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캘리포니아 와인

까브드맹 2022. 1. 29. 10:42

캘리포니아의 포도밭 모습
(이미지 출처 : https://live.staticflickr.com/5604/15156687364_8dbbb56dbd_b.jpg)

캘리포니아에 처음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 양조에 성공한 사람들은 18세기의 스페인 선교사들이었습니다. 그 후 유럽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죠. 이들은 19세기 말 캘리포니아에 불어닥친 골드러시 열풍을 타고 밀려든 개척자들을 상대로 와인을 판매하면서 순조롭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20년 금주법이 실시되면서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은 졸지에 당국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700여 개가 넘던 와이너리들은 13년 뒤 금주법이 철폐되었을 무렵 겨우 140여 개만 남게 되었죠. 와이너리들은 천주교나 유대교에서 사용하는 미사주나 의료용으로 인정받은 와인을 소량 만들고, 때로는 밀주 생산용 원료를 비밀리에 공급하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유서 깊은 와이너리인 베린져(Beringer)도 이때 교회용 미사주를 공급할 수 있었기에 살아남은 경우입니다.

반응형

금주법이 미국 와인 산업에 남긴 악영향은 엄청나서 폐지 이후에도 미국인들은 한참 동안 와인을 멀리했습니다. 약 30년이 지난 1960년대에 들어와서야 겨우 와인 산업에 관한 새로운 노력이 시작되었죠. 이때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부흥에 견인차 구실을 했던 곳이 프레스노 캘리포니아 주립대(The University of California (U.C.) Fresno)와 데이비스 주립대(U.C.Davis)였습니다.

두 대학 모두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특히 U.C. 데이비스 양조학과에서는 계측일의 평균 기온과 표준 온도의 차이에 기초하여 '디그리 데이즈(degree days)'라는 기후 분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스템에 따라 캘리포니아 전 지역의 기후를 'Ⅰ'에서 'Ⅴ'까지 표시하며, Ⅰ은 가장 서늘한 지역, Ⅴ는 가장 무더운 지역을 나타냅니다. 포도 재배자는 이 시스템에 따라 가장 알맞은 품종을 골라서 재배할 수 있으며, Ⅰ~Ⅲ에 해당하는 지역이 프리미엄 와인 생산에 좋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U.C. 데이비스의 와인 양조학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어서 유럽의 뛰어난 와인 생산자도 자녀와 기술자들을 보내 공부하게 할 정도라고 합니다. 

U. C. 데이비스의 홈페이지
(U. C. 데이비스의 홈페이지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ucdavis.edu)

캘리포니아에선 전통 양조법과 현대 과학을 융합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듭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의 최고급 와인은 프랑스의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 같은 유럽 최고의 와인들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죠. 특히 나파밸리(Napa Valley)와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좀 더 서늘한 북부 해안 지역에선 놀라운 품질의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대중적인 와인도 많이 생산하며, 미국 시장의 특성상 소비자가 원하는 와인 종류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바뀐다고 합니다. 유행에 크게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이 유행에 따라 와인을 소비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화이트 진판델이 유행하면 화이트 진판델 와인만 줄기차게 소비하고, 피노 누아가 인기를 끌면 화이트 진판델은 제쳐두고 피노 누아 와인만 계속 마신다는 것이죠. 이렇게 유행에 따라 와인 판매량이 좌지우지되기에 생산자는 특정 와인이 인기가 높을 때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팔려고 합니다. 그 결과 와인 품질이 하락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하죠. 

오늘날 캘리포니아 와인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합니다. 부띠끄 와이너리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보통 150달러, 혹은 그 이상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큰 와인 회사에서 대량 생산한 다음 제때 팔지 못한 와인은 '투 벅 척(Two buck chuck)'이라는 이름으로 한 병당 2달러에 판매되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