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바따르-몽라셰에 대한 오마주? 부르고뉴 그랑 크뤼 수준의 맛과 향 - Agricola Querciabella Batar Toscana Bianco 2018

까브드맹 2021. 11. 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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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토스카나(Toscana)

● 품종 :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 등급 : IGT Toscana

● 어울리는 음식 : 송로버섯과 크림소스를 사용한 파스타, 토마토소스를 사용한 펜네, 굽거나 볶은 버섯 요리, 말린 토마토, 순무 같은 뿌리채소 요리, 부드러운 채소 수프, 크림과 버터를 사용한 다양한 생선 스테이크와 갑각류 요리, 닭고기 로스트, 부드러운 치즈 등

오마주(Hommage). 프랑스어로 '감사, 경의, 존경'을 뜻하는 말로 영화에서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일종의 경배를 뜻하며, 때로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이 존경했던 영화감독에 대한 일종의 헌사로서 특정한 장면을 모방하는 것을 말합니다(영화 사전에서 발췌) 

와인에도 오마주를 보여주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품종뿐만 아니라 블렌딩까지 보르도 스타일로 만드는 미국의 메리티지(Meritage) 와인을 비롯하여 도멘 드 라 로마네 꽁티(Domaine de la Romanee-Conti)의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레이블을 부착한 밴 와고너 피노 누아(Van Wagoner Pinot Noir) 등이 그런 와인이죠.

 

Querciabella - Fine wines from the ground up

In the world of Fine Wines, Querciabella stands out for world-class vegan winemaking in tune with the land and the natural environment.

querciabella.com

아그리콜라 쿠에르챠벨라는 지난 30년 동안 엄격한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길러서 와인을 만들어 온 와인 생산자입니다. 와인과 자연의 조화에 집중하는 최고급 와인 생산자 중에서도 대표적인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로 인정받는 곳이죠. 포도 성장과 와인 양조 과정에서 생선 부레나 달걀흰자 같은 동물성 부산물을 완전히 배제하는 100% 식물 기반의 와인 생산 공정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그리콜라 쿠에르챠벨라는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이지만, 이탈리아 품종과 프랑스 품종을 함께 사용해서 프랑스 와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와인을 만들곤 합니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몬그라나 마렘마 토스카나 로쏘(Mongrana Maremma Toscana Rosso) 2011은 한마디로 "프랑스산 갑옷을 입은 이탈리아 기사"라 부를 만큼 프랑스 와인의 느낌이 진한 와인이었죠.

 

[이탈리아] 프랑스산 갑옷을 입은 이탈리아 기사 - Agricola Querciabella Mongrana Maremma Toscana Rosso 2011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토스카나(Toscana) > 마렘마(Maremma) ● 품종 : 산지오베제(Sangiovese) 50%,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5%, 메를로(Merlot) 25% ● 등급 : IGT To..

aligalsa.tistory.com


바따르(Batar) 역시 그런 화이트 와인입니다.

바따르 하면 어떤 와인이 떠오르시나요? 부르고뉴의 바따르-몽라셰(Batard-Montrachet)?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맞습니다. 네, 아그리콜라 쿠에르챠벨라가 만든 이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에 있는 그랑 크뤼 밭인 바따르-몽라셰의 화이트 와인을 떠올리게 하며, 이름 또한 그렇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평론가 휴 존슨(Hugh Johnson)은 이 와인을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와인과 비교할 만한 "화이트 와인의 꿈"이라고 기술했습니다. 다만 마스터 오브 와인인 젠시스 로빈슨은 바따르-몽라셰 보다는 "특별히 성공적인 꼭똥-샤를마뉴(Corton-Charlemagne)" 같다고 말하고 있죠.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려면 직접 마셔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마셔봤던 도멘 토마스 모레이 바따르-몽라셰 그랑 크뤼(Domain Thomas Morey Batard-Montrachet) 2017과 매우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사용한 품종은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즉 피노 블랑(Pinot Blanc)입니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재배했고, 1헥타르당 2,500ℓ라는 매우 적은 양만 수확합니다. 참고로 바따르-몽라셰의 기본 수확량은 헥타르당 4,000ℓ입니다.

프랑스의 바리끄 오크통(228ℓ)에서 알코올 발효했고, 9개월간 숙성했습니다. 숙성하면서 양조에 사용한 이스트 잔해를 주기적으로 휘저어서(bâtonnage) 와인의 질감과 풍미를 늘려줬죠. 숙성할 때 새 오크통의 비율은 20%입니다.

양조하면서 찌꺼기를 거를 때 달걀흰자 같은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100% 비건(Vegan) 와인이기도 합니다.

6~8℃의 차가운 온도에서 마셔야 하며, 마시기 전에 20~30분 디캔팅해야 합니다. 

지금도 마시기 좋지만, 향후 20년 이상 숙성하면서 맛과 향이 더욱 좋아질 겁니다. 

제법 진한 레몬색입니다. 

먼저 레몬과 흰 나무, 아카시아와 캐모마일 같은 흰 꽃 향이 나오다가 점점 흰 복숭아 같은 핵과류와 견과류 향이 강해집니다. 미네랄과 함께 바나나, 설익은 멜론, 서양배처럼 흰색에서 살짝 노란색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과일 향을 풍기면서 식물 순 냄새도 은은하게 섞여 나옵니다. 나중에는 연기 향도 연하게 퍼집니다. 

매끄럽고 탄력적입니다. 구조는 크고 웅장하네요. 처음에는 느끼한 구석이 있지만, 20분 정도 지나면 깨끗해집니다. 

드라이하며 흰색 과일의 산미가 우아하게 이어집니다. 매혹적인 나무와 식물성 풍미가 풍성하고, 나무순처럼 살짝 매콤한 맛이 있습니다. 여기에 흰 복숭아와 견과류가 섞인 복합적인 풍미가 훌륭합니다. 미네랄의 짭짤한 맛과 감칠맛이 돋보이네요. 알코올은 와인에 힘과 강인한 품성을 준다. 

마신 후에는 나무와 식물, 핵과류, 미네랄 등의 풍미가 아주 길고 우아하게 펼쳐집니다. 입에 남는 느낌이 아주 매혹적이네요. 

초반엔 살짝 느끼하지만 이내 우아하고 강인한 산미가 모습을 드러내고, 14%의 알코올이 호응하며 멋진 균형과 조화를 이룹니다. 

우아하고 향긋한 여러 가지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침이 고이게 만들고 계속 손을 가져가게 하는 와인입니다. 최상급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과 비슷하면서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밝은 느낌이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네요. 입에 짝짝 붙습니다. 남하고 나눠마시는 와인이 아닙니다. 혼자서 천천히 드세요. 물론 애인이 있으면 함께 마셔야겠죠?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5점, 안토니오 갈로니(Antonio Galloni)의 비너스(Vinous) 93점, 젠시스 로빈슨 17/20점,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와인 평가지인 비벤다(BIBENDA)에서 5/5 만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21년 10월 18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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