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와인의 구분
와인은 크게 4종류로 나뉩니다.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이죠. 로제와 스파클링은 전체 와인 생산량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적고, 와인은 대부분 레드와 화이트로 생산됩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와인을 레드와 화이트로 나눠서 만들었을까요? 그리스 시대? 로마 시대? 인류가 레드와 화이트로 와인을 나누어서 만들기 시작한 것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보다 훨씬 오래전의 일로 보입니다.
2. 길가메시 서사시
1850년 영국의 고고학자 A.H. 레이어드는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였던 니네베를 발굴했고, 여기서 놀라운 유적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아슈르바니팔 왕이 만든 대도서관의 유적이었죠. 아슈르바니팔은 매우 잔인하고 난폭한 군주였지만, 학문을 매우 사랑하는 문화적인 면모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모든 점토판 문서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대도서관에 보관했습니다. 이 대도서관 유적에서 현존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이 출토되었죠. 그것이 "길가메시 서사시"입니다. 일리아드나 오딧세이보다 적어도 1,000년 이상 오래전에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작품이죠.
길가메시 서사시는 고대 우루크의 제왕이자 1/3은 인간, 2/3는 신이었던 영웅 길가메시의 모험담을 엮은 작품입니다. 여기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일어났던 홍수 설화가 실려 있죠. 그런데 이 홍수 설화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일꾼들을 위해 매일 소를 잡고 양을 잡았다. 목수들에게는 실컷 마실 수 있도록 독주, 붉은 술과 기름, 흰 술을 내주었다.”
-길가메시 서사시 中
여기서 붉은 술과 흰 술은 아마도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문판으로 봤다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번역본이라 '술'을 뜻하는 단어가 'Wine'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바닷가에 살며 포도로 술을 만드는 '시두리'라는 여인이 나오며, 이를 보아도 당시에 와인을 만들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21~18세기경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기원전 13~10세기경 신레케운니니(Sin-leqe-unnini)라는 시인이 그때까지 전해지던 전설을 하나의 서사시로 편집했다고 하며, 이 아카드어 판본을 오늘날 표준판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살펴볼 때 인류가 와인을 레드와 화이트로 나누어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최고 4,000년 전 이상, 적어도 3,000년 이상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