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강인하고 매끄러운 탄닌과 조화를 이루는 진하고 풍성한 산미 - Benjamin Leroux Pommard 2016

까브드맹 2020. 3. 25. 10:00

Benjamin Leroux Pommard 2016

벤자민 르루(Benjamin Leroux)의 뽀마르(Pommard) 2016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 지역에 있는 뽀마르(Pommard) AOC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마을(Communale)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부르고뉴의 꼬뜨 드 본 지역에 뽀마르 AOC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포도밭인 그랑 크뤼 밭은 없으나 다음 등급인 프르미에 등급의 포도밭이 28개가 있고, 다수의 꼬뮈날(Communale) 등급 포도밭이 있습니다. 몇몇 뛰어난 1등급 와인은 그랑 크뤼 와인에 못지않은 평가를 받습니다.

와인은 대체로 탄닌이 많고 단단하며 맛과 향이 진합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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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벤자민 르루는 부르고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천재 양조자 중 한 명입니다. 13세에 본 양조 전문고(Lycee Viticole de Beaune)에서 공부했고, 디죵대학교에서 양조 학위를 받았죠.

졸업 후엔 뽀마르 마을의 대표 포도밭이며 모노폴(monopole)인 끌로 데 제프노(Clos des Épeneaux)를 소유한 도멘 꽁뜨 아르망(Domaine Comte Armand)에서 수습생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도멘의 공동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파스칼 마르샹(Pascal Marchand)의 눈에 띄어 1999년에 후계자로 낙점받았습니다. 불과 만 23세의 나이로 도멘의 와인 메이커가 된 거죠.

벤자민 르루가 새로운 책임자가 되었을 때, 그가 도멘 꽁뜨 아르망을 잘 이끌어 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벤자민 르루는 전임자였던 파스칼 마르샹에 이어 8년간 도멘 꽁뜨 아르망의 와인 생산을 지휘하며 도멘 꽁뜨 아르망의 명성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그의 성공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도멘 꽁뜨 아르망의 또 다른 소유주인 아르망 백작은 2007년에 벤자민 르루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새로운 네고시앙 와인을 만드는 것을 허락했고, 벤자민 르루는 2007년에 "Sarl Leroux"를 설립했습니다.

 

 

처음엔 도미니끄 라퐁(Dominique Lafon)의 양조장을 함께 썼지만, 점점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만들게 되면서 2013년에 완전히 독립했습니다. 지금은 단독 양조장에서 부르고뉴 60개 AOC의 다양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벤자민 르루는 떼루아의 특성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떼루아와 농부를 선택합니다. 다른 네고시앙처럼 농부들이 짜낸 청포도와 적포도 주스로 와인을 만들지 않고,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선별한 다음 포도송이 채 사 와서 와인을 양조하죠. 생산량도 제한적입니다. 여기에 전통 양조법을 존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현대 과학 기술을 유연하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그의 와인은 뛰어날 수밖에 없죠.

벤자민 르루의 와인은 표현력이 뛰어나며 절제된 과일 맛과 산도의 조화로운 균형, 깊은 밀도를 가졌다고 평가받습니다. 해외의 수많은 와인 전문가들은 벤자민 르루가 앙리 자이에(Henri Jayer)의 뒤를 이을 가장 뛰어난 부르고뉴 생산자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Benjamin Leroux Pommard 2016의 색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가죽과 고기 등의 동물성 향과 흙 향이 먼저 올라옵니다. 블랙 체리와 산딸기 같은 과일 향은 처음엔 약하지만, 점점 진해집니다. 나중엔 고소한 견과류와 검은 과일 향이 함께 섞여 나옵니다.

부드럽고 탄탄합니다. 잘 짜인 구조가 탄력적이며, 탄닌의 떫은맛은 마신 후에 혀에 미세하게 남습니다. 드라이하며 검은 과일의 산미가 아주 풍성하고 강합니다. 씁쓸한 맛과 검은 과일의 단맛이 살짝 나오며, 블랙체리와 검은 산딸기 등의 과일 풍미가 진합니다. 여기에 가죽과 흙, 잘 그을린 나무 등의 다양한 풍미도 함께 합니다. 알코올은 묵직하면서 힘이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가죽과 검은 베리류 과일의 느낌을 남깁니다.

 

 

강하고 탄탄하며 매끄러운 탄닌과 진하고 풍성한 검은 과일의 산미, 묵직하고 강인한 13%의 알코올이 훌륭한 균형을 이룹니다. 개인적으로 과일 풍미가 조금 더 많았으면 하지만, 가죽과 흙 등의 다양한 풍미도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와 로스트비프,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 같은 고기찜과 갈비찜, 버섯을 넣은 소고기 요리, 소고기 리소토,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3월 11일 시음했습니다.