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처음엔 엉성하다가 점점 깨끗하고 매끈해지는 느낌 - Domaine Jessiaume Pommard La Combotte 2017

까브드맹 2020. 8. 3. 10:00

Domaine Jessiaume Pommard La Combotte 2017

도멘 제시옴(Domaine Jessiaume)의 뽀마르 라 꽁보트(Pommard La Combotte) 2017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에 있는 뽀마르(Pommard) AOC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마을(Communale)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1850년에 문을 연 도멘 제시옴은 부르고뉴 꼬뜨 드 본의 상트네(Santenay)에서 오랫동안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제시옴은 와인 생산뿐만 아니라 주변 와인 생산자의 와인을 유통하는 네고시앙(négociant)의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도멘 제시옴에서 만든 와인은 레이블에 "Domanine"을 적고, 다른 생산자가 만들거나 주변 농부들의 포도로 만드는 와인은 레이블에 "Maison"을 표시하죠. 이 와인은 레이블에 "Domanine"이 적혀 있어서 제시옴에서 기른 포도로 만든 것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2006년 스코틀랜드의 사업가인 데이비드 머레이경(Sir. David Murray)이 제시옴을 인수했고, 제시옴 가문은 2013년까지 포도밭과 양조장 관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넘겨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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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들어선 새로운 경영진은 도멘의 비전을 새롭게 바꿔서 떼루아를 존중하는 우아하고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장비를 새로 들여와서 와이너리를 혁신적으로 바꿔 나갔죠. 포도 수확과 포도알 고르기를 인력으로 하고, 발효조에 포도를 채울 땐 작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천연 효모로 와인을 양조하고, 포도를 부드럽게 으깰 수 있는 조절 장치를 달았죠.

2016년부터 유기농 재배를 도입했습니다. 3년간의 노력으로 2019년에 첫 유기농 와인이 나왔죠. 더 이상 화학 비료와 살충제를 쓰지 않으면서 아황산염(sulfite)을 일반 와인보다 덜 쓰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메종 제시옴의 철학에서 시작한 이러한 변화는 환경과 소비자, 생산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와인을 만들려는 마음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2. 와인 양조

도멘 제시옴의 뽀마르 라 꽁보트 2017은 뽀마르 마을의 라 꽁보트 포도밭에서 기른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와인에 사용한 포도의 수확 날짜는 2017년 9월 2일로 2016 빈티지보다 3주가량 빨랐습니다. 꼬뜨 드 본 레드 와인의 2017년 빈티지 점수는 93점으로 2016년보다 1점 낮습니다. 점수는 큰 차이가 없는데 수확 시기가 무척 빨랐던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일까요? 2018 빈티지의 수확일이 2018년 8월 31일로 다시 이틀 빨라진 것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것 같습니다.

선반에서 포도를 고르고 줄기를 제거한 후 낮은 온도로 조절된 탱크에 5일간 둬서 과일 풍미가 살아나도록 했습니다. 알코올 발효와 껍질과 씨에서 색소와 탄닌을 뽑아내는 침용 기간은 약 3주였네요.

발효가 끝난 다음 중력을 이용해서 와인을 오크통에 넣고 14개월 동안 숙성했습니다. 숙성할 때 새 오크통은 쓰지 않았습니다. 숙성이 끝난 와인을 필터로 여과하지 않고 2018년 12월 12일 병에 담았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Domaine Jessiaume Pommard La Combotte 2017의 색

딱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레드 체리와 산딸기 향이 진하게 나오고, 레드커런트 향도 살짝 올라옵니다. 향긋한 허브와 톡 쏘는 향신료 향도 풍기네요. 2016 빈티지와 비교하면 향이 전체적으로 깨끗합니다.

부드러우면서 탄닌 느낌과 함께 탄산 기운이 살짝 나옵니다. 탄산 기운 때문에 초반엔 구조가 아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깔끔하고 탄탄해집니다. 드라이하며 탄산 기운 덕분에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입니다. 레드 체리와 산딸기의 산미가 풍성하군요. 붉은 과일과 풋풋한 식물성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알코올 기운은 제법 강합니다. 처음엔 엉성한 듯해도 시간이 지나면 깔끔해집니다. 나중엔 정갈한 검붉은 베리류 과일과 깨끗한 숯 같은 느낌이 살아납니다. 여운은 길고 풋풋한 식물과 산딸기, 레드 체리 풍미가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좋아지니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탄산 때문에 어설프다가 시간이 지나면 깨끗하고 매끈해지는 탄닌과 정갈한 검붉은 베리의 산미, 13.5%로 제법 강한 힘을 가진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2~3년 정도 잘 보관했다가 마시면 훨씬 좋아질 겁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와 로스트비프,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 같은 고기찜과 갈비찜, 버섯을 넣은 소고기 요리, 소고기 리소토,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7월 2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