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 비니콜라 피리아또(Casa Vinicola Firriato)의 알타빌라 델라 꼬르테 그릴로(Altavilla della Corte Grillo) 2017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Sicilia)주에서 재배한 그릴로 포도로 만든 DOC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그릴로
릿두(Riddu), 또는 로쎄스 비앙코(Rossese bianco)로도 알려진 그릴로는 이탈리아의 청포도입니다. 더운 날씨에 잘 견디는 그릴로는 시칠리아의 와인 생산에 널리 쓰입니다. 특히 마르살라(Marsala)에 많이 사용되죠. 그릴로의 유래는 불분명하나 뿔리아(Puglia)에서 시칠리아로 넘어왔습니다. 1897년에 이미 시칠리아의 서북쪽 끝단에 있는 트라파니(Trapani) 지방에서 그릴로를 많이 재배했고, 오늘날엔 시칠리아 전체 지역과 시칠리아 북쪽 연안의 에올리에 제도(Aeolian Islands, Isole Eolie)에서 많이 재배하죠.
피에몬테 남쪽의 리구리아(Liguria) 주에 있는 라 스페지아(La Spezia) 지방의 리오마조레(Riomaggiore) 마을 주변에도 그릴로를 재배하는데, 이곳에선 로쎄스 비앙코라고 부릅니다.
강화 와인인 마르살라 양조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그릴로이지만, 최근에는 여러 DOC에서 일반 화이트 와인으로 생산합니다. 그릴로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DOC는
① 팔레르모(Palermo) 지방의 몬레알레(Monreale) DOC
② 팔레르모와 트라파니 지방에 걸쳐 있는 알카모(Alcamo) DOC
③ 아그리젠토(Agrigento)와 팔레르모 지방에 걸쳐 있는 콘테아 디 스크라파니(Contea di Sclafani) DOC
④ 트라파니 지방의 델리아 니볼렐리(Delia Nivolelli) DOC
가 있습니다. 100% 그릴로로 만드는 IGT와인도 있지만, 샤르도네(Chardonnay)를 섞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 와인 생산자
까사 비니콜라 피리아또은 1980년대에 시칠리아에서 설립되었습니다. 활기와 고집, 결단력을 가진 살바토레(Salvatore)와 빈치아 디 가에타노(Vinzia di Gaetano)는 피리아또가 최고의 자연조건을 가진 것을 축복이라 생각하며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1995년 시칠리아의 자연에서 자란 포도를 호주식 와인 양조 기술로 만들었을 때 얻는 이점을 발견하면서 피리아또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생산량이 1994년 40만 병에서 2002년 4백 만병으로 10배 가량 늘어났으며, 와인 평론가와 언론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피리아또의 명성은 시칠리아 와인 시장에서 최고라고 평가받으며, 생산하는 와인의 75%를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합니다. 포도원의 확장과 새로운 기술의 도입, 다방면에 걸친 투자가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가져왔고, 현재의 피리아또를 만든 것이죠.
3. 와인 양조
피리아또에서는 국제 품종과 시칠리아 토착 품종으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알타빌라 델라 꼬르테 그릴로 2017은 보르고 구아리니(Borgo Guarini) 포도밭에서 재배한 그릴로 포도로 만들죠. 보통 그릴로는 해안가에서 재배하는데, 보르고 구아리니 포도밭은 해발 250m의 산허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의 영향과 함께 와인이 아주 다양한 향을 갖게 해 주죠. 그래서 알타빌라 델라 꼬르테 그릴로는 해안가에서 자란 그릴로 포도로 만든 와인보다 신선합니다.
포도를 손으로 수확해서 부드럽게 으깬 다음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발효 후에는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 넣고 매일 저어주면서 3개월간 숙성했죠. 병에 담은 후에 다시 4개월간 숙성하면서 와인을 안정시켰습니다. 매년 20만 병 생산합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밝은 레몬색입니다. 미네랄이 생각하는 돌 냄새가 나오고 연한 사과와 감귤 향이 바로 올라옵니다. 이어서 신선한 흰 채소와 싱그러운 풀, 흰꽃, 아몬드 등의 향이 나오네요. 시간이 지나면 밀짚과 멜론, 열대과일의 달콤한 향이 퍼집니다.
기름진 맛 없이 맑고 깨끗해서 마치 청량한 생수 같습니다. 가볍고 마신 후엔 은근한 질감이 느껴집니다. 구조도 경쾌하고 탄탄합니다. 감귤처럼 상쾌하면서 너무 시지 않은 산미가 풍부합니다. 단맛은 전혀 없고 쌉쌀한 맛과 미네랄 풍미가 느껴지네요. 흰꽃과 허브, 흰 채소, 감귤, 연한 사과, 태양에 그을린 돌맛 등의 풍미가 이어집니다. 나중엔 머스캣(muscat)과 잘 익은 사과의 단맛이 살짝 돕니다. 알코올의 힘은 딱 알맞습니다. 제법 여운이 느껴지고 미네랄과 감귤, 흰 채소 등의 느낌이 남습니다.
상쾌하고 깨끗한 산미가 12.5%의 알코올과 알맞은 균형을 이룹니다. 가볍고 청량한 느낌에 맛있는 산미, 꽤 다양한 풍미의 조화가 괜찮군요.
흰살 생선회, 해삼이나 멍게 같은 날 해산물, 닭고기와 치즈 샐러드, 닭고기 냉채, 돼지고기 수육과 보쌈, 가볍고 부드러운 치즈 등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6월 3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