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로 마누(Clos Manou) 2016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메독(Médoc) AOC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50%에 메를로(Merlot) 36%,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9%,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5%를 넣어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작년 11월 중순에 메독 지역 와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와인을 하나 시음했습니다. 프랑소와즈(Françoise)와 스테판 디에프(Stephane Dief) 부부가 경영하는 끌로 마누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쁘띠 마누(Petit Manou) 2016였죠. 견조한 탄닌과 적당하고 예쁜 산미, 13.5%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루고, 다양한 향이 어우러지는 보르도스러운 와인으로 "나는 메독이다." 하는 인상을 줬습니다. 가격도 적당했고요.
이 와인을 만든 끌로 마누는 1998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12헥타르의 포도밭으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늘려나가 지금은 18헥타르가량의 포도밭을 관리하죠. 와이너리 역사는 짧지만, 와이너리에 속한 포도밭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그 밭에선 보르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자랍니다.
일부 포도밭은 185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1850년대라면 뿌리에 번식하는 진딧물의 일종인 필록세라(Phylloxera)가 메독의 포도밭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전이죠. 프랑스에서 필록세라의 피해가 처음 확인된 것은 1863년에 남부 론의 포도밭이었거든요. 그래서 끌로 마누의 포도밭에는 뿌리 부분에 미국산 포도나무를 접붙이지 않은 순수한 유럽종 포도나무들이 남아 있고, 이 포도나무의 포도로 "끌로 마누 뀌베(Clos Manou Cuvee) 1850"이라는 특별한 와인을 불규칙적으로 생산합니다. 생산량이 600병밖에 안된다고 하니 국내에서 맛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테지만, 매그넘 사이즈의 2008 빈티지가 소량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2. 와인 양조
끌로 나무의 대표 와인인 끌로 마누 2016은 친환경(organic) 농법으로 관리되는 포도밭에서 자라는 4종의 포도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규정에 따라 메를로와 까베르네 프랑은 10월 6일부터 14일 사이에, 까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는 10월 17일과 21일 사이에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포도의 줄기를 제거하고 진동 선반에서 안 좋은 포도를 두 차례 골라낸 후 48~72시간 정도 서늘한 곳에 보관해서 과일 풍미를 늘렸죠.
그 후 콘크리트 발효조와 나무 발효조에 넣고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알코올 발효 후에 젖산발효하면서 17개월 동안 숙성하는데, 새 오크통을 70%, 1번 사용한 중고 오크통을 20% 사용하고, 나머지 10%는 700ℓ 크기의 작은 콘크리트 용기를 사용합니다.
연간 생산량은 55,000병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진한 루비색입니다. 서양자두 같은 검붉은 과일과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향이 진하고 은은한 흙과 나무 향이 함께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드러운 견과류 향도 나오고 동물 기름 같은 누린내도 살짝 풍깁니다.
부드러운 듯하지만 탄닌의 떫고 질긴 맛이 바로 자취를 남깁니다. 구조는 비로드처럼 두터우면서 치밀합니다. 코에 닿는 향은 달지만, 맛은 드라이합니다. 산미는 부드러운 산미는 진하면서 풍성합니다. 서양자두와 블랙커런트 같은 과일과 마른나무, 구수한 흙, 나무 그을린 풍미가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검은 과일 풍미가 진해지다가 나무 풍미가 강해집니다. 여운에선 검은 과일과 태운 나무, 마른나무 느낌이 길게 남습니다.
탄닌에 아직 떫은맛이 있지만, 마시기 괜찮을 만큼은 익었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산미와 13.5%이면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알코올은 힘차면서 균형 잡힌 맛을 보여줍니다. 세컨드 와인인 쁘띠 마누가 나무 풍미가 강하다면 끌로 마누는 과일 풍미가 좀 더 진합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로스트비프, 소고기와 양고기 구이, 소고기 찜, 미트 스튜, 동파육 같은 중국식 고기찜 같은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리고 숙성한 경성 치즈도 함께 먹기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6월 2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