이삭이 3개씩 붙어 있습니다. 작은 이삭에는 씨알이 되는 작은 꽃이 달렸죠. 이것이 식용 보리로 열매가 겉겨와 안겨에 단단히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을 겉보리, 그렇지 않고 잘 떨어지는 것을 쌀보리라고 합니다.

2줄 보리

두줄보리(H. distichum)는 씨알이 2줄로 배열된 보리로, 이삭 중앙에 있는 작은 꽃이 씨알이 됩니다. 주위의 곁꽃은 불임성 꽃으로 보리알이 이삭대를 중심으로 2열로 대칭 해서 열리죠. 이 두줄보리가 양조용 보리입니다. 양조용 보리는 식용보리보다 크고 전분 함유량이 많으며 맥주 품질을 떨어뜨리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등의 성분이 매우 적어서 양조에 적합합니다. 양조용 보리는 대부분 겉보리이며 쌀보리는 매우 적습니다. 

부제보리(H. irregulare)는 재배량이 제일 적은 보리로 중앙에 있는 작은 꽃에 생식능력이 있고, 주위의 곁꽃은 생식능력이 있거나 없습니다. 

유럽에선 주로 2줄보리를 이용해서 맥주를 만들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로 6줄보리를 사용하는데 양조기술의 발달로 6줄보리도 점차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도 2줄보리 품종인 골든 멜론(Golden Melon)종을 재배합니다.

 

 

3. 맥주의 원료는 보리, 물, 호프, 효모 그리고?

맥주는 보리로 만드는 술이지만, 전분을 보충하기 위해 부원료로 옥수수, 밀, 쌀 등도 사용합니다. 때때로 보리보다 부원료인 옥수수를 더 사용하는데, 옥수수보다 보리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이죠. 그러나 독일처럼 주원료를 보리, 물, 효모, 호프만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국내의 메이저 맥주 중에는 하이트에서 생산하는 맥스(Max)만 물, 효모, 호프 외에 100% 보리를 사용하며, 다른 맥주는 옥수수 같은 부원료를 섞어서 만듭니다. 제주 맥주처럼 100% 보리를 사용한 수제 생맥주 브랜드도 있습니다. 맥주 원료에 관한 더 많은 정보는 여기를 방문해 보세요.

4. 발효 방법에 따른 맥주의 구분은?

대맥을 싹 틔워 건조한 맥아를 드라이 몰트(Dry Malt)라고 하며 드라이 몰트를 분쇄기로 잘게 부순 다음 온수를 부어서 죽처럼 만든 것을 매쉬(Mash)라고 합니다. 매쉬를 끓이면서 홉(Hop)을 첨가해 단백질 등을 가라앉히고, 여과한 후 효모를 넣어서 발효합니다. 이렇게 만든 술을 숙성하고 정제하면 맥주가 만들어집니다.

맥주는 발효할 때 온도에 따라 저온발효 맥주와 고온발효 맥주로 나눕니다. 저온발효 맥주는 7~10℃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효모가 발효 탱크의 하부에서 주로 활동하므로 하면 발효 맥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온발효 맥주는 발효 기간이 7~10일로 비교적 길며, 알코올 도수는 3%~5%입니다. 주질이 좋은 편이라 현재 전 세계 맥주의 대부분은 저온발효 맥주입니다. 대표적인 저온발효 맥주로는 라거(Larger), 헬레스(Helles), 둔켈(Dunkels), 필스너(Pilsner), 필스(Pils), 엑스포트(Export), 도르트문더 엑스포트(Dortmunder Export), 마르첸(Maerzen), 스피지알(Spezial), 복(Bock) 등이 있습니다. 

고온발효 맥주는 18~20℃ 정도의 고온에서 발효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효모가 발효 탱크의 상부에서 주로 활동하므로 상면 발효 맥주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고온발효 맥주는 발효 기간이 3~4일로 비교적 짧고 알코올의 도수가 5%~10%로 높습니다. 고온발효 맥주는 색이 진하고 쓴맛과 단맛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에일(Ale) 같은 영국 맥주가 유명하며 바이첸(Weizen), 퀄츠(Koelsch), 알트(Alt), 포터(Porter), 스타우트(Stout), 램빅(Lambics), 바이첸복(Weizenbock/Wheat Bock Beer), 바이첸-도플복(Weizen-Doppelbock/Wheat Double Bock Beer) 등이 상면발효 효모로 만드는 대표적인 맥주입니다.

 

 

5. 비열처리 맥주?

국산 맥주 중에서 하이트와 카스 후레쉬의 레이블을 보면 국내 최초, 100% 비열처리 맥주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맥주를 살균할 때 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죠. 맥주를 만들 때 살균하지 않으면 잔존 효모와 미생물 때문에 맛이 변해 오래 저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맥주를 병이나 캔에 넣어 오래 보관하려면 반드시 살균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65~70℃에서 10~15분 동안 살균하는 저온살균법과 82~85℃에서 1분 정도 살균하는 고온살균법 중 한 가지를 사용해서 살균했습니다. 하지만 고온이든 저온이든 열을 가하면 맥주 맛이 변할 수 있습니다. 생맥주와 병맥주 맛이 미묘하게 다른 것은 이것 때문이죠.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크기가 5~8㎛인 효모보다 더 미세한 마이크로필터로 효모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효모를 제거한 맥주가 비열처리 맥주입니다. 

※ 참고문헌 : 김의겸 저 <소믈리에 실무>, 2007, 백산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